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과는 달리, 정지윤과 위파위는 버텼고 양효진은 ‘후위 지옥’에서 돌아왔다
- 여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4-01-11 06:00:53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던 18일 전의 5세트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양효진이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만 보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가장 최근에 패배를 맛본 경기는 지난해 12월 23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치른 IBK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였다.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였고,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가장 중요했던 5세트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유는 양효진이 이른바 ‘후위 지옥’에 갇힌 탓이었다. 당시 2번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한 양효진은 0-2에서 황민경의 서브가 아웃된 뒤 서브를 구사하고 후위로 물러났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정지윤의 공격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경기에서 양효진이 후위로 내려가자, 현대건설이 이렇다 할 득점 루트를 찾지 못하고 속절없이 연속 실점을 한 것. 로테이션이 돌고 돌아 양효진이 다시 전위로 돌아왔을 때, 점수는 이미 4-12가 돼 있었고 결국 현대건설은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리고 18일 뒤인 2023년 1월 10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두 세트씩을 주고받으며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다만 양효진은 이번에는 2번이 아닌 3번 자리에서 5세트를 맞았다. 양효진은 3-1에서 서브를 구사했고, 이 서브는 유서연의 퀵오픈으로 한 번에 마무리되며 양효진은 후위를 향했다.
양효진은 첫 번째 ‘후위 지옥’에 그리 오래 갇혀 있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3R IBK기업은행전에 비해 원활하게 사이드 아웃을 만들며 7-8에서 다시 전위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비는 두 번째로 후위를 향할 때였다. 양효진은 11-11에서 한미르에게 자신의 서브를 맡기고 후위를 향했다. 점수를 고려했을 때 현대건설이 단 한 번이라도 연속 실점을 하면 다시 전위로 돌아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18일 전과 달랐다. 공격수들의 컨디션도, 5세트에 임하는 집중력도 훨씬 더 좋았다. 특히 정지윤과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의 역할이 컸다. 정지윤은 11-12와 12-13에서 연달아 동점을 만드는 득점을 터뜨리며 양효진의 로테이션을 전위 쪽으로 한 칸씩 잡아당겼고, 5세트 초중반에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던 위파위도 13-14에서 김지원 쪽의 직선 코스를 적절히 공략하며 결정적 득점을 올렸다.
정지윤과 위파위의 천금 같은 득점으로 현대건설은 GS칼텍스의 매치포인트를 지웠고, 현대건설의 최종병기 양효진은 또 한 번 ‘후위 지옥’에서 탈출해 전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양효진은 곧바로 GS칼텍스의 숨통을 조였다. 14-14에서 오세연의 오픈 공격을 깔끔한 타이밍의 단독 블로킹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15-15에서도 특유의 노련하고 여유로운 공격으로 점수를 만들며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양효진은 18-17에서 서브 라인에 섰고,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의 공격을 이다현이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양효진이 ‘후위 지옥’에 세 번째 갇히는 일은 없었다. 5세트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18일 전의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그날의 뼈아팠던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대건설의 구성원 모두가 제 역할을 했다. 정지윤과 위파위는 꼭 필요했던 사이드 아웃을 만들며 양효진을 조금씩 전위로 끌어올렸고, 양효진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올라온 전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이다현은 양효진의 세 번째 ‘후위 지옥’ 입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양효진의 출발 위치를 2번에서 3번으로 옮긴 강성형 감독의 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실패했던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한 노력이 이처럼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현대건설이 V-리그 여자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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