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견] 불멸의 필립 블랑

김민재 2024.11.19 조회: 2712

매년 여름에 배구팬들과 만난 KOVO컵이 올해는 가을에 배구팬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올해 KOVO컵 개최지는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

 

컵대회가 경남에서 개최되는 건 2008년 양산 이후 16년만이고, 좀 더 넓게 부울경 권역에서 개최되는 건 2009년 부산 이후 15년만이었는데요.

 

9월 21일부터 28일까지는 남자부,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는 여자부가 열렸는데 이 중에서 저는 남자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과 함께 어느 1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부 컵대회의 최대 관전포인트를 5글자로 말해라면 “외국인 감독”입니다.

 

지난 시즌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대한항공과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OK저축은행이 V리그 역사상 처음인 것은 물론 1982년 KBO리그 출범하면서부터 시작된 국내 프로스포츠 42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감독이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펼친 것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외국인감독 바람은 다른 팀에게까지 영향을 끼쳤으니 직전 시즌 최하위로 마친 KB손해보험은 스페인 출신 미겔 리베라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였고(허나 10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건강악화로 자진사퇴, 마틴 블랑코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시작),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켰던 우리카드도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였습니다.

 

이보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現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경질한 후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로 임하다가 지난 2월, 이 사람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게 되니 이 글의 주인공 필립 블랑 일본 남자대표팀 감독입니다.

 

일본을 한 때 FIVB 랭킹 2위까지 끌어올린 필립 블랑 감독이 현대캐피탈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우와~ 아니 이 감독이 한국에?”, “거물을 영입했네.”, “현대캐피탈이 단단히 벼렸네.”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한 필립 블랑 감독은 지난 8월 17일 입국해서 현대캐피탈에 합류했는데요.

 

한국에 입국한지 5주만에 컵대회를 통해 한국 팬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었는데 한국무대 공식 데뷔전이었던 OK저축은행과의 첫 경기에서 3:0 완승, 이어 두 번째 경기인 KB손해보험을 상대로 5세트까지 간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대한항공과의 마지막 경기와 상관없이 준결승 티켓을 확정지었는데요.

 

그 2경기를 보면 원포지션이 아웃사이드히터인 아시아쿼터 덩 신펑(중국)를 아포짓스파이커로 돌린 전략이 통했고, 지난 시즌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미들블로커 김진영 선수를 발굴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캐피탈의 준결승 상대는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였는데요.

 

5세트 접전 끝에 3:2 신승을 거두며 2013년 안산 컵대회 이후 11년만에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는데 5세트 14:12에서 경기 내내 안 맞았던 이준협과 허수봉의 파이프가 마지막에야 맞아들어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상대는 지난 시즌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

 

대한항공과는 A조 예선에서 한 번 만났는데 그 때는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었기에 “탐색전”이었다면 결승전은 그야말로 정면승부였건만 1세트 초반 0:7까지 밀릴 때만 하더라도 전날 저녁 늦게까지 삼성화재와의 준결승전을 치른 후유증인가? 생각했습니다.

 

허나 과거와는 달리 대한항공을 만나서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가게 됩니다.

 

5세트 후반, 양팀 감독의 비디오판독이 통영체육관을 뜨겁게 만들었는데 먼저 필립 블랑 감독이 장군을 외치자 곧바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도 멍군을 외쳤죠.

 

14:13 현대캐피탈의 매치포인트에서 요스바니의 공격을 차단하며 현대캐피탈이 11년만에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였는데 1592년 이순신의 “한산 대첩” 못지 않은 2024년 현대캐피탈의 “통영 대첩”이 완성된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해서 각종 대하드라마의 나레이션을 맡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김종성 성우가 되어 컵대회 결승전을 나레이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기 2024년, 단기로는 4357년 그 해 가을. 현대캐피탈이 11년만에 컵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한항공의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이(齒)를 갈며 지켜봐야만 했던 현대캐피탈. 그랬던 현대캐피탈이 필립 블랑 감독 체제로 새롭게 일신하여 트레블을 노리던 대한항공을 맞아 그야말로 기적같은 승리를 거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필립 블랑 매직”을 연출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현대캐피탈이 2018~2019 시즌 이후 6시즌만에 왕좌탈환은 물론 남자부 역대 3번째이자 구단 역사상 첫 번째 트레블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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