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외국인 시장, 성공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매거진 / 서영욱 기자 / 2019-11-27 02:09:00


비시즌 V-리그 13개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와 함께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요소가 외국인 선수다. 특히 여자부는 2015~2016시즌부터,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하며 한정된 선수층에서 진주를 찾아야 하기에 더 골머리를 싸매며 선수를 고른다. 트라이아웃 환경 속에서 성공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모든 스포츠의 근간, 피지컬은 기본




종목 불문 스포츠에서 피지컬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배구도 마찬가지이다. 배구에서 중요한 신장, 힘에서 우위를 점하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처럼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기술도 어느 정도 갖춘 환경이면 더욱 그렇다.




팀에서 한 방, 많은 공격을 소화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이기에 이런 신체조건 상의 우위는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선수’라는 이점을 확실히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트라이아웃에서도 팀들이 신체조건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 있어 피지컬이 중요하다는 건 감독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난 4월에 열렸던 한-태 올스타전 2차전 승리 이후 박미희 감독은 리시브가 흔들린 이후의 공격을 말하며 “트라이아웃 현장에 신장은 조금 작지만 잘하는 선수도 많다. 그런 선수들이 실력에서 밀리는 건 아니지만 결국 안 좋은 볼, 오픈 공격을 처리할 수 있는 선수 위주로 뽑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역시 올해 컵 대회 도중 “외국인 선수를 볼 때 가장 우선시하는 건 기술도 중요하지만 높이와 힘이다. 그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라며 “국내 선수들도 기술은 충분히 좋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높이와 힘에서 밀리는 게 크다. 그래서 두 가지를 가장 먼저 본다”라고 말했다.




SBS스포츠 장소연 해설위원 역시 “외국인 선수에게 바라는 건 결국 한 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랠리가 길어질 때 외국인 선수가 마무리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 외국인 선수라면 그런 상황에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외국인 선수의 오픈 공격 처리 능력을 강조했다.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자 성균관대 김상우 감독도 비슷한 견해를 남겼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라면 역시 국내 선수보다는 좋은 신장과 힘을 가져가야 한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 두 가지는 기본이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2019~2020시즌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인 비예나를 두고도 “비예나가 단신(194cm)이라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피지컬은 국내 선수보다 좋다. 점프나 파워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카드 감독직도 맡았던 김 감독은 파다르의 경우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파다르도 신장이 다른 외국인 선수처럼 큰 편은 아니었다(197cm). 하지만 신장을 상쇄할 정도로 점프가 좋아 타점 자체는 높았다. 힘도 워낙 좋았다”라며 피지컬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단편적으로 보기보다는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봐야 한다는 단서도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의 전설로 남아있는 삼성화재 시절 가빈과 레오는 피지컬이 정말 극에 달했던 선수들이다. 삼성화재 시절 가빈은 207cm라는 장신에 엄청난 파워로 V-리그를 초토화했다. 레오 역시 206cm라는 장신에 엄청난 탄력이 더해져 저세상 타점을 선보였다. 가빈 이상 가는 ‘몰빵’을 펼친 탓에 블로커들이 레오에게 볼이 갈 것을 알고 막으러 갔음에도 블로킹 위로 때려버리며 이를 무력화했다.




여기에 두 선수는 체력도 엄청났다. 가빈은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79%라는 엽기적인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두 번째(2013~2014), 세 번째 시즌(2014~2015) 각각 정규시즌 공격 점유율이 59.87%, 56.66%에 달했다. 레오는 이 정도로 엄청난 점유율에도 시즌 막판, 챔피언결정전까지 위력을 유지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이때와 같은 선수들이 다시 V-리그를 찾는 건 기대하기 어렵지만, 피지컬이 압도적일 때 어떤 위력을 선보일 수 있는지는 두 선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빡빡한 일정, 이를 견딜 수 있는 성실함




V-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특징이 있다. 웬만한 리그보다 빡빡한 일정과 많은 훈련량이 그것이다. V-리그는 한 시즌에 남자부 기준 36경기, 여자부는 30경기를 치른다. 14개 팀이 1부 리그를 이루는 이탈리아 세리에A가 정규시즌 기준 26경기를 치른다. 터키 여자리그가 1부에 12개 팀, 팀당 22경기를 치른다. 리그 도중 컵 대회가 있고 대륙간 대회가 있긴 하지만 정규시즌 일정을 비교했을 때 V-리그는 매우 고된 편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가 책임져야 할 공격 부담 자체가 해외 리그보다 크다. 해외 리그는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주 공격수라고 해도 V-리그에서의 외국인 선수만큼 많은 점유율을 시즌 내내 가져가지는 않는다. 리그 일정도 빡빡한데 매 경기 책임져야 할 면도 많으니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훈련량도 해외보다 많은 편이다.




이런 리그의 특징 때문에 고된 일정을 견딜 수 있는 성실함도 성공하는 외국인 선수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김상우 감독은 “해외 에이전트 등을 통해 선수들의 인성 측면을 확인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타지에서 배구에 좀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가족과 같이 올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그래서 결혼 여부도 꽤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향수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고 외부적으로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선수도 있다. 그래서 가족하고 올 수 있는 선수를 좀 더 선호하는데, 그 선수들은 가족과 함께 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더불어 “아무리 같은 팀원이나 통역이 잘해준다고 해도 자국민이 곁에 있는 게 더 좋다. 가족이나 배우자가 함께 있어야 더 잘 버틸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흥국생명이 톰시아를 위해 가족을 불러오기도 했고 어나이도 가족과 친척들이 상당히 자주 한국을 찾았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 역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리그에 대한 적응과 요령도 필수




실력과 별개로 리그에 대한 적응력도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종목 이야기긴 하지만 KBL의 경우에도 해외 리그 경력이 화려하거나 NBA에서 뛴 경험이 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프로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상당하거나 왕년의 유망주였지만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리그마다 특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감독도 “한국 특유의 시스템이나 조직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경기 내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득점이 잘 나오는지에 관한 요령을 빨리 터득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 감독은 예시로 삼성화재 시절 가빈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가빈은 외국인 선수가 자유계약 시절이던 그 당시, V-리그를 처음 노크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상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화재에서 기회를 잡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그 엄청난 점유율을 견디며 성장했다. 이미 많은 배구 팬이 알고 있지만 가빈의 인성은 좋은 쪽으로 유명하다.





선수 개인의 노력과 별개로 팀 혹은 리그와 궁합도 중요하다. V-리그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2014~2015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케뱅 르 루(V-리그에서는 케빈 레룩스로 표기됐지만 불어 발음에 따르면 케뱅 르 루 정도로 읽는 게 맞다)를 들 수 있다. 프랑스 대표팀 주전 미들블로커이기도 한 르 루였지만 V-리그에서는 공격 성공률 45.27%에 그쳤다. 총 득점은 572점으로 이 부문 7위에 올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었다. 본래 미들블로커지만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아포짓 스파이커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경우다. 물론 당시에는 자유계약 시절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있었지만 트라이아웃에서는 르 루와 같은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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