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까지 수염은 안 깎을 거예요” 팀을 위해 날아다닌 부용찬
- 남자프로배구 / 원지호 / 2024-01-11 16:23:22
OK금융그룹의 3라운드와 4라운드 행보는 정반대다. 전패했던 지난 라운드는 까맣게 잊은 듯, 어느새 4연승을 기록했다.
OK금융그룹은 1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4라운드 우리카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3-1(25-19, 25-15, 21-25, 25-23)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4라운드에만 벌써 승점 11점을 수확하며 현대캐피탈(9승 13패, 승점 31)을 밀어내고 팀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레오와 아이들’과 같은 경기 양상일 줄 알았으나 모든 선수가 고루 활약하며 승리에 일조했다. 레오는 36점과 57.7%의 공격 성공률로 상대의 기세를 꺾었다. 그리고 신호진도 좋은 활약을 경기 내내 보여줬다.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담당했음에도 50%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기록했고, 득점도 두 자릿수를 넘겼다. 리베로로 출전한 부용찬도 디그 6개를 건져내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주장 이민규의 부상으로 임시 주장을 맡게 된 부용찬은 경기 후 KBSN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연승에 보탬이 돼 기분이 좋다”고 말한 뒤 “팀 분위기를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 보람차다”며 미소 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열심히 뛰어다니는 부용찬이다. 그는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소리 지르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전부터 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말대로 부용찬은 임시 주장직을 맡기 전부터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배구계에서는 허슬 플레이(몸을 날리는 플레이)로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이외에도 득점이 날 때면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팀의 사기를 북돋는 등 언급된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레오의 공격에 놀라며 입을 틀어막는 듯한 표정도 볼 수 있었다.
그의 그런 반응들 때문일까. 이날 경기에서는 팀원들이 부용찬의 짐을 덜어주기도 했다. 상대는 마테이와 김지한 등 강한 서브를 연속해서 구사했다. 이에 신호진, 차지환의 리시브 라인들이 부용찬을 도와 공을 살렸다. 부용찬도 이를 언급했다. 그는 “초반 좋은 경기력과 비롯해 팀원들이 리시브에서 도와줘 상대적인 부담감이 덜했다”고 회상했다.
턱 전체를 덮은 수염 또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부용찬은 “수염은 은퇴할 때까지 놔두려고 한다”며 웃었다. 예전 인터뷰 당시 ‘우승하면 밀 수도 있다’는 말을 넌지시 내뱉었던 부용찬은 생각이 바뀐 듯했다. 트레이드 마크로 남았는데 어떻게 밀겠냐는 말을 표정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멋쩍은 표정도 보였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며 부용찬은 어느덧 프로 데뷔 13년 차가 됐다. 베테랑의 위치에서 팀원들을 이끄는 그는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분위기도 좋아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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