이미 진출 확정이니 편하게? 자칫하면 안일함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현장 프리뷰]

국제대회 / 마나마/김희수 / 2023-05-16 17: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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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 같지만, 사실상 미리 치르는 상위 라운드 1차전이 될 수도 있는 경기다.

대한항공이 16일 이사 스포츠 시티에서 자카르타 바양카라(인도네시아)와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 A조 예선을 치른다. 앞선 두 경기를 모두 셧아웃으로 승리한 대한항공은 이미 승점 6점으로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따라서 이 경기는 조 1위 진출이냐, 조 2위 진출이냐가 결정되는 경기다.

이미 상위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만큼, 빡빡한 대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경기가 끝난 뒤 대한항공은 17일 하루만을 휴식하고 바로 또 경기를 치른다.

또한 이번 대회의 상위 라운드가 일반적인 토너먼트 형태가 아니라는 점도 로테이션 가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속한 A조 1-2위 팀은 C조의 1-2위 팀과 맞붙게 되는데, 이번 대회의 상위 라운드는 A·C조 1-2위를 기록한 총 네 팀이 다시 E조로 묶여 재차 조별 라운드를 거치는 구조다. B·D조의 1-2위 팀도 마찬가지로 F조로 다시 묶여 조별 라운드를 치른다.

즉 조 1위를 한다고 해서 상대 조 1위를 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C조의 1위는 승점 6점을 확보한 산토리 선버즈(일본)로 결정된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이 A조 1위를 한다 해도 산토리와는 무조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만 보면 조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큰 의미가 없으니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위 라운드 방식에는 중요한 규정이 하나 있다. 바로 같은 조에서 함께 올라온 팀과는 상위 라운드에서 다시 맞붙지 않고, 대신 조별 예선 상대 전적이 상위 라운드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만약 대한항공이 알 아흘리(바레인)와 함께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알 아흘리를 3-0으로 꺾은 전적이 상위 라운드 E조에도 그대로 반영돼, 1승을 챙긴 채로 상위 라운드를 맞이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조 1-2위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조 1-2위 팀 간의 상대 전적이다. 조 1위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 해도 조 2위 팀을 상대로 패배한 채 차지한 1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위 라운드에서는 그저 1패를 안고 시작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알고 나면 자카르타전을 마냥 편하게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A조의 승패 및 승점 현황은 대한항공 2승 6점-자카르타 1승 1패 4점-알 아흘리 1승 1패 2점-캔버라 히트(호주) 2패 0점 순이다. 자카르타는 대한항공전에서 승리를 거둬 승점을 2점 이상 획득하면 상위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문제는 이 상황이 벌어질 시 대한항공이 조 1위를 하든, 조 2위를 하든 자카르타를 상대로 당한 1패를 떠안고 상위 라운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C조 팀들과의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해진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무조건 자카르타를 꺾어야 마음 편하게 상위 라운드로 가게 된다. 우선 자카르타를 꺾기만 하면 2위가 자카르타가 돼도, 알 아흘리가 돼도 1승을 챙긴 채로 상위 라운드로 향할 수 있다.

결국 이 경기는 결과도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경기다. 과연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어떤 전술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까.

사진_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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