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MB 계보 잇는다, 경쟁으로 ‘윈윈’ 노리는 4인방
- 국제대회 / 이보미 / 2023-05-24 11:56:59
1999년생 박은진(KGC인삼공사), 2000년생 이주아(흥국생명), 2001년생 정호영(KGC인삼공사)와 이다현(현대건설)이 동시에 국제대회에 출격한다. 한국 여자배구 차세대 미들블로커라 불린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시작됐다.
2023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막이 오른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약 한 달간의 국내 훈련을 마친 뒤 지난 22일 VNL 1주차 경기가 열리는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떠났다. 소속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세자르 감독은 튀르키예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 양효진은 없다. 2021년 도쿄올림픽 이후 대표팀을 떠났다. 박은진, 이주아, 정호영, 이다현이 주전 미들블로커 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예정이다.
작년 국제대회에서는 이다현, 이주아의 출전 기회가 많았다. 정호영은 프로 데뷔 후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해 태극마크까지 달았고, 높은 신장과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호영은 작년 VNL 막판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박은진 역시 2021-22시즌 도중 발목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 작년 VNL 대회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9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연습 경기 도중 발목을 다치면서 눈물을 삼켰다.
다시 4명의 미들블로커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을 노린다.
이다현도 “소속팀에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양)효진 언니가 말해준다. 그런 이점이 있다. 대표팀에서는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조언을 얻으면서 윈윈이 되는 것 같다. 서로 부족한 점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직전 V-리그에서도 정호영, 이주아, 이다현은 블로킹 부문 TOP10에 이름을 올렸고, 이주아와 이다현, 박은진은 이동 공격 TOP10에도 포함됐다. 이다현은 서브에서도 리그 9위를 차지했다. 같은 포지션이라도 각자의 장점이 뚜렷한 4명의 선수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는 아웃사이드 히터의 공격 비중이 높았다. 도쿄올림픽 이후 바뀌었다. 일본 여자배구처럼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을 동시에 기용하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미들블로커 이동 공격을 빈번하게 시도하며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고자 했다. 올해는 후위 공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만큼 예전보다 미들블로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박은진, 이주아, 정호영, 이다현이 장소연(은퇴)-정대영(GS칼텍스)-김수지(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한국 여자배구 미들블로커 계보를 이을 전망이다. ‘젊은 피’ 4인방을 향한 기대감도 크다.
한편 이다현은 VNL을 앞두고 “작년에는 많이 졌고, 랭킹포인트도 깎였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준비 과정부터 발전한 것을 느낀다”면서 “높이나 파워에서 외국 선수들을 따라갈 수 없다. 다른 아시아 국가처럼 스피드로 승부를 봐야 한다. 살아남을 길이 그것밖에 없다. 똑같은 하이볼 상황에서 상대팀 2, 3명의 블로커가 따라오면 뚫을 수가 없다. 또 5세트 가서 지더라도 세트마다 랭킹포인트가 걸려있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올해 올림픽 예선에서 잘할 수 있도록 VNL에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FIVB 랭킹 23위 한국은 VNL 1주차 튀르키예(7위)-캐나다(14위)-미국(4위)-태국(15위) 일정을 마친 뒤 바로 브라질로 이동해 2주차 브라질(3위)-일본(6위)-크로아티아(27위)-독일(13위)전을 펼친다. 3주차는 한국 수원에서 열린다. 불가리아(16위)-도미니카공화국(9위)-중국(5위)-폴란드(10위)와 차례대로 격돌한다. VNL 상대팀 중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팀은 크로아티아가 유일하다. 최대한 승수를 쌓아 작년 12전 전패 수모를 씻겠다는 각오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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