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다른 현대건설과 정관장, 세밀함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했다
- 여자프로배구 / 원지호 / 2024-01-15 10:49:01
플레이부터 선수 구성까지 많이 닮은 두 팀의 맞대결은 집중력과 세밀함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됐다.
현대건설은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7) 승리를 거뒀다.
두 팀은 닮은 부분이 많다. 모든 로테이션에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다는 점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의 위치와 높은 미들블로커까지. ‘육각형’의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받는 두 팀의 경기는 항상 뜨거웠다. 하지만 이날은 세밀함의 차이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18득점)와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 12득점), 양효진(11득점)의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은 이다현(11득점)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이에 맞서는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13득점),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12득점), 이소영(12득점)이 주득점원으로 움직였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1위, 정관장은 5위로 순위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정관장이 현대건설을 만나면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팽팽한 경기가 예상됐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상대전에서 왼쪽 날개 공격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줄곧 출전 중인 위파위와 정지윤은 정관장만 만나면 힘들어했다. 공격 성공률은 평균 35~37%에 머물렀고, 블로킹에 걸리는 횟수나 범실 개수도 타 팀과의 경기보다 많았다.
경기 전 방송 인터뷰에서 강성형 감독도 이를 걱정하는 듯 “(팀의) 공격력이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왼쪽 공격 대신 모마를 적극 활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모든 세트에서 초중반까지는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두 팀의 육각형 크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탄탄한 기본기를 동반했다. 45.61%의 리시브 효율로 37.68%를 기록한 정관장에 앞섰다. 서브와 블로킹에서도 각각 11-4, 6-2로 압도했다.
또 이날 경기 세트 중후반 정관장의 추격을 뿌리치고 달아날 때마다 가장 돋보였던 건 디그 후 플레이였다. 기록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두 팀 간의 차이는 극명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전, 후위 가릴 것 없이 양 날개 공격수에게 부담 없이 연결했고, 이는 좋은 공격으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그렇게 분위기를 살리고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러나 정관장은 달랐다. 이번 경기 디그 개수는 58-52로 현대건설에 앞서는 등 수비 지표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연결 과정이 불안했고, 공격 처리를 주로 맡았던 메가와 이소영이 누워서 때리거나 밀어 넘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팀에는 역대 통산 14,000개의 세트를 성공시킨 베테랑 세터 염혜선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연결을 도맡을 순 없었다.
물론 범실을 수치로 따져보면 현대건설도 적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총 11개의 범실을 기록했고, 12개의 정관장과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범실’, 그리고 ‘범실의 타이밍’이 정관장의 발목을 잡았다. 정관장은 20점에 다가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결국 세트 승리를 위한 집중력이 부족했고, 나쁘지 않은 경기력에도 3-0이라는 세트스코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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