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레전드, 안 쓸 이유 없다” 전설을 예우한 진순기 감독대행과 그에 화답한 문성민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3-12-31 17:02:49
  • 카카오톡 보내기

진순기 감독대행이 위기의 현대캐피탈을 구하고 있다. 선두 우리카드까지 무너뜨리며 3연승을 일궜다.

현대캐피탈이 3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21-25, 25-23, 25-18, 25-22)로 꺾었다.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 전환 이후 전승이자 3연승이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13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26점을 책임졌고, 허수봉과 전광인이 도합 33점을 지원사격했다. 선발로 나선 차영석도 85.71%의 공격 성공률로 7점을 보태며 제몫을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행복한 웃음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승장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진 감독대행은 “역시 우리카드는 배구를 잘하는 팀이다. 감독의 자리에서 지켜보니 왜 1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라며 상대 우리카드에 먼저 존중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우리도 상대 팀의 입장에서는 기세가 올라 있는 만큼 쉽지 않은 팀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1세트를 진 뒤에도 세트 하나를 졌을 뿐이니까 우리의 것을 잘해보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며 역전을 향한 의지를 이미 1세트 종료 후부터 확실히 다지고 있었음을 밝혔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무려 34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19개를 기록한 우리카드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경기 결과는 승리였다. 진 감독대행은 “물론 범실이 적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한항공도 범실이 많은 팀임에도 통합 우승을 거뒀다. 범실은 절대적인 양보다는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히 서브 범실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공격 과정에서 연결이 잘 안 된 볼이나 준비가 부족했을 때 욕심을 내서 나오는 범실은 줄여보자는 주의다”라며 범실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설명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원 포인트 서버로는 이시우뿐만 아니라 한 명의 선수가 더 나섰다. 바로 문성민이었다. 문성민은 한 차례의 범실도 없이 강서브를 연달아 퍼부으며 우리카드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진 감독대행은 “문성민은 우리 팀의 레전드다. 선수 생활의 끝자락에 있는 레전드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에 대해 감독으로서도 고민이 많다. 최근에 몸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흐메드가 잘 안 풀리면 아포짓으로 투입할 계획도 있었고, 경기 전날 원 포인트 서버 준비도 부탁했다. 문성민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해줬고, 경기에서도 잘 보여줬다. 좋은 서버 카드 하나가 늘어난 것은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레전드 문성민에게 찬사를 건넸다. 


진 감독대행은 김명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김명관의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든다. 세터는 되게 어려운 포지션이다. 김명관의 입장에서는 몇 초에 한 번씩 계속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의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서브와 블록이 워낙 좋은 선수기 때문에 김명관을 주전으로 선택했다. 훌륭한 선수고, 잘해주고 있다”며 김명관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진 감독대행은 우여곡절 끝에 반등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새해맞이 격려를 건넸다. 그는 “2023년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성적은 선수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성적이다.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비난에 시달린 선수도, 포지션을 바꾸면서 고생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경험 삼아 더 단단하고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수고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며 자신의 진심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한편 진 감독대행의 ‘레전드’ 코멘트에 대해 문성민은 “항상 몸 상태는 괜찮다. 코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감독님께서 서브라도 준비를 해보라고 하셔서 준비했는데, 들어가는 상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도 했고 컨디션도 좋아서 자신 있게 때렸다. 지금 내 위치가 어디건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라며 그저 겸허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수장은 레전드를 예우하며 믿고, 레전드는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과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11일차 감독대행과 14년차 레전드 플레이어가 현대캐피탈의 반등을 함께 이끌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사진_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