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12차례 트레이드의 숨은 얘기를 털어놓다

남자프로배구 / 김종건 / 2023-06-05 0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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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자리 비움. 팀의 밸런스 등 감독이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이유는 많다

 

우리카드는 2023년 V-리그 비시즌에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팀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세터 황승빈을 놓고 여러 팀과 얘기가 오갔다. FA(자유계약선수) 나경복을 데려왔지만 2023-2024시즌 주전 세터 황택의 없이 견뎌야 하는 KB손해보험이 트레이드 상대였다. 5월 25일 우리카드는 황승빈을 넘겨주고 한성정을 영입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팀 사정상 선택은 뻔했다. 게다가 그는 병역 면제 선수다.

결정은 오래전에 이뤄졌지만, 최종 발표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효자 선수 이미지의 한성정이 떠난 뒤 나올 비난 여론을 걱정했다. 한성정의 우리카드 컴백이 결정되면서 팀을 떠날 선수가 생겼다. 송희채였다. 비슷한 역할의 선수를 2명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송희채에게 가장 어울리는 팀은 OK금융그룹이었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 레오를 보유했지만, 리시브 불안으로 고민이 많았다. 동기 송명근과 주고받기로 얘기를 마쳤다. 퍼즐은 맞춰졌지만 OK금융그룹은 최종 발표를 앞두고 독특한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마지막 변수였다. 송희채의 연봉협상을 우리카드에서 끝마쳐달라고 했다.

 

 


우리카드와 송희채가 연봉협상을 하던 도중 OK금융그룹 실무자가 송희채를 직접 만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송희채는 우리카드의 선수였다. 그 면담에서 연봉이 정해졌고 5월 26일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이처럼 트레이드는 짧은 발표문 속에 담지 못한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트레이드가 결정된 팀은 새로운 구성원과 조직력을 처음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 그래서 힘든 일을 신영철 감독은 우리카드에서 무려 12번이나 했다. 해마다 용감하게 선수를 바꾸고 어김없이 팀을 봄 배구에 올려놓는 그의 놀라운 능력에 응원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능력자라며 찬사를 보낸다. 반면 감독이 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본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왜 그는 선수를 바꾸는 것일까.

신영철 감독이 우리카드에서 했던 첫 번째 트레이드는 2018년 10월 1일에 나왔다. 한국전력에서 윤봉우를 받고 신으뜸 조근호를 줬다. 키워드는 변화였다. “우리카드를 처음 맡고 나서 변화가 필요했다. 판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배구팀은 사람이 운영한다. 일단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는지를 먼저 파악했다. 나는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달라져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변화를 선택했다.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한 트레이드였다.”

 


2018년 11월 10일. 시즌 도중에 최홍석을 주고 노재욱을 받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카드는 2승 5패로 5위, 한국전력은 개막 7연패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최홍석은 우리카드의 프랜차이즈 선수이자 기둥이었다. 노재욱은 FA로 팀을 떠난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고 나서 7경기를 뛴 때였다.

신영철 감독이 밝힌 그 트레이드의 키워드는 육성과 자리 비움이었다.
“최홍석이 나가야 기대주 나경복을 키울 수 있었다. 그 자리를 지키던 베테랑이 있으면 새로운 선수를 키울 수 없다. 선수를 모두 데리고 있으면 감독은 좋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생긴다. 주변에서 말이 많아지고 뛰지 못하는 선수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선수도 각자의 인생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는 없다. 다른 팀에서 필요하다면 보내줘야 한다. 감독은 그런 것까지 고려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지나가는 한 마디에 상처가 된다.”

 

 

우리카드 부임 첫해 팀을 처음으로 봄 배구로 이끈 감독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2차례의 변화를 결정했다. 첫 번째는 KB손해보험과의 3-3 트레이드였다. 박진우 김정환 구도현을 보내고 하현용 이수황 박광희를 받았다. 핵심은 박진우와 하현용이었다. 당시는 젊은 기대주 박진우를 보내고 30대 중반의 하현용을 받는 것이 손해라고 봤다. 하지만 이후 기록은 신영철 감독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하현용은 2019-2020시즌 94득점 27블로킹으로 자신의 시즌 평균에 한참 뒤졌지만 2020-2021시즌 267득점, 81블로킹으로 처음 베스트7에 뽑히는 등 2년간 최고의 활약을 했다.

노재욱이 오면서 우리카드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베테랑 세터 유광우의 역할이었다.
결국 2019년 9월 2일 대한항공에 현금 트레이드로 넘겼다. 신영철 감독은 “유광우가 우리 팀에 계속 있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우리 팀의 리시브가 흔들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유광우보다는 젊고 활동폭이 넓은 세터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또 노재욱이 군에 가면 어린 하승우를 키워야 하는데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베테랑을 내보내고 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29일 우리카드와 삼성화재는 노재욱 황경민 노재욱 김광국을 주고 송희채 류윤식 이호건을 받는 4-3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은 고희진 감독과 처음으로 성사시킨 트레이드였다. 여담이지만 황경민의 자리에는 한성정이 들어갈 뻔했다.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던 중 신영철 감독은 “두 사람 가운데 원하는 선수를 먼저 고르라”고 했다. 이례적이었다. 시간이 지나 황경민은 FA선수로 삼성화재를 떠났다. 한성정은 2021년 12월 26일 KB손해보험과 벌어졌던 2-2 트레이드(2라운드 지명권+한성정, 김재휘+김동민)로 팀을 떠났다가 이번에 황승빈의 트레이드 상대로 다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박진우는 나경복의 보상 선수로 우리카드에 유턴했다. 좁은 V-리그 세상에서 돌고 도는 인생을 실감한다.

신영철 감독이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팀의 밸런스다.
포지션마다 선수들이 분담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필요한 퍼즐을 채우는 방법은 트레이드와 FA선수 영입뿐이다. 머니볼을 추구하는 우리카드는 다른 구단만큼 많은 돈을 써서 선수를 데려올 형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트레이드뿐이다. 사실상 한성정과 김재휘를 주고받는 트레이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신 감독은 “팀에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중앙을 보강하기 위해서 한성정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호근을 삼성에서 데려오는 트레이드는 노재욱이 군에 가고 하승우는 미완성이라 한 시즌을 믿고 맡길 수 없어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2022년 11월 12일 현대캐피탈에게 2024-2025시즌 1라운드 지명권과 이적료 1억5000만원을 주고 박준혁을 영입한 것도 중앙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부상 중인 김재휘의 복귀가 예상외로 길어지자 어쩔 수 없이 택한 결정이었다.

 

 

해마다 빅딜로 배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신영철 감독은 2022년 비시즌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4월 26일 삼성화재와 또 한 번의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하현용 류윤식 이상욱 이호건 홍기선을 주고 황승빈 이승원 정성규를 받았다. 협상의 파트너는 김상우 감독이었다.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던 하승우가 있지만, 황승빈을 영입했다. 물론 새로운 고민도 떠안았다. 2명 세터의 교통 정리가 필요했다. 모두가 우리카드의 다음 행보를 기다렸다.

순천 KOVO컵 때였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는 같은 숙소를 썼다. 한국전력의 새 지휘봉을 잡은 권영민 감독은 팀의 봄 배구를 위해서는 세터 보강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신영철 감독은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권영민 감독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권 감독,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이 있어?”. 그 말을 시작으로 트레이드 얘기가 오갔다. 8월 31일 한국전력과 2-2 트레이드(하승우 장지원-오재성 김지한)가 발표됐다.


 

신영철 감독은 “황승빈을 데려온 것은 하승우보다 기량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때 다년 계약을 하자고 했는데 황승빈이 1년만 계약한 뒤 실력을 검증받겠다고 했다. 한국전력과의 트레이드는 나경복이 군에 입대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공격수를 보강할 필요가 있어서 김지한을 영입했다. 이상욱이 빠져나간 리베로 자리도 보강하려고 오재성을 선택했다”고 2차례 트레이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잦은 트레이드에 팀보다 선수를 응원하던 팬의 반응은 좋지 않다. 신영철 감독도 그 불만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팀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감독의 역할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트레이드의 뒷얘기를 설명하던 도중에 의미심장한 말을 자주 했다. 키워드는 생각의 중요성과 책임감, 역지사지와 운동하는 사람의 자존심이었다. 신영철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은 <더스파이크> 7월호에 실린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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