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견] 마르첼로 아본단자의 핑크빛 야망
김현성![]() |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 선수가 복귀로 단박에 우승후보로 평가를 받았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직전 시즌에 이어 시즌 초반을 지배한 팀은 현대건설이었으니 직전 시즌 개막 12연승을 뛰어넘는 개막 15연승을 내달리며 “이러다가 전승 우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현대건설과 3라운드 맞대결에서 3:1 역전승을 거둔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승점에서 타이를 만들어내며 정규리그 1위경쟁을 더욱 불붙게 하였습니다.
그러던 2023년 새해 둘째날(1월 2일) 권순찬 감독을 돌연 해임하게 됩니다.
흥국생명 구단은 “구단 방향과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구단 윗선에서 경기운영에 있어 개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죠.
권순찬 감독을 돌연해임한 흥국생명은 격랑에 빠지게 되니 1월 5일 GS칼텍스전에서 이영수 수석코치가 벤치를 지켰지만 그 경기를 마친 후 이영수 수석코치도 팀을 떠나게 되었고, 구단은 직전시즌 박미희 감독(現 KBSN 해설위원)을 보좌한 김기중 前수석코치를 선임하려 했지만 없던 일이 되었죠.
1월 8일 IBK기업은행전부터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에 임한 가운데 김연경•김해란 등의 베테랑을 중심으로 무너지지 않고 현대건설과 계속해서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현대건설이 야스민 베다르트의 장기이탈과 김연견 리베로의 부상이탈을 틈타 드디어 선두에 올랐지만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가 슬슬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할 때쯤 새로운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으니 흥국생명號를 이끌 새 선장은 과거 김연경의 튀르키예 페네바르체 시절 은사 마르첼로 아본단자였습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선임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낸 흥국생명은 마침내 3월 15일 IBK기업은행을 물리치고 2018~2019 시즌 이후 4시즌만에 정규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됩니다.
김연경 선수 개인으로서는 2007~2008 시즌 이후 무려 15시즌만에 정규리그 우승트로피이고요.
챔프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의 상대는 한국도로공사.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할 때만 하더라도 흥국생명이 4시즌만에 통합우승이자 V5는 시간문제였는데요.
하지만 김천에서의 3차전과 4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챔피언트로피의 주인은 마지막 5차전에 가려지게 되었습니다.
운명의 5차전, 장소는 인천 삼산으로 다시 옮겨진 가운데 열광적인 홈팬들을 등에 업고 경기를 임했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오를대로 오른 기세를 막지 못하며 챔프 1,2차전을 잡고도 챔피언트로피를 들지 못한 최초의 팀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다 잡았던 챔피언트로피를 놓친 쓰라린 아픔을 곱씹을 새도 없이 오프시즌을 준비해야 했는데요.
김연경 선수의 행선지가 어디일지?가 많은 배구팬들과 배구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김연경 선수의 선택은 흥국생명 잔류였습니다.
흥국생명의 잔류에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功이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프전을 돌아보면 미들블로커의 무게감에서 밀렸는데 김연경 선수의 친구 김수지 선수를 FA로 영입하였는데요.
김수지 선수가 6시즌만에 핑크군단에 합류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서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풀타임 첫 시즌, 현재까지는 순항중입니다.
김연경-옐레나 쌍포가 굳건한 가운데 김해란 리베로의 무릎부상으로 인한 빈 자리를 도수빈 리베로가 메워주고 있고,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레이나 도코쿠는 때로는 이주아와 김채연이 부상으로 이탈한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때로는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부진할 때 아포짓스파이커 자리에서 제몫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으니 옐레나 선수의 감정기복, 이원정과 김다솔 두 세터의 안정감 등을 꼽고 싶은 속에 “배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말을 흔히 하잖아요.
흥국생명에는 김연경이라는 구심점이 있습니다만 김연경만 보이는 배구로는 혼자로는 원하는 목표를 향해갈 수 없다는 걸 말하겠습니다.
이번이 20번째 V리그 여자부인데 지난 19번의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감독이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그 이전인 2010~2011 시즌 흥국생명의 일본 출신 반다이라 마모루 감독이 챔프전에 진출은 했지만 아쉽게 우승에는 실패했는데요.
지난 시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서 내년 꽃 피는 봄에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사상 첫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우승감독 반열에 오르는 것과 함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5번째 별이라는 핑크빛 야망을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이지연
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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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실
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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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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