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에 맞닥뜨린 428cm의 철벽 [현장 프리뷰]

국제대회 / 마나마/김희수 / 2023-05-1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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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 만나는 것만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대한항공이 16일(이하 현지 시간) 이사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 A조 예선에서 자카르타 바양카라(인도네시아)에 세트스코어 1-3(28-30, 17-25, 25-22, 21-25)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승점 추가에 실패한 대한항공(승점 6점)은 자카르타(7점)에 이어 A조 2위로 상위 라운드를 향하게 됐다.

대한항공과 상위 라운드에서 함께 묶일 C조에서는 산토리 선버즈(일본)와 바양홍고르(몽골)가 각각 1, 2위로 조별 예선을 통과했다. 자카르타, 대한항공, 산토리, 바양홍고르는 E조로 재편성돼 준결승에 오를 두 팀을 다시 한 번 가린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A조에서 치른 자카르타와의 경기 결과가 E조로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1패를 안고 출발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게다가 일정 상 산토리를 먼저 만나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산토리는 상위 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대한항공전에 100%의 전력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승에 도전하려면 산토리는 언젠가 만나서 꺾어야 하는 상대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다. 만약 산토리가 2승을 챙긴 뒤에 대한항공과 만나는 일정이었다면 진행 상황에 따라 준결승 진출을 확보해놓고 조금은 느슨한 전력으로 나섰을 수도 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1패를 안은 채로 치르는 경기기 때문에 지면 끝이라는 부담감이 대한항공 선수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

만약 대한항공이 산토리에 패하면,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산토리가 3승을 거두고 나머지 세 팀이 1승 2패로 맞물리는 상황이 돼야 한다. 이 상황이 만들어지려면 1) 18일에 바양홍고르가 자카르타를 꺾어야 하고, 2) 19일에 산토리가 자카르타를 꺾어야 하고, 3) 19일에 대한항공이 바양홍고르를 꺾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선행돼야 한다. 심지어 이렇게 된다 해도 승점과 세트 득실에서 밀리면 준결승에 오를 수 없다. 산토리전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이유다.
 

산토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높이다.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미들블로커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는 산토리에서는 주로 아포짓으로 나선다. 218cm의 압도적인 신장은 대한항공 날개 공격수들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앙 역시 만만치 않다. 중국 국가대표팀 주전 미들블로커 펭 쉬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펭 쉬쿤 역시 210cm의 뛰어난 높이를 가진 선수로, 속공과 블로킹 모두 대한항공 선수들에게는 부담스럽다.

대한항공이 도합 428cm의 두 철벽을 뚫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와 다양한 공격 코스 활용이 필수다. 힘과 높이로 맞불을 놔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 또한 효과적인 서브 공략도 중요하다. 완벽한 타점으로 세팅된 무셜스키의 직선 공격이나 펭 쉬쿤의 속공은 사실상 유효 블록을 만들기가 어렵다. 날카로운 서브로 산토리의 리시브를 흔들어서 무셜스키와 펭 쉬쿤을 향하는 패스가 들쑥날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펭 쉬쿤이 전위일 때 짧게 떨어지는 서브로 펭 쉬쿤을 리시브에 가담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면 더 좋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회 시작 직전 인터뷰를 통해 “일본 리그에 있을 때 무셜스키를 여러 차례 상대해봤다. 공략법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 그 공략법을 이행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과연 틸리카이넨의 무셜스키 공략법은 대한항공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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