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감정적이었다” - “집중력이 필요하다” 수원의 황금 OH 듀오가 남긴 ‘폭풍 피드백’

남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4-02-02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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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점 3점을 땄지만 임성진과 타이스는 만족을 몰랐다. 오히려 아쉬웠던 경기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열띠게 이어갔다.

한국전력의 빛나는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임성진과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는 명실상부 팀의 핵심 자원이다. 두 선수가 동시에 폭발하면 한국전력은 경기를 쉽게 풀어간다. 반대로 두 선수가 동시에 부진하면 경기의 활로를 찾기가 어렵다. 4라운드를 3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두 선수의 맹활약이었다.

길었던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각자의 역할을 준수하게 수행했다. 타이스는 22점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임성진이 18점으로 뒤를 든든히 받쳤다. 타이스는 42.59%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졌고, 임성진은 48%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각자의 역할을 잘 해준 두 선수의 활약 속에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1(25-23, 25-22, 15-25, 25-22)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타이스는 “일단 이겨서 기쁘다. 하지만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집중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표했고, 함께 들어온 임성진 역시 “브레이크 이후의 경기다보니 어느 정도 어수선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서 분위기를 넘겨주는 상황들이 많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라는 복합적인 소감을 전했다.

타이스의 경기에 대한 피드백은 계속됐다. 이날 경기 도중 커버 플레이나 위치 선정에서 범실이 나올 때마다 격하게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 타이스는 “경기를 하다 보면 범실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범실의 종류다. 이번 경기는 커버 플레이나 하이 볼 패스, 수비 위치 선정 등이 너무 안 된 경기였기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들이 많았다. 그럴 때 화를 내고 나서 그걸 에너지로 삼기도 하지만, 이런 실수들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임성진 역시 아쉬웠던 장면을 돌아봤다. 그는 2세트 15-14에서 벌어진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의 세 차례 전위 맞대결에서 3연속으로 블로킹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멋쩍게 표정을 찡그린 임성진은 “블로킹을 당했더라도 조금 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일한 공격을 하다가 걸렸다는 것 자체에 너무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플레이한 것 같다”며 냉철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지적했다. 그는 “다행히 이후에는 형들과 코치님들이 지나간 일이니까 잊고 잘 해보자고 말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후일담도 함께 전했다. 


물론 두 선수가 인터뷰 내내 힘들고 아쉬웠던 이야기만을 한 것은 아니다. 이날 20점 이후의 클러치 플레이를 책임진 것에 대해 타이스는 “그게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웃음). 나는 그런 순간마다 항상 준비가 돼 있고,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동료들을 믿고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고, 임성진은 신인 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계속 배구 생각만 했다. 더 노력하려고 했고 더 잘하려고 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아웃사이드 히터답게 희생하는 플레이, 잔잔한 플레이를 잘 해내고 싶다”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임성진을 향한 타이스의 애정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었다. 타이스는 “(임)성진이는 어리지만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다. 그가 경기 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서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서)재덕, (신)영석, 나 같은 베테랑들이 책임감을 짊어질 테니, 성진이는 그냥 나름의 최선을 다해주기만 하면 된다”며 임성진을 격려했다. “나는 성진이를 좋아한다. 그는 최고로 잘생긴 선수”라는 유쾌한 외모 칭찬도 빼먹지 않았다.

끝으로 두 선수는 올스타전에서 개인상을 휩쓸며 총 400만원의 상금을 얻은 신영석을 향한 익살스러운 멘트를 남겼다. 타이스는 “영석이 선수들에게 꼭 선물을 사야 한다는 내용을 꼭 기사에 적어 달라”며 취재진에게 귀여운 청탁을 했고, 임성진은 “구단 유튜브 컨텐츠에 영석이 형이 홈경기 때 관중들에게 커피차를 쏠 거라고 말해뒀다”며 신영석의 역조공을 예고했다.

경기에서 이긴 뒤에도 냉정하게 스스로의 플레이를 돌아보는 임성진과 타이스의 인터뷰에서는 프로페셔널함과 올곧음이 느껴졌다. 남은 열 한 경기에서도 두 선수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멋진 플레이들을 만들어 간다면, 한국전력의 전진과 상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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