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의 악령 떨쳐낸 이승준. 이제는 V-리그를 정조준한다 [도드람컵]
- 남자프로배구 / 구미/김희수 / 2023-08-12 05:00:01
끝이 보이지 않던 회복과 재활의 시간을 견뎌낸 이승준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에게는 값진 순간이었다.
현대캐피탈이 11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B조 예선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1(25-20, 18-25, 25-22, 25-22)로 꺾었다. 이미 준결승 진출은 좌절된 팀끼리의 경기였지만, 양 팀은 각자의 이유로 승리를 원했고 그 주인공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이날 선발 아포짓으로 나선 이승준은 50%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팀 내 최다인 28점을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전위에서 18점, 후위에서 9점을 터뜨렸고 서브 득점도 1점을 올렸다. 범실이 16개로 다소 많았지만 30.36%의 준수한 공격 효율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후 이승준을 인터뷰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수줍은 듯 밝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에 임한 이승준은 대회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전역 이후에 부상이 잦아서 훈련 참여를 제대로 못했었고, 이제 조금씩 끌어올리는 단계였다. 남은 비시즌 동안 준비 잘 해서 다가오는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실제로 이승준은 현대캐피탈에서 실전을 소화한 시간이 많지 않다. 잦은 부상 탓에 늘 회복과 재활에 시간을 쏟은 것. 이제야 코트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이승준은 “아직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의 몸 상태를 냉정히 평가했다. 이날 경기 막바지에 다리에 경련이 올라오기도 한 이승준은 “경련이 올라온 것도 몸이 덜 만들어진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체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승준의 본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팀 사정 상 아포짓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아마추어 때부터 선 자리라 익숙한데, 아포짓에서는 아무래도 오른손잡이라 그런지 공격 위치를 잡기가 조금 불편하다.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현대캐피탈은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 모두 선수층이 두터운 팀인 만큼, 이승준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포짓 자리에 대한 적응력을 더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승준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포짓이든 아웃사이드 히터든 잘 준비해서 선의의 경쟁에 임하고 싶다. 내 장점은 점프력이다. 장점은 잘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잘 보완하면서 잘 경쟁해보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지만, 기나긴 재활을 견뎌내고 다시 코트에 선 이승준에게는 그조차도 소중한 순간들일 것이다. 과연 이승준이 시즌에 돌입한 뒤에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_구미/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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