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견] 아따! 페퍼가 프로팀 맞어?

신동하 2024.04.21 조회: 3921
2월 하순을 뜨겁게 달궜던 배구계 이슈가 있으니 바로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내 괴롭힘 의혹.
당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여자부 최다연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었는데 설상가상 팀내 베테랑 A선수가 후배 선수 B와 C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았고, A선수는 KOVO(한국배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었는데요.
지난 2월 23일 오전 10시 1차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2월 27일 오전 9시에 2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는데 A선수가 누구인고 하니 도쿄올림픽 4강신화 당시 리베로였던 오지영 선수였습니다.
배구팬들은 오지영 선수를 향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필자도 “흥국생명의 김연경, 현대건설의 양효진과 같은 역할을 해도 모자를 판에...”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2차 상벌위원회를 연 결과 오지영에게 “1년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입장문을 내고 오지영과의 계약해지를 발표했습니다.
2차 상벌위원회 이후 오지영 선수는 재심 청구 없이 바로 소송전으로 가는 것을 결심했는데 벼랑 끝에 몰린 오지영 선수는 과연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명예회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코트로 복귀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 사이 페퍼저축은행은 2월 23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김천 원정경기에서 먼저 2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세트를 가져오며 길었던 연패를 23에서 끊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가 조 트린지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으니 성적부진과 구단 내 괴롭힘 의혹이 일어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계약해지를 하였는데요.
이번 구단 내 괴롭힘 의혹에 있어 조 트린지 감독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니 박주미 KBS 기자가 스페셜V에서 말하였기를 아무리 미국인이라고 하지만 선수들과 밥을 먹는 횟수도 적고, 한국문화에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였는데요.
비단 구단 내 괴롭힘 의혹 뿐만 아니라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오프시즌부터 더나가 창단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말하고 싶으니 지난해 오프시즌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해 오프시즌에 FA 최대어 박정아를 품에 안았습니다만 이고은 선수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는데 문제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보상선수로 이고은을 지명한 것이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은 한국도로공사에 이윤정과 안예림(現 정관장)이라는 세터가 있기에 “설마 이고은을 지명하겠어~”라고 생각했다가 한 방 얻어맞은 셈인데 그로부터 6일 후 다시 이고은을 불러들였지만 그 댓가는 컸으니 최가은과 2023~2024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한국도로공사에게 양도하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23~2024 시즌 1라운드 지명권.
2023~2024 시즌 신인 최대어 김세빈 선수를 사실상 포기한 셈인데 그로부터 5개월 후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구슬 35개로 가장 많았던 페퍼저축은행의 검정색 구슬이 나왔지만 싱글벙글인 구단은 한국도로공사였죠.
훗날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김세빈 선수는 배유나와 함께 중앙을 지키며 일생에 한 번 뿐인 신인왕을 차지하게 됩니다.
페퍼저축은행의 아쉬웠던 장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지난해 2월 감독으로 선임된 아헨 킴 감독이 1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4개월만에 돌연사임하였고, 부랴부랴 조 트린지 감독을 선임했지만 아헨 킴 감독이 구상했던 로스터로 시즌을 운영해야 했죠.
결국 그것이 이번 2023~2024 시즌 최하위로 이어졌는데 페퍼저축은행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이래서 오프시즌이 중요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앞서 제가 창단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썼는데 창단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이 여자부 제7구단으로 승인받은 후 신임 사령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신화를 일궈냈지만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있는 김형실 감독을 선임하였는데 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10년전 신생팀인 IBK기업은행을 우승 3회 포함 6시즌 연속 챔프전으로 이끈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같은 카리스마형의 감독을 선임했어야 했고, 신생팀 특별지명 때 현대건설 몫의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는데 KBO리그의 9번째 구단 NC다이노스를 예로 들면 단시간에 강팀이 된 것은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도 있었지만 “호부지” 이호준 선수(現 LG트윈스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어린 선수들을 잘 리드했기 때문인데요.
NC다이노스의 사례를 모델삼아 현대건설 몫의 선수로 보호선수 명단에 제외되었다는 전제하에 황연주 선수를 지명해서 어린 선수들을 리드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박사랑, 박은서, 염어르헝 등 영플레이어들의 기량도 올라왔을텐데 말이죠. 
이렇게 아쉬운 순간들을 보면 “아따! 페퍼가 프로팀 맞어?”라는 전라도 사투리가 절로 나옵니다.

지난 시즌과 같은 5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 25일 “이동공격의 여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습니다.
조혜정•박미희•이도희의 뒤를 이어 V리그 역대 4번째 여성사령탑이 된 장소연 신임 감독이 V리그 여자부에 새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해보겠고, 여기에 프런트의 역할도 중요한데 김형실 감독과 조 트린지 감독이 물러났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이경수 감독대행을 사무국장으로 선임했는데요.
이경수 사무국장 선임이 “이게 프로팀이냐?”라는 말을 더는 듣지 않게 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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