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게 답일 것이다” 4,0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빛난 레이나의 프로 의식
-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4-01-08 06:00:33
페퍼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000명의 팬들 앞에서 레이나가 자신의 실력과 프로페셔널함을 제대로 발휘했다. 노력이 정답인 것 같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퍼포먼스였다.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는 흥국생명의 아시아쿼터 선수로 도드람 2023-2024 V-리그를 소화하면서 지금껏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코트를 거의 밟지 못하며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봤지만, 최근에는 준주전급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팀의 핵심 자원이 됐다. 그런가하면 드래프트 당시에는 아포짓 자원으로 분류된 선수였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심지어 중도에는 미들블로커 역할까지 소화했었다.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며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는 레이나는 7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의 4라운드 여자부 경기에서 좋은 활약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블로킹 1개 포함 15점을 터뜨렸고, 범실은 두 개 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공격 성공률도 43.75%로 준수했다. 특히 흥국생명이 8점 차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2세트에 2점 차를 만드는 연속 득점과 동점-역전을 만드는 연속 득점을 모두 책임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코트 위에서 방송사 인터뷰를 먼저 소화한 뒤 인터뷰실을 찾은 레이나는 “우선 이겨서 기쁘다. 승점 3점을 챙기면서 팀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좋다”고 담백한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실에 들어오기 전 진행된 방송사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1세트 때 이고은에게 블로킹을 내줬는데, 그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내준 실점이었다고 생각해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이후에 MVP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 그 정도로 잘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더 미안했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레이나의 겸손한 심성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느껴졌다. “이번 경기는 초반부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득점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경기를 돌아본 레이나는 “나는 아직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공격 코스를 만드는 것도 잘 못하는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하고 요령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의 자신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부담은 항상 느낀다”고 답한 레이나는 “내 마음대로 내 포지션을 고를 수 있다면 아포짓에서 뛰고 싶기도 하다. 그걸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로 나서고 내가 세터 대각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라며 솔직한 자신의 선호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레이나는 여러 포지션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그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을 경험해본 것은 큰 도움이 됐다.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블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 다시 날개 공격수로 나서면서도 미들블로커들과 블록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미들블로커로 나서본 경험이 긍정적이었음을 전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레이나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고, 배구 외적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가진 선수”라는 평가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해줘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레이나에게도 반대로 아본단자 감독은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다.
그는 “감독님은 TV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정말 열정적이고 확고한 스타일을 갖추고 계신 분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지도해주실 때도 많은 칭찬과 지도를 해주신다”며 아본단자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인인 자신이 한국에서 유럽 사람인 아본단자의 배구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묻는 질문에는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선수다. 특별히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며 프로페셔널한 대답을 내놨다.
이날 페퍼스타디움의 4,000석 좌석에는 팬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번 시즌 광주에서의 첫 매진 사례다. 그 중에서는 레이나와 흥국생명을 응원하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원정 팬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레이나에게 원정 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했다. 그는 “광주뿐 아니라 어디든 찾아와주시는 원정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승리를 선물해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안도감이 섞인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순간까지도 팬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돋보이는 레이나와의 인터뷰였다.
사진_광주/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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