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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③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20-03-13 23:56

사진: 삼성화재 시절 레안드로

 

V-리그 여자부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6~2007시즌. 남자부는 외국인선수 도입 2년 차를 맞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외국인선수에 공격 비중이 몰리는 현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트랜드를 주도한 팀은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이다. 2006~2007시즌은 변수가 있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세계선수권대회와 도하 아시안게임이 열려 V-리그 개막이 프로 출범 원년인 2005 겨울리그 이후 두 번째로 늦었다.

 

 

거포 경쟁 본격 시작 - 레안드로와 보비


2005~2006시즌 외국인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삼성화재는 일찌감치 외국인선수 영입을 마무리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삼성화재는 당시 브라질대표팀 소속 사무엘 푼치스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으나 금액 차이로 입단이 불발됐다. 푼치스를 대신해 데려온 선수는 같은 브라질 출신에 당시 23세로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레안드로 다 실바(등록명 레안드로)다.

 

신장 206cm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인 레안드로는 2005~2006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김세진(전 OK저축은행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화재 공격을 책임졌다. 그는 V-리그 첫 경기에서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6~2007시즌 V-리그 공식 개막전이던 2006년 12월 24일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49점을 올렸다. 삼성화재는 당시 현대캐피탈에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레안드로는 소속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득점 부문 1위와 함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루니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를 꺾었다. 삼성화재는 2007~2008시즌 대비를 위해 레안드로를 대신해 새로운 얼굴을 찾았다.

 

레안드로는 2009~2010시즌 도중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다시 V-리그로 왔다. 대한항공은 다나일 밀류세프(불가리아)를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레안드로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시 V-리그 코트로 돌아온 레안드로는 삼성화재 시절만큼 임펙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레안드로 영입 효과를 못본 시즌이 됐다.

 

그는 여러 클럽과 리그를 거쳤다. 2007~2008시즌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도레이에서 뛰었다. 2008~2009시즌은 브라질로 돌아가 ‘친정팀’ 격인 사다 크루제이루 유니폼을 입었다(이때 브라질리그에서 보인 활약이 대한항공 입단 발판이 됐다). 레안드로는 아시아배구와 인연은 이어갔다. 몬데 클라로스(브라질)를 거쳐 아랍에미리트리그 알 아리와 이란리그 피히스가만에서도 선수생활을 했다.

 

레안드로는 베테랑이 됐으나 지금도 여전히 코트에 나오고 있다. 이란리그에서 뛰다 브라질로 유턴해 타투테, 파케스타 에스포르테스(이상 브라질)를 거쳤고 스토치나 슈체친(폴란드)을 거쳐 데포르티보 모론, 몬테로스(이상 아르헨티나)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마링하(브라질)를 거쳐 올 시즌 다시 아시아로 왔다. 그는 현재 알 타라지(사우디아라비아) 소속으로 있다.

 


사진: 전 대한항공 보비

 

레안드로에 가린 면이 있지만 대한항공이 2006~2007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려온 또 다른 브라질 출신 선수도 V-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주인공은 롭손 데 파지오(등록명 보비)다.

 

삼성화재가 ‘영건’을 선택했다면 대한항공은 레안드로와 견줘 경험이 더 풍부한 아포짓 스파이커를 영입했다(보비는 레안드로보다 5살이 더 많았다). 보비 역시 전 시즌 외국인선수 문제로 속앓이를 한 대한항공 고민을 해결했다. 그는 당시 팀내 유망주로 꼽히던 신영수(은퇴, 현 대한항공 배구단 유소년 담당 과장), 김학민(현 KB손해보험)과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보비는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성공했고 2007~2008시즌까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불혹을 맞은 나이지만 여전히 코트에 있다. 대한항공에 오기 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리그를 거쳤고 2008~2009시즌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 선수생활을 했다. 2014~2015시즌 오랜만에 브라질을 떠나 터키리그로 가 벨레디에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보비는 한 시즌을 터키에서 보낸 뒤 브라질로 돌아왔다. 그는 아판 볼레이 블루메나우에서 선수로 뛰었고 올 시즌에는 소속팀에서 플레잉 코치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비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과정에는 사연이 있다. 당시 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문용관 감독(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실장)의 눈에 들어서였다. 대한항공이 점찍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알렉스가 실패작이 되자 대한항공은 감독을 비롯한 사무국이 영입 리스트에 올려 둔 선수를 살피기 위해 직접 브라질 현지로 갔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뛴 경력이 있는 한 선수가 1순위 후보로 낙점됐다(보비는 브라질대표팀 소속으로 뛴 경력이 없다). 그런데 브라질 현지에서 살핀 해당 선수 기량이 문 감독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팀 아포짓 스파이커가 눈에 더 들어왔다. 그가 바로 보비였다. 문 감독의 설득에 대한항공은 보비 영입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는 V-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테크니션 플레이어, V-리그와 엇박자?


2006~2007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뛴 새로운 외국인선수 중에서는 레안드로, 보비 외에 다른 선수가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대표팀 주 공격수로 뛴 프레디 윈터스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호철 감독을 비롯해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현 진천선수촌장), 문용관 감독 등 프로팀 사령탑이 모두 모였다. 외국인선수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LG화재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신영철 감독(현 우리카드 감독)은 윈터스를 선택했다. 윈터스는 신장이 2m가 되지 않았지만 공격, 수비 모두 좋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LG화재가 외국인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신 감독은 이경수(은퇴, 현 목포대 감독)와 함께 짝을 이룰 선수로 윙스파이커 자원인 윈터스를 데려왔다.

 


사진: 전 LG화재 윈터스

 

윈터스는 제 몫을 했다. 그러나 레안드로, 보비 그리고 윈터스와 같은 포지션인 현대캐피탈 루니에 가렸다. 여기에 팀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당시 윈터스가 영입된 배경에는 루니의 대항마로 꼽힌 점도 있었다. 윈터스는 페퍼다인대학 시절 루니와 함께 배구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플레이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LG화재는 2006~2007시즌 LIG 손해보험으로 팀 명칭이 바뀐 것 외에 V-리그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한 시즌을 보냈다.

 

윈터스는 결국 재계약하지 못했다. 그는 이후 시슬리 트레비소(이탈리아), 야로슬라비치 야로슬라비(러시아), 할크방크(터키), 바사노 볼리(이탈리아), 레조비아 제소프(폴란드) 등에서 뛰었다. 아시아배구와 인연도 이어갔다. 알 아라비(카타르)와 베이징(중국)에서 뛴 경력도 있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는 2009~2010시즌 할크방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윈터스는 문성민이 2008~2009시즌 몸 담았던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도 2010~2011시즌 뛰었다. 윈터스는 거의 매 시즌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다년 계약에 성공한 적은 브라질리그 사다 크루제이루에서 뛸 때인 2014~2015, 2015~2016시즌과 2017~2018, 2018~2019시즌 벤피카(포르투갈)에서다. 윈터스는 1982년생으로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새로운 소속팀을 찾고 있다.

 

 

토펠이 일으킨 나비효과와 안젤코

 

2007~2008시즌 V-리그 남자부는 본격적으로 거포 경쟁이 펼쳐졌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할 외국인선수가 있다. 정규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V-리그 판도에 ‘나비효과’를 일으킨 커트 토펠(미국)이 그렇다.

토펠은 당초 삼성화재가 영입하기로 했다. 낙점을 한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펠을 두고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진 건 아니었다. 삼성화재의 양보로 토펠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화재는 토펠을 대신해 당시 국제무대에서 ‘무명’이었던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를 데려왔다. 비교적 적은 가격인 10만 달러에 영입했다. 그런데 두 팀은 2007~2008시즌 외국인선수쪽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토펠은 당시 마산에서 열린 컵대회에 출전했으나 기량 미달로 현대캐피탈을 떠났다. 신장 206cm로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루니가 빠진 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는 빈손으로 V-리그 코트를 떠났다.

 

토펠은 현대캐피탈에 오기 전 알메리아(스페인), 크리올로스 데 카구아스(푸에르토리코), 레이마 크리마, 제노바(이상 이탈리아), 에틱니코스 알렉산드로폴리스(그리스) 등을 거쳤다. 풍부한 해외리그 경험도 주가를 높이는데 일조했으나 V-리그 그리고 현대캐피탈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토펠은 그래도 선수생활을 길게 했다. 2007~ 2008시즌 운터하힝(독일)을 거쳐 알 아비 도하(카타르), 라미야(그리스), 니스(프랑스), 카즈마(쿠웨이트), 카라바(사이프러스), 벨레디에 시바스(터키) 등에서 뛰었고 2012~2013시즌 자카르타 BNI(인도네시아)를 끝으로 은퇴했다. 그는 현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비치발리볼 선수로는 여전히 뛰고 있고 미국배구협회 코칭스쿨을 수료했다.

 

현대캐피탈은 2007~2008시즌 외국인선수 자리를 결국 매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 후반 호드리고 로드리게스(브라질, 등록명 호드리고)를 간신히 데려왔다. 그런데 호드리고는 있으니 못한 선수가 됐다.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와 B(2부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호드리고는 복근을 다치는 바람에 현대캐피탈 합류 후에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치료와 재활을 거친 뒤 코트에 나오긴 했지만 기대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루니 때문에 외국인선수 영입에 있어 포지션 선택지가 좁을 수 밖에 없었다. 호드리고가 제대로 뛰지 못한 부분은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패배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사진: 삼성화재 시절 안젤코

 

반면 토펠을 대신해 삼성화재가 선택한 안젤코는 대박이 났다. 그는 반전 주인공이 됐다. 안젤코도 컵 대회를 통해 V-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코트에서 보인 경기력이 신통치 않았다. 신 감독은 당시 안젤코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는 안젤코에 대해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했었다’고 할 정도였다. 대체 선수를 찾았다. 그런데 안젤코는 정규시즌이 개막되자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삼성화재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데 일등 공신이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데 앞장섰다. 안젤코의 삼성화재는 2008~2009시즌에도 여전했다. 소속팀의 챔피언결정전 연속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V-리그에서 삼성화재 왕조 시대를 연 주인공이 됐고 V-리그 남자부 최고 외국인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안젤코는 V-리그에서 거둔 성공으로 해외리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2009~2010시즌 일본리그로 건너갔다. 도요타(현 나고야 울프 독스)에 입단했다. 몸값도 상승했다. 그는 45만 달러를 받으며 일본 V.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2010~2011시즌까지 뛰며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일본에서도 통한 안젤코는 2011~2012시즌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한국전력이 그를 선택했다.

 

안젤코는 한국전력에서도 순항했다. 역시 두 시즌을 뛰었다. 그러나 그는 2012~2013시즌 이후로 V-리그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2011~2012시즌 코트 밖 문제로 뒤숭숭했다. 바로 V-리그를 강타한 승부조작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주전 세터를 비롯해 백업 세터 두 명, 그리고 주 공격수와 리베로까지 모두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승부조작 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이 됐다. 벌어놓은 승수 덕분에 V-리그 참가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으나 경기력은 뚝 떨어졌다. 팀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안젤코도 마찬가지였다.

 

안젤코는 이후 상위리그로 꼽히는 곳으로는 한 차례 진출에 그쳤다. 2017~2018시즌 아푸아나 리보르노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나 1부리그가 아닌 2부리그 무대였다.

 

안젤코는 이탈리아리그로 오기 전 ACH 볼리(체코), 파므보키아키오스(그리스), 스피드볼 체카(레바논), 마카비 텔 아비브(이스라엘)에서 뛰었다. 그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다시 이스라엘리그로 돌아가 하포엘에서 뛴 뒤 올 시즌은 스타라 파조바(슬로베니아) 유니폼을 입고 베테랑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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