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대 OH 출신’ 오기노 감독, OK의 수비 강화 과제 안았다

남자프로배구 / 이보미 / 2023-05-31 07: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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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시즌을 앞두고 V-리그 4번째 현직 외국인 사령탑이 탄생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와 페퍼저축은행의 아헨 킴(미국) 감독에 이어 OK금융그룹의 사령탑으로 일본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출신인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V-리그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창단된 OK금융그룹은 2014-15, 2015-16시즌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이후 팀 최고 성적은 시즌 통산 3위다. 2020-21시즌에는 5년 만에 봄배구 무대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꺾지 못하고 최종 3위에 랭크된 바 있다. 지난 두 시즌은 모두 5위로 마쳐야만 했다.

결국 OK금융그룹은 석진욱 감독과 결별을 했다. 지난 29일에는 “창단 10주년에 발맞춰 혁신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져가고자 했고, 이를 위해 처음부터 외국인 감독을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선정했다. 한국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도 있는 인물을 찾은 결과 오기노 감독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며 “현재 팀에 부족한 기본기와 수비 조직력을 채워줄 수 있는 감독이다”며 오기노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유럽 배구에 정통한 감독들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 혹은 한국 배구를 잘 아는 감독도 물색했다. 결론은 오기노 감독이었다.

OK금융그룹은 2018-19시즌부터 직전 시즌까지 5년 동안 팀 리시브, 디그 수치를 합한 수비 부문에서 팀 순위 6,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보유했고, 세터 이민규와 곽명우를 보유하면서 나쁘지 않은 전력을 구축했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그동안 ‘살림꾼’ 역할을 해줄 아웃사이드 히터가 보이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선수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OK금융그룹이 보유한 외국인 선수 레오와 201cm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의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수비 안정이 뒷받침돼야 했다. 특히 국내 공격수들의 결정력을 끌어올리려면 수비 조직력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 보강이 필요했다. 이에 OK금융그룹은 우리카드와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 히터를 교환했다. 공격력이 좋은 송명근을 내주고, 경험이 풍부한 송희채를 데려왔다.




OK금융그룹이 감독 선임과 함께 ‘수비 조직력’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탄탄한 기본기를 토대로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을 선보인다. 국제 대회에서도 그 경쟁력은 입증됐다. 또 일본에서는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일관성 있는 지도법에 따라 훈련이 진행된다. 기본기까지 중시하기 때문에 선수들 실력 편차도 크지 않다.

오기노 감독도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로 일본 남자배구팀에서 활약했다. 198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일본의 산토리 선버즈 소속으로 뛰었다. 대표팀에 발탁돼 1992년 바르셀로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한 바 있다. 38세의 나이로 두 번째 올림픽을 경험한 것이다. 1990년, 1998년, 2006년 세계선수권 무대도 밟았다. 오기노 감독 역시 수비 조직력을 강조했다. “팀의 기둥이 되는 수비를 강화해 모든 공격 채널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일본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이다.

2010년까지 현역 선수 생활을 한 오기노 감독은 은퇴와 동시에 산토리 선버즈 지휘봉을 잡았다. 2010~2012년, 2017~2019년 두 차례 친정팀 사령탑으로 지냈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 남자배구 금메달을 획득한 브라질에서 1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기도 했다. 2017년 산토리 선버즈 복귀 당시 오기노 감독은 “프로와 유스 등 폭넓은 지도 현장을 봤고, 소통을 통해 팀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지도 기술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엄격하기만 했던 오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OK금융그룹과 손을 잡은 뒤에도 오기노 감독은 소통을 강조했다.

올해 새롭게 시행된 아시아쿼터부터 외국인 선수 선발, 트레이드까지 변화가 적지 않은 OK금융그룹이다. 외국인 선수로는 레오와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첫 아시아쿼터를 통해서는 몽골 출신의 197cm 미들블로커 바야르사이한을 지명했다. 감독 선임 공식 발표 전이었지만 오기노 감독의 의견도 반영됐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지난 30일 더스파이크와의 통화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업무 공유를 했고, 5월 초부터 결정을 했다. 앞으로 꾸려나갈 팀에 대한 방향을 그릴 수 있도록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오기노 감독은 OK금융그룹 지휘봉을 잡기 직전까지 산토리 선버즈 앰버서더로 활동했다. 산토리 선버즈도 지난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기노 감독의 한국행 소식을 알렸다.

OK금융그룹과 계약 기간은 6월 1일부터다. 그럼에도 오기노 감독은 5월 중순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입국해 선수들과 상견례를 했고, 코칭스태프 구성도 마무리 지었다. 31일 다시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훈련하는 과정도 지켜보셨다.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선수들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팀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기노 감독에게 우선적으로 ‘수비 강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어떤 전략으로 이를 해결하고, 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사진_일본 V.리그 홈페이지, 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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