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1학년 에이스, 신호진이 보낸 2019년

매거진 / 강예진 기자 / 2019-12-25 23:22:00


2019년 대학배구가 겨울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올 한해 많은 신인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한 시즌을 달려왔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함으로써 코트에 활기가 돌고 쏠쏠하게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인하대 1학년 신호진(190cm, OPP/WS)은 신입생 가운데 가장 신입생 답지 않은 활약을 펼쳐 주목받았다. 그가 올 시즌 남긴 대학무대에 남긴 기록과 활약상은 거의 에이스급이다. <더스파이크>가 한 시즌을 끝내고 더 나은 2년차를 바라보는 신호진을 인하대 체육관에서 만났다.


‘신호진’ 그는 누구인가

Q__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인하대학교 스포츠과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 신호진입니다. 포지션은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고 있습니다.

Q__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초등학교(대전 석교초) 2학년 때 공부를 진짜 하기 싫어했어요. 딱히 흥미도 없었고요. 수업을 듣고 있는데 배구부 감독님께서 “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름 적어서 체육관에 와라”하시면서 가정통신문을 나눠주셨어요. 9살이면 한창 뛰어 노는 걸 좋아하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처음엔 ‘가볍게 해보자’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Q__배구 시작할 때부터 공격수였나요.
처음엔 리베로였어요.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기본기만 엄청 배웠죠. 고등학생이 됐는데 키가 애매하게 커버렸어요. 그때부터 공격을 배우기 시작했죠. 조성철 코치님께서 리시브는 물론 공격까지 잘 다듬어 주셨어요. 여러 가지로 많이 알려주셨어요. 훈련할 때 칭찬을 잘 안 하셨는데 그게 오히려 약이 됐죠. 제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었던 계기랄까요.

Q__시즌이 끝났는데 어떻게 지내요.
형들이 프로로 가서 팀에 인원이 부족해서 주로 웨이트하면서 몸을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오전, 오후로 수업을 듣고 야간에 운동해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죠.



Q__그렇군요. 대학생활 해보니까 어떤가요.
대학교는 수업시간이 길어서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죠. 특히 새벽 운동 끝나고 9시 수업 있는 날에는 죽음이죠. 그래도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좋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리그는 공백 기간이 없어요. 일정이 빠듯해서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한 대회가 끝나면 재정비할 시간조차 없이 바로 대회였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바닥났어요. 그래도 확실히 더 재밌게 보냈어요.

Q__가장 잘 챙겨주는 선배는 누구인가요.
(김)웅비 형(현 OK저축은행)이요! 저랑 마음이 잘 통했고 고민상담도 많이 해줘요. 특히 웅비형이 배구할 때 피드백을 잘해주셨어요. ‘어깨가 들린다’ ‘이 상황에선 이렇게 해라’ 등등. 형이랑은 룸메이트였어요. 제가 엄청 잘 따랐죠. 웅비 형이랑 있을 때가 진짜 재밌었어요. 지금은 좀 썰렁하기도 하고, 제가 조용하게 지내는거 같아요.

Q__평소 성격이 어떤가요. 운동할 때와 많이 다른가요?
코트 위에서처럼 활발해요. 어쩔 땐 조용한 면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성격인 것 같아요.


대학리그에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다

Q__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했는데, 그때를 떠올려 봐요.
긴장보다는 설렘이었어요. 부담은 없었어요. 못해도 형들한테 의지해도 되는 신입생이잖아요. 안되면 형들한테 기대면 되고, 반대로 잘 되면 거기서 분위기를 띄우면 되니까요. 재밌게 하려고 했어요.

Q__코트에 들어가기 전 최천식 감독님께서는 뭐라고 하셨나요.
신입생이니까 ‘재밌고 자신 있게’라고 하셨죠.
(당시 신호진은 경희대와의 리그 첫 경기에서 블로킹 5개, 서브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 24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도 무려 73%를 기록했다. 신입생답지 않은 과감한 플레이로 팀을 3-0 승리로 이끌었다.)
솔직히 그때는 자세가 완벽하게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어요. 지표상 좋은 기록이 나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기록이 좋아도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Q__리그 초반에 블로킹, 서브, 공격 등 지표상 모든 부분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지요.
동기가 알려줘서 알았어요. 그걸 듣고 대학배구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봤는데, 정말 제가 다 1위더라고요. 처음엔 ‘페이지 오류 아닌가’ 했죠. 한편으로는 얼떨떨하면서도 기뻤죠.

Q__화끈한 세리머니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해요. 가끔씩 표출하고 싶어질 때마다 즉흥적으로 해요. 팀 분위기도 살고 저도 좀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Q__어떤 선수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나요.
형들은 모두가 그래요. 잘 안됐을 때 다독여줘요. 그래도 가끔씩 한명이 안됐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는 차라리 그 세트를 주고 다음 세트부터 시작하자고 해요.

Q__매 경기 많은 공을 때리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한 경기, 한 경기 하다보면 긴장이 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긴장감이 있는 상태에서 초반에 경기를 하다보면 공격하고 파이팅하면 숨이 벅차요. 후반 가면 괜찮지만 초반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졌어요.

Q__경기 전 마인드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들어가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만 생각하고 경기 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몸에 맡기자’라는 생각으로 임해요.

Q__다른 학교에 라이벌로 생각되는 선수가 있나요.
홍익대 이준, 경희대 김우진. 두 명이요.
Q__두 선수보다 ‘이 점은 내가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요.
아아 이거 좀 어려운데...(망설임) 블로킹이나 서브가 더 좋아요. 리시브는 안되는 것 같아요.


배구 인생 첫 우승과 신인상, 그리고 MVP까지
인하대는 지난 7월 24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2019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인제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년 만에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신호진은 배구 시작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거기에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과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최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Q__우승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매번 ‘우승 하고 싶다’ 생각만하다가 막상 그 상황이 되니 기분이 묘했어요.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기뻤어요. ‘나도 우승이라는 걸 해보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형들이랑 같이 우승해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제가 배구하면서 우승은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더 뜻깊었어요.



Q__신인상에 이어 MVP까지 수상하는 경사를 맞아했는데요.
솔직히 개인상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받고나니 기분은 좋았어요. 그래도 특별히 제가 잘해서 받았기보다는 형들이 다 같이 파이팅하면서 열심히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생각해요. 팀이 잘 따라줬죠.

Q__경기 도중 코트에 드러눕는 세리머니 기억하나요.
분위기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블로킹을 잡았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분위기가 미쳤었어요. 그때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누웠어요. 경기 지연으로 바로 경고를 받았죠. 그러고 난 뒤부턴 절대 눕지 않아요.

Q__선수인원이 부족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인제대회는 괜찮았어요. 해남대회 때부터는 부상당한 형들이 많았어요. 평소에 연습했던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죠. 우리끼리도 혼란스러웠어요. 잘 안되다 보니 힘도 들고 짜증도 났죠.

Q__개인적으로 밝히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인제대회 때 산책을 나갔는데 길거리에서 네잎클로버를 주웠어요. 보자마자 ‘와 이건 진짜 우승이다’라고 형들한테 말했어요. 근데 진짜 우승을 했어요. 그 네잎클로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어요. 행운을 가져다 줬다고 생각해요.


이후 아쉬웠던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4강전
인하대는 정규리그 전반기를 2위(7승 2패, 20점)로 마무리했다. 1위인 한양대(7승 2패, 21점)에 승점 1점차 뒤쳐진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후반기 마지막이 한양대와의 경기로 이기면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0-3 완패였다.

Q__정규리그 마지막 한양대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어요.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대체적으로 안 됐던 부분이 많았어요. 세터 (하)덕호 형도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어요. 한양대 경기력이 좋다보니 우리도 어떻게 할 수도 없었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많이 나와서 당황도 했고, 힘들었어요. 아쉬웠죠.

Q__이제 2학년이 되는데, 시즌을 되돌아본다면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올해 우승을 했지만 시즌 중에 자세를 바꾸려 했던 부분이 독이 됐어요. 조금 더 할 수 있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전국체전 때부터 그 자세가 만들어진 상태로 경기를 뛰었죠. 바꾸기 전에는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완화된 느낌이예요.



Q__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요.
중부대와 플레이오프 4강전이요(인하대는 중부대에 1-3으로 패하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땐 형들이 잘 해주셨는데 제가 너무 안 풀렸어요. 긴장해서 리시브가 많이 흔들렸어요. 어쩔 수 없이 공이 한 곳으로만 갔죠.
Q__선수로서 바라보는 인하대는 어떤 팀인가요.
실력보다는 뭉쳐야 사는 팀이예요. 파이팅이 없으면 실력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100% 경기력이 나오기 위해 제가 파이팅을 더 하곤 해요. 그러다 보면 부담감도 줄어들고 긴장도 사라져요.


왼손잡이 공격수, 롤 모델은 서재덕
신호진은 인하대에서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번갈아 맡고 있다. 리시브를 면제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지만 리시브도 하며 공격을 주도한다. 왼손잡이라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롤 모델은 서재덕이라고 했다.

Q__서재덕 선수가 롤 모델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리시브가 뛰어나요. 공격력도 최고라고 생각해요. 리시브를 하고 난 뒤 공격 패턴과 스텝, 그리고 어느 코스로 많이 때리는 지 찾아봐요. 물론 신장은 작지만 그 선수가 어떻게 하는지를 가장 많이 보곤 해요. 플레이를 따라하면서 잘 맞으면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예요.

Q__작은 신장이지만 블로킹도 뒤지지 않는데요, 비결이 있나요.
블로킹은 타이밍도 좋아야 하지만 공격수들과 심리싸움도 한 몫 해요. 저는 블로킹할 때 공격수가 공격하는 코스를 끝까지 봐요. 그리고 경기 전 형들이랑 약속을 하죠. 그 코스를 지키고만 있어도 잡힐 건 잡히더라고요. 잡으려고 손을 넣을 때 ‘아 이거다’라는 순간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딱 잡혀요.

Q__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사실 지금 상태로는 모든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 중 꼽는다면 리시브 감보다는 자세를 만들어야 해요. 서브부터 시작해서 공격도 타이밍이나 자세를 보완해야 해요. 제일 문제는 기본기를 좀 더 늘려야해요.

Q__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잘하는 선수, 파이팅이 좋은 선수, 탄력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신입생에서 팀 내 에이스로 바라는 내년 시즌

Q__다음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바라는게 없어요. 팀으로서 멀리 내다본다면 우승이요. 하지만 일단 1승씩 챙겨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다보면 우승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

Q__꼭 이겨보고 싶은 팀과 이유가 궁금해요.
한양대요! 우리가 한양대랑 경기할 때 제대로 보여준 게 없어요. 내년에 꼭 이기고 싶어요.

Q__곧 후배들이 들어오는데 할 말이 있나요.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운동만큼은 열심히 해주고 경기할 때 잘 따라주는 것. 그 외에 바라는 건 딱히 없어요.
배구사랑이 그득한 신호진은 코트 밖에선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2000년생으로 한 달 뒤 20살이 된다. 인터뷰 전 그에게 어떤 군것질 거리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군것질은 다 좋아해요. 아, 감자로 된 과자요. 감자튀김 같은...”라고 했다.



Q__만약 배구를 안했다면 뭘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대학교도 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고통이예요. 아마 대학교 못가고 바로 군대 갔을 것 같은데, 인천에 올 일도 없었겠죠?(신호진은 고향이 대전이다)

Q__배구선수 말고도 다른 꿈이 있었나요.
경찰이요! 한창 경찰이 꿈인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Q__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저는 막창이요. 곱창보다 막창이 맛있더라구요. 대전 충무체육관 앞에 간판은 순대집인데 막창이 더 맛있는 걸로 유명해요.

Q__여자친구 있나요.
없어요. 모태솔로예요. (정말 모태솔로냐고 다시 묻자) 아, 사귀진 않고 만나본 적은 있는데...아직 여자친구를 사귈 때가 아닌 것 같아요.

Q__그럼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무쌍에 눈 작은 사람이 좋아요. 그리고 활발한 여자입니다!


“자유로운 환경, 인하대에 온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 꼭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는 곧바로 “감독님과 코치님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틀에 잡히기 보다는 기량이 향상 될 수 있게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인하대로 온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확실히 고등학교 때보다 실력도 생각도 성숙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호진은 “형들도 리시브 잘 받아주시고 잘 올려주시니까 내가 좀 더 늘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재밌게 경기할 수 있게 이끌어 주셔서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라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끝냈다.


글/ 강예진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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