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로 뭉쳤다' 상무 3인방, 김재휘 허수봉 황승빈

매거진 / 이광준 / 2019-11-28 03:30:00


대한항공 황승빈, 그리고 현대캐피탈 김재휘와 허수봉은 2019년 4월 20일 함께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프로 무대에서 세 시즌 연속 우승을 놓고 다툰 사이지만, 이제는 한 팀이 되어 경기에 나서고 있다. 입대 후 벌써 실업연맹전과 순천·MG새마을금고컵, 전국체전까지 출전했다. 이들은 마치 오랜 시간 함께한 것처럼 호흡이 좋았다. 3인의 활약에 힘입어 상무는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쉴 틈은 없었다. 이들은 곧바로 10월 18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2019 세계군인체육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경북 문경에 있는 국군체육부대를 찾아 세 일병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7년 동안 국군체육부대 감독으로 재직중인 박삼용 감독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국가대표 & 전지훈련
눈코 뜰 새 없는 군인 3총사

4월 입대 이후 바쁜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황승빈(이하 승빈) 9월 실업연맹전, 그리고 컵 대회와 전국체전까지 소화하느라고 정신없었어요. 옆에 두 명이 국가대표팀에 가서 훈련할 동안 저는 여기서 전지훈련도 다녀오고, 여러 프로 팀과 연습경기도 했죠.

김재휘(이하 재휘) 4월 20일에 입대했는데요, 일주일 훈련소에 있다가 곧바로 이곳으로 넘어왔어요. 뒤이어 있을 일정 때문에 훈련소 생활을 건너뛰었어요. 10월 말에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끝나고 나면 다시 훈련소에 입소할 예정이에요.

상무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요.
허수봉(이하 수봉) 일반 병사들하고 마찬가지로 똑같이 기상해요. 눈 떠서 점호하고, 밥 먹고, 체조도 하죠. 그리고 오전 운동하고 점심먹고 다시 일과시간이 되면 운동하는 스케줄이에요. 그러면 하루 다 가죠.

프로팀이랑 비슷한 생활이네요.
재휘 맞아요. 아침 저녁으로 점호하고, 쉬는 시간에 방송으로 ‘몇 명 내려와라~’라고 하는 것만 빼면요. 오늘 아침에도 다섯 번이나 불렀다니까요.

수봉 체조하는 건 왜 빼요(웃음). 이것저것 잡일 시키려고 부르는 거예요. 셋이서 막내 군번이니까 우리가 해야죠. 제가 나이 어리다고 해서 저 혼자 하고 그런 거 없어요. 저는 무조건 가위바위보 합니다.

상무에 실제로 들어와 약 5개월 정도 보내셨어요. 어떤가요.
승빈 입대하기 전부터 상무 출신 형들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운동을 계속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거죠. 프로 생활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아주 만족스러워요.

재휘 군대가 체질인가 본데요.

수봉 제 주변엔 일반병으로 간 친구들이 꽤 있어요. 특히 전방에 배치된 친구들은 힘들다고들 하죠. 저는 계속 배구를 할 수 있는 특혜를 받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 하고 있습니다.

재휘 맞아요.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아직 기초훈련을 못 받으셨으면 총도 못 쏴보셨겠네요.
승빈 안 쏴 봐도 괜찮긴 한데….

재휘 총도 여기 와서 처음 받았어요. 아직 제식도 잘 못해요. 그런데 국기게양식 때 우리가 키가 크니까 맨 앞에 서라고 하더라고요. 할 줄 모른다고 해도 계속 앞으로 가라고 해서 갔는데 끝나고 욕먹었어요. 그것도 못 하냐면서요.


밖에서는 라이벌, 이곳에선 환상의 짝꿍

조금 시계를 돌려서, 머리 밀 때 기분 어땠나요.
수봉 어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죠.

승빈 밀면서 ‘와,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싶었어요. 역시 남자는 머리 빨.

수봉 지난 시즌 챔프전이 끝나고 20일 정도 여유가 있었어요. 한 번 놀아보겠다고 머리에 돈을 많이 썼어요.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그러고 나서 밀려고 하니까 아깝더라고요. 울컥했어요.

재휘 같이 입대한 (차)지환이하고 친해서 같이 머리를 잘랐어요. 그 때 아예 확 짧게 자르자고 해서 0.3mm로 밀었어요. 그리고 나와서 길을 걸어가면 사람들이 피해가더라고요. 앞에 홍해 갈라지듯이 길이 생겼어요.

그래도 군대 하면 생기는 막연한 거부감은 없을 것 같아요.
승빈 쉴 시간도 꽤 있고요. 프로 선수생활 하다보면 저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해요. 여기서는 생각도 하고 돌아볼 시간도 있고요. 도전적으로 변화를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음…. 프로팀 월급을 못 받는 것 말고는 다 좋습니다(웃음).

수봉 지금 한 30만 원 정도 받아요. 그런데 액수가 줄었어도 돈 들어오면 진짜 신나요.

승빈 선수, 도전적 변화는 어떤 걸 의미하나요.
승빈 배구에 관한 거죠. 대한항공에서 운동할 때는 ‘무조건 잘 줘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여기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빠르게도 줘 보고, 과감한 운영도 시도해볼 수 있어요. 그 외 것들도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요. 워낙 시간이 많으니까요.

재휘 저랑 승빈이 형이 같은 방을 쓰는데 초창기엔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그런데 들어오고 나서 한 달 정도 있으면서 할 이야기가 떨어졌어요. 요즘엔 정적이 흘러요.

운동 강도는 어떤가요.
재휘 아무래도 프로 때보단 덜 하죠. 그래서 아픈 곳을 회복할 수도 있고요. 보강이 필요한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죠.

수봉 저는 어려서 그런지 아픈 곳이 전혀 없습니다(웃음).

서로 다른 팀인데 굉장히 친해 보여요.
재휘 들어오기 전엔 잘 모르는 사이였어요. 승빈이 형은 밖에서 볼 때 굉장히 장난기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엄청 야무진 스타일이에요. 구석에서 혼자 할 것 딱 하고 그래요.

승빈 제가 좀 진중한 편입니다.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으로 갈라져 있다가 한 팀이 됐습니다. 상대를 평가해볼까요?
재휘 대한항공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팀이에요. 어딜 공략하려해도 쉽지 않아요. 정말 잘 갖춰진 팀이라는 느낌이에요. 매번 경기할 때마다 힘들었어요. 준비를 정말 많이 하고 경기에 나가야 하죠.

수봉 두 팀 모두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후배 입장에서 볼 때 보고 배울 수 있는 팀들이에요. 특히 두 팀 경기는 저를 비롯해 어린 배구선수들이 보고 배울 게 많은 경기라고 생각해요.

승빈 세계배구 추세에 맞는 공격적 배구를 하는 팀들이에요. 사이드도, 중앙도 모두 좋고 서브도 강하죠.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요. 세터 입장에서 현대캐피탈은 참 괴로운 상대죠. 재휘도 그렇고 (신)영석이 형, (최)민호 형이 서 있으면 정말 높고 빠르니까요. 골치 아파요.

재휘 대한항공을 막아야 하는 제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대한항공하고 하려면 발목 테이핑을 두 배로 감고 나가야 돼요. 정신없이 막 움직여야 하거든요(웃음).

두 팀이 개막전에서 붙을 텐데 점수 한 번 예측해볼까요? (10월 12일 개막전은 대한항공이 3-1로 승리했다.)
승빈 대한항공이 3-0으로 이겨야죠.

재휘 그럴 리가요. 3-0, 전 세트 15점 밑으로 현대캐피탈이 이길 겁니다.

수봉 제가 볼 땐 대한항공도 잘 하는 팀이니까 3-1로 현대캐피탈이 이길 것 같아요.

승빈 수봉이가 저한테 했던 말하고 너무 다른데요. 저한테는 저런 식으로 말 안했는데. 본인 빠졌으니 현대캐피탈이….

수봉 형 제발.

재휘 저는 그런 말 안 했습니다.

본인들이 빠진 컵 대회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겠어요.

수봉 아쉬운 게 현대캐피탈이 우리 조로 왔어야 했어요. 딱 상무가 이기고 나서 악수할 때 ‘형들, (표정이)왜 그래요’라고 한 마디 했어야 했는데.

재휘 입단한 이후로 밖에서 팀을 본 게 처음이었어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우리가 나와 있는 동안 팀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거든요. 그걸 보면서 기대도 되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고요.

승빈 저는 배가 좀 아팠어요. 제가 빠지자마자 컵 대회에서 우승하더라고요. 그래도 응원은 했지만….

수봉 형, 응원 안했잖아요(일동 웃음).

승빈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잖아요. 한편으로는 내가 없을 때 팀이 잘 하면 내 존재가치가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요. 그런 게 없진 않았어요.

이번 V-리그는 밖에서 보는 리그가 되겠네요. 어떨 것 같나요?
승빈 아무래도 팀 전력을 냉정하게 따져보면서 볼 수 있겠죠? 이전과 다른 팀들의 약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고요. 팀에 있으면 무조건 ‘대한항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조금 떨어져 다른 팀을 엿볼 수 있는 시즌이 아닐까 싶어요.

재휘 거의 전 경기를 챙겨볼 것 같은데요, 팀에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잘 봐야겠어요. 복귀했을 때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요.

수봉 제 또래 신인 선수들이 많이 들어온 시즌이에요. 또래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눈여겨 볼 거예요.

승빈 아마 가소롭겠지?

재휘 너 돌아가면 자리 없을 수도 있어(웃음).

‘시청자’ 입장이 되어 볼 수 있겠네요.
승빈 맞아요. 배구 흥행을 위해선 플레이오프 직전까지 모든 팀들이 순위싸움을 치열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도 정점은 대한항공이겠지만요.

재휘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현대캐피탈 상대로 대한항공 말고 다른 팀이 한 번 올라왔으면 합니다.

승빈 저것도 거짓말이에요. 이전엔 저한테 저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재휘 아, 제발 거기까지만 담아주세요.



1년 뒤, 더 성장한 ‘나’를 기대하며

컵 대회가 끝나고 전국체전에선 우승했어요. 이제 우한으로 가네요.
(상무는 10월 초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곧바로 이어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를 치렀다. 그리고 10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도 나섰다. 한국은 아쉽게 결승에서 중국에 패해 준우승했다.)

재휘 모든 운동선수들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처음과 끝이 좋아야 한다’예요. 선수가 한 해를 어떻게 보냈냐를 돌아볼 때, 처음과 끝 인상이 굉장히 많이 남거든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올해 마지막 대회죠. 마무리를 잘 해야 해요.

수봉 또 포상 휴가가 있잖아요. 오늘 출정식을 했는데 부대장님께서 ‘1등하고 오면 포상휴가 7일!’이라고 하셔서 다들 ‘오~’했죠.

상무 팀 전력을 소개해주세요.
승빈 컵 대회 첫 날 보여드렸던 경기력이 아니었을까요(당시 상무는 한국전력과 싸워 3-1로 이겼다).

재휘 전국체전이 바로 다음이라 컵 대회를 제대로 못 뛴 게 아직도 조금 아쉬워요.

승빈 우승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어요. 물론 이 선수구성으로 많이 훈련해본 적이 없어서 그 경기력이 진짜 우리 것인지, 그 날만 우연히 나온 것인지는 한 번 봐야겠지만요. 그래도 확실히 탄탄한 전력이라고 생각해요.

수봉 국가대표 일정 때문에 함께 훈련한 게 정말 얼마 안 됐어요. 컵 대회 전 4~5일 맞춰본 게 다였어요.

재휘 그래도 세터 승빈이 형이 정말 잘 맞춰줘서 편했어요. 미들블로커는 속공이 안 맞으면 한 달씩 연습하기도 하거든요. 덕분에 제 속공도 엄청 좋아졌어요. 형, 멘트 좋았죠?

허수봉 선수도 많이 늘은 게 보여요.
수봉 살이 많이 찌면서 힘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세터 복이 있어요. 소속팀에선 (이)승원이 형. 여기서는 승빈이 형까지. 전 하는 것 없어요. 입 벌리고 있으면 알아서 떠주거든요. 저도 잘했죠?

승빈 거짓말을 많이 하네 다들.

재휘 얘 몸만 큰 게 아니라 머리도 많이 컸다니까요.

수봉 여기 와서 냉동식품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엄청 쪘어요. 소속팀에서 특별 관리까지 해주면서 먹었는데도 3년 동안 5kg밖에 안 쪘어요. 그런데 여기서 3개월 동안 5kg 쪘어요. 매일 한 번씩 PX(군대 매점)에 습관적으로 가요. 국가대표 합류해서 진천선수촌에 갔을 때는 그 맛있는 밥을 앞에 두고 냉동식품이 생각날 정도였어요(웃음). 여기서 5kg 정도 더 찌는 게 목표예요.

입대 전엔 뭘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게 있나요.
승빈 일단 몸 관리죠. 웨이트 트레이닝만큼은 입대 전이랑 똑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 때보다 힘이 좋아졌어요.

재휘 저는 몸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입대했는데 한창 바빠서 제대로 못 챙겼어요. 겨울이 오면 제대로 준비해봐야죠.

수봉 아무리 그래도 제일 바쁜 건 승빈이 형이었어요. 다른 세터 한 명이 지금 부상이거든요. 그래서 승빈이 형 혼자 훈련, 연습경기, 대회 모든 걸 혼자 다 소화했어요.

재휘 형, 휴가 나가면 안 되겠는데요.

승빈 그건 또 안 되지. 군인정신에 위배되는 일이야.

이제 1년하고 1개월 정도가 남았어요. 남은 1년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승빈 가장 중요한 건 안 다치는 거죠. 또 이왕 온 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해요. 대한항공에서 뛸 때는 늘 급박한 순간, 혹은 아예 차이가 벌어졌을 때 많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 여기에서 훈련하며 이겨내고 싶어요. 선수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수봉 전 프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준비해서 나가고 싶어요. 리시브나 수비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전역 후 곧바로 현대캐피탈에 녹아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이 계속 찌고 있는데 체지방보단 근육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휘 가장 먼저 서로 다른 팀에 있는 이 선수들과 함께 운동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비슷한 또래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이 선수들과 함께 부상 없이 즐겁게 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여러분들의 전역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재휘 제 생각 좀 부탁드릴게요(웃음).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지만 항상 마음은 현대캐피탈에 있습니다. 금방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수봉 제가 느끼는 시간과 밖에서 느끼는 시간이 달라서 ‘왜 이리 빨리 나왔냐’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건강히 돌아가서 비웠던 시간만큼 달라진 모습으로 뛰겠습니다.

승빈 이번 V-리그는 대한항공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다음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팀에 돌아가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박삼용 감독에게 듣는 ‘국군체육부대 story’

“상무는 기회의 팀이죠,
새로운 도전 장려합니다”

박삼용 상무 감독은 지난 2012년 8월에 부임해 올해로 만 7년이 됐다. 상무는 특이한 구조다. 선수 대부분이 프로 소속이지만 팀은 실업배구연맹에 속해 있다. 그래서 프로와 실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다. 상무는 단순히 선수들 병역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다.

박삼용 감독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선수들의 건강 상태’다.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에서 뛰던 선수들. 크고 작은 부상을 하나씩은 갖고 온다. 다행히 상무는 성적에 크게 얽매이는 팀은 아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성적은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프로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리진 않는다. 그래서 부상 선수들에게 회복할 시간을 줄 수 있다.

박 감독은 “아픈 선수들이 있으면 가급적 훈련을 안 시키려고 한다. 지금 들어와 있는 황두연도 어깨가 좋지 않아 1년 간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고 회복에 집중하도록 했다. 김재휘도 무릎이 온전치 않은 상태다. 이번 국가대표 일정이 끝나면 회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를 기본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감독은 “체육부대 역할 가운데 하나가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선수들에게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병역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을 해결해줄 순 없지만 최소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여기서 잘 뛰고 가면 좋겠지만 자칫 부상이 커진다면 이후 팀에 돌아가 더 못 뛸 수도 있으니 이렇게 운영한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겐 상무에서 배구생활이 커다란 기회다. 이전에 프로 팀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해볼 수 있다. 박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공격만 하던 선수들이 여기에 오면 다른 기본적인 것이 안 돼 고생합니다. 그럴 때면 ‘실수해도 아무 말 안할 테니 해봐라’라고 해요. 여기니까 해볼 수 있는 겁니다. 군 생활이 누군가에겐 헛된 경험일 수 있지만, 어떤 선수들에게는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선수들에게 그런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상무에서 전역한 뒤 빛을 보는 선수들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초창기엔 비주전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해 전역한 뒤 프로팀 혹은 실업팀으로 가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상무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실업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도 합니다.”

박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뛰고 있는 리베로 이승현을 예로 들었다. 박 감독은 “이승현은 우리카드에 있다가 부산시체육회로 가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상무에 입대해 뛰던 중 프로 팀에서 세터가 필요해 이승현을 영입해 데려갔다”라며 ”이승현이 포지션을 바꿔서까지 프로 무대에서뛰는 걸 보면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지도 철학 아래서 상무는 프로와 실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배구가 인생의 다는 아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그걸 인정해주는 사람이 분명 나타나게 된다. 이곳을 지나간 선수들, 앞으로 오게 될 선수들 모두 그런 모습으로 배구를 대했으면 한다”라며 후배 배구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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