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투혼’ 노란이 코트에 나서는 이유, “안 뛰면 허탈할 것 같아요”

여자프로배구 / 이보미 / 2025-04-06 1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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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뛰면 허탈할 것 같아요.” 정관장 리베로 노란이 통증을 참고 코트에 나서는 이유다.

정관장은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이다. 인천 원정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패했다. 선수들의 줄부상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월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 박은진이 발목을 다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3월 25일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염혜선이 오른 무릎 통증이 심해졌고, 3차전에서는 주전 리베로 노란이 등과 허리쪽 근육 통증으로 인해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 챔피언결정전에서 총출동했다. 이 악물고 뛰었다. 덕분에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정관장이 세트 스코어 0-2를 뒤집고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6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이 펼쳐진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노란도 마찬가지다. 고희진 감독은 노란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아버님이 운동을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독하게 잘 키우신 것 같다”면서 “많이 아픈데도 본인이 뛰겠다고 할 때부터 그 투지, 정신력이 대단하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노란은 “힘든 상황인데 이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고생이 고생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얘기를 하다보면 잘 풀릴 수 있다”면서 “지금은 경기에만 참여하고 그 외 시간은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담은 아니고 근육 손상이다. 훈련을 못 하고 있다. 진통제 주사를 맞을 때도 있는데, 약은 계속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도 몸을 날리는 노란의 수비는 백미였다. 그는 “플레이오프부터 챔프전까지 최대한 공을 떨어뜨리지 말자고 얘기를 했다. 아픈 것이 핑계가 될 수 없다.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부터 챔프전까지 빡빡하게 뛰었다. 난 체력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내가 좀 더 뛰고 파이팅 해주면서 분위기 살리려고 했는데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 감독이 전한 아버지 이야기에는 “스파르타식으로 운동을 했다. 학교에 나를 맡기셨다. 그래도 집에 가면 딸바보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까지 노란은 “누가 주변에서 뛰라고 강요하는 것은 없다. 뛰어야 될 것 같아서 뛰는 것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안 뛰면 허탈할 것 같다. 못 걷거다 너무 아픈 것이 아니면 무조건 뛰어야할 것 같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그렇게 정관장이 똘똘 뭉쳤다. 고 감독은 “V-리그 역사에 남을 감동적인 명경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관장이 대전에서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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