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해지기 위해 묵묵히 거쳐야 할 시간, 그럼에도 이소영의 시계는 흐른다

여자프로배구 / 김예진 기자 / 2025-03-02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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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함은 쉽게 알아볼 수 없다. 외부의 시선 혹은 판단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해 걸어가야 한다. 때로는 오해를 사기도 쉽다. 그러나 이번 시즌 이소영은 계속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맞이했다. 우승 향한 열망으로 정관장을 떠나 IBK기업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2012-13시즌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이소영이 2021-22시즌 정관장으로 팀을 옮긴 것에 이어 두 번째 이적이었다.

그러나 이소영의 우승을 향한 갈망을 가로막은 것은 부상이었다. 이소영은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첫 경기 이후 오른쪽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며 후위에 교체로 투입되기만을 반복했다. 통증은 정규리그가 시작된 뒤에도 계속됐고 결국 이소영은 시즌 후반부까지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이번 시즌 이소영은 본인의 전체 누적 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들 예정이다. 현재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은 본인의 통산 공격 성공률인 38.04%를 한참 밑도는 25.86%에 불과하다. 또 세트당 블로킹과 서브 성공 개수 역시 반 넘게 줄어들었다. 정관장에서 뛴 세 시즌 동안 부상이 있었던 마지막 시즌에도 20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과는 달리 현시점을 기준으로 59득점만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을 것은 이소영 본인이다. 타인의 질타도 계속되는 부진으로 인한 자책도 모두 자신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맞대결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둔 뒤 만난 김호철 감독 역시 같은 얘기를 전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소영이 눈물을 보였다는 말에 “(이)소영이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할 것이다. 아마 많이 울 것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이소영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했다. “많은 팬과 사람들이 질타하고 얘기를 얹는다. 그러다 보니 마음고생이 많이 심한 상황이다.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과 통화도 하지 않는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자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거절하기도 한다”는 김 감독의 말에서는 이소영이 견뎌온 시간을 엿볼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언급했듯 이소영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 후 구단 자체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소영은 팬들 앞에서 승리 소감을 전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많은 감정이 북받친 듯 펑펑 울었던 이소영은 인터뷰실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눈시울이 붉은 모습이었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 내내 예전의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본인이 느끼는 본인의 정확한 상태는 어떨까. 이소영은 “예전 폼이 나오지 않다 보니 나 역시도 전에 비해 힘들다고 느낀다. 어깨 통증은 이제 어쩌다 한 번씩 느껴지는 것이라서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예전 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언제 되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언제쯤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할 수가 없다”며 스스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제 IBK기업은행은 봄 배구와 꽤나 멀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즌 전 이소영과 김호철 감독 등이 그렸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결말로 향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소영은 다시금 남은 경기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남은 경기에서 하나하나 더 승리를 가져가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봄 배구와는 멀어졌지만 고춧가루 부대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하는 이소영은 이전처럼 단단한 눈빛이었다.

 

 

묵묵함과 가장 유사한 단어는 단단함이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는 이소영은 이전처럼 단단한 선수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단단함을 보여줬던 이소영이기에 그를 믿지 않을 수는 없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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