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의 터널 속 한국도로공사, 내일과 내년이 기대되는 마무리 나선다 [V-리그 중간점검⑫]

여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4-01-26 06: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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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길게 숨을 고르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가 남은 두 라운드를 치르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20일부터 10일 간의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배구가 없는 하루를 선수들도, 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보낸 끝에 올스타 브레이크도 어느덧 후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쉽지 않은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역시 충분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남은 두 라운드를 준비했다. 지난 2022-2023시즌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도로공사지만, 이번 시즌에는 4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6위에 머물러 있다. 과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의 이번 시즌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갔는지 돌아보고, 남은 두 라운드 역시 전망해본다.


풀릴 듯 풀리지 않은 숙제들, 그러나 무시할 수 없었던 저력
한국도로공사의 이번 시즌은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고난이 예정돼 있었다. 기적의 우승을 일궜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박정아는 페퍼저축은행으로, 정대영은 GS칼텍스로 이적했고 외인 교체 성공 사례를 쓴 캐서린 벨 역시 V-리그를 떠났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김종민 감독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대영의 빈자리는 페퍼저축은행과의 우여곡절 많았던 선수 거래를 통해 최가은을 영입하며 메웠고,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최대어였던 미들블로커 김세빈을 지명하는 데 성공했다. 박정아의 빈자리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을 지명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커버를 기대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하고 나니 한국도로공사는 맞추기 까다로운 퍼즐을 맞춰야 하는 팀이었다. 주전으로 투입돼야 하는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타나차‧문정원이 모두 아포짓을 선호하는 선수들이라서 날개 구성을 짜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부키리치의 화력 극대화를 위해 좁은 범위라도 리시브에 가담해줘야 했던 타나차가 리시브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이에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자리를 다양하게 이동시켜보기도 하고, 아예 전새얀‧이예림‧고의정‧신은지 등을 기용하며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고, 이 문제는 시즌 내내 한국도로공사를 괴롭혔다.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부진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히 이예림이 공수에서 한 층 발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에 따른 다양한 교체가 어느 정도 수월해진 덕에, 4라운드에는 보다 나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숙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도로공사 특유의 끈질기고 단단한 팀 컬러는 여전했고, 이를 앞세워 낮은 순위에 비해 승점 관리는 준수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봄배구 진출을 노리고 있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역시 “유독 한국도로공사와 경기를 하면 경기가 어렵다. 만나기 싫은 팀”이라며 한국도로공사의 저력을 경계한 바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임명옥-문정원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리시브가 있다. 4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리시브 효율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 바로 한국도로공사다(40.62%, 2위 GS칼텍스 38.73%).

최고의 기대주였던 김세빈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총 23경기‧87세트에 출전해 120점을 올린 김세빈은 블로킹 7위‧속공 14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시간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재능과 충분한 기회를 발판삼아 좋은 미들블로커로 성장하고 있는 김세빈이다.



내일이, 또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을 만들기 위한 마무리
사실 남은 두 라운드는 한국도로공사로서는 동기를 얻기가 쉽지 않은 라운드일 수도 있다. 이제 와서 본격적으로 봄배구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다소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 남은 라운드에서 전패를 당하지 않는 이상은 불명예스러운 최하위로 떨어질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배구를 이번 시즌만 하고 마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뒤 아시아배구연맹(AVC) 클럽선수권에도 참가할 예정이고, 그 대회가 끝나면 컵대회와 다음 시즌이 또 다가온다.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무궁무진한 것. 따라서 그들에게 남은 두 라운드는 이번 시즌의 잔여 경기임과 동시에 다음 스텝을 성공적으로 밟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우선 시즌 내내 풀지 못했던 숙제를 남은 두 라운드에는 풀어봐야 한다. 물론 부키리치, 타나차와 다음 시즌에도 동행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적화되지 않은 선수 구성 속에서도 답을 찾는 방법을 익혀야 나중에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려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범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 4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여자부 최다 범실을 기록한 팀이다(473개). 특히 블로킹 범실이 유독 많은 것이 눈에 띈다(34개, 공동 2위 IBK기업은행-현대건설 24개). 블로킹 상황에서의 네트터치를 줄이기 위해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김세빈을 제외한 다른 젊은 선수들의 약진도 필요하다. 특히 이름이 같은 두 유망주 신은지와 박은지의 역할이 조금 더 커진다면 잔여 시즌 팀 운용은 물론 다음 시즌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선수 모두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찾아올 기회들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상술한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다면 한국도로공사는 내일이, 나아가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이제 남은 두 라운드는 그 힘이 코트 위에서 경기력과 정신력으로 승화될지를 지켜볼 시간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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