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첫 경기 치른 송민근 “몸 상태,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좋다” [인터뷰 in 마나마]

국제대회 / 마나마/김희수 / 2023-05-15 15: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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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기다리던 유망주에게는 첫 국제대회의 압박보다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행복이 훨씬 더 컸다. 그리고 그것을 경기력으로도 드러냈다.

송민근은 지난 2022-2023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의 선택을 받았다. 중부대 시절 대학배구를 대표하는 리베로로 활약했던 데다 1라운더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졌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송민근에게 출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1경기·3세트 출전에 그쳤다. 주전 리베로로는 오은렬이 버티고 있었고,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기 위해 ‘윈 나우’를 해야 했던 대한항공으로서는 미완의 대기인 송민근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코트에 나설 순간만을 기다리며 준비하던 송민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이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장으로 삼겠다는 취지를 밝혔고, 송민근 역시 그 선수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송민근은 마침내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다. 대회 첫 경기인 14일(이하 현지 시간) 캔버라 히트(호주)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송민근은 주로 수비 상황에 투입됐고, 온몸을 던지는 디그로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의 환호성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리시브를 도맡은 오은렬과 함께 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며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 다음 날인 15일 오전 <더스파이크>와의 인터뷰에 응한 송민근은 “바레인에 와서 치른 첫 경기였는데, 승리로 장식해서 기뻤다”는 짧은 소감을 먼저 전했다. 수비 상황에 기용된 것에 대해서는 “제 리시브가 아직은 (오)은렬이 형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지금은 코트에 들어가는 자체가 좋기 때문에, 내 역할이 무엇이든 그 자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회 시작 전부터 이미 송민근을 대회 구상에 포함시킨 상태였다. 송민근은 “감독님이 이전부터 계속 바레인에서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시즌 중에 많이 못 뛰었다보니, 바레인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내 실력을 보여주자는 마음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게 나섰던 첫 경기에서의 경기력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는 “공이 다 손에 걸리긴 해서 좋았다. 다만 그걸 조금 더 섬세한 위치로 띄우는 부분을 더 잘해야 될 것 같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예 처음이다”라고 답한 송민근은 “사실 처음에는 좀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다른 팀들이 단기임대 선수를 데려올 정도로 대회에 진심이더라. 그걸 보면서 저 역시 대회에 대해 느끼는 무게감이 더 커졌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는 의젓한 답변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송민근은 바레인 현지에서의 생활에도 큰 어려움이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송민근은 여러 고충을 겪고 있었다. “혹시 현지 음식은 입에 좀 맞으시냐”며 역으로 질문을 던진 송민근은 "저는 현지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는다. 감자튀김이랑 케이크 정도 빼고는 잘 못 먹겠다. 다행히 한국에서 챙겨온 것들이 많아서 그걸로 끼니를 잘 챙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송민근은 층간소음으로도 고생 중이었다. “(손)현종이 형이랑 룸메이트인데, 둘 다 위층에 묵는 분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고생하고 있다. 새벽 다섯 시 정도만 되면 아이들이 계속 뛰어다닌다. 참다 참다 매니저님한테 조금만 자제시켜달라고 전달을 부탁드렸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컨디션에 문제가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송민근은 “다행히 몸 상태에는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좋다(웃음)”며 씩씩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바레인에 있는 한국 교민들은 캔버라 히트전에서 경기장을 찾아 대형 태극기와 함께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송민근은 “우리가 바레인에서 경기를 한다는 이유로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신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한 인터넷 라이브를 통해 한국에서 응원을 보낸 대한항공 팬들에게도 “한국 시간으로는 늦은 시간임에도 경기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서 승리를 챙겨보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송민근은 “남은 경기에서도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는 목표와 바람을 전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당차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살리고 있는 송민근. 그가 남은 경기들에서는 또 얼마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진_리파, 마나마/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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