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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알고 보자! 하우 투 인조이 발리볼 - 리시브 편
이광준(kwang@thespike.co.kr)
기사작성일 : 2019-11-26 03:43
그간 <더스파이크>는 배구전문지라는 타이틀에 맞게 전문적인 기사를 많이 다뤄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겠구나.”

배구라는 스포츠는 아직까지 생활체육 전반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직접 ‘즐기는 스포츠’로서 기능은 약한 편이다. 그 때문에 배구 종목에 대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배구는 아직도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배구가 매우 직관적인 스포츠여서 단순하게 보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세 번 안에 넘긴다, 땅에 떨어지면 득점 혹은 실점 등) 조금 더 파고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번 기획은 깊게 보기보다 넓게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배구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려 한다. 그간 배구판을 돌아다니며 눈동냥한 지식과 여러 기획기사를 쓸 때 공부한 내용. 그리고 여러 기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조심스레 한 글자씩 적어봤다. 부디 이 글이 배구에 입문하는 사람들과 배알못(배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배구를 더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놈의 리시브, 또 리시브
리시브는 왜 중요한 거야?

첫 주제는 리시브로 잡았다. 매 경기 감독들 입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그 단어. 작전시간에 귀를 기울이면 한 번씩은 꼭 나오는 그 말이다. 여기서는 리시브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리시브가 잘 될 때와 안 될 때 어떻게 플레이가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리시브는 왜 중요할까? 답은 뻔하다. 공격의 시작이니까. 상대 서브를 받아내는 걸 리시브라고 한다. 배구의 3단계는 ‘받고 올리고 때리고’로 구성된다. 리시브는 ‘받고’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친 공을 받고 나서 세터, 혹은 그 외에 연결하는 선수가 공격수에게 공을 주고, 이를 공격수가 처리하는 게 배구다. 물론 이는 가장 기본적인 패턴이다. 넘어온 공을 바로 공격으로 연결하는 다이렉트 킬, 세터가 공격수에게 주는 게 아닌 본인이 직접 공격으로 밀어 넣는 패스 페인트 등 다양한 공격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면 리시브가 잘 될 때, 리시브가 안 될 때 어떤 차이가 발생할까. 여기서는 세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본다. 리시브가 잘 된 경우, 그리고 리시브가 흔들린 경우, 아예 리시브에 실패해 실점으로 이어진 경우다.




상황 1. 리시브가 잘 됐을 경우 

쉽게 생각해보자. 리시브된 공이 약속된 자리로 오지 않고 세터가 꽤 움직여야 처리할 수 있는 곳에 떨어졌다. 이 경우 세터가 정확하게 공을 올리는 것이 쉬울까? ‘리시브가 정확하게 된 공’보다는 상대적으로 불안하게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확한 리시브’가 중요한 이유다. 리시브가 정확하게 세터 머리 위로 올라가면 세터가 편하게 공을 올릴 수 있다. 세터는 편해진 만큼 여유가 생긴다. 우리 팀 어떤 공격수가 준비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상대 블로커들 움직임도 한 번 볼 수 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세팅이 가능하단 뜻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세트플레이’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트플레이는 이전에 미리 짜 둔 작전대로 공격수들이 움직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6인제 배구에는 로테이션 제도가 있다. 여기서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복잡한 개념이기에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코트 위 선수들이 고정된 자리에서 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바꿔 가면서(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규칙이다(로테이션 제도가 알고 싶다면 <더스파이크> 2019년 2월호에 실린 ‘여기저기 모두 다른 포지션 이름, 무엇이 맞고 틀릴까요?’를 참고하면 좋다). 각 팀들은 매 로테이션 상황마다 팀에 가장 적합한 공격 형태를 갖춘다. A 선수가 서브를 때리는 포메이션의 경우에는 B 선수가 세터 앞쪽에서 속공을 대기하고, 서브를 넣은 B 선수는 중앙 후위공격을 대기하는 식이다.

리시브가 정확하게 왔으니 세터는 다양한 공격코스를 보다 쉽게 운영할 수 있다. 미들블로커에게 약속된 속공을 줄 수도, 아니면 속공 타이밍을 한 번 잡아놓고 날개 쪽으로 낮고 빠르게 쏴줘도 된다. 후위에 대기 중인 공격수가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된다. 이것이 약속대로 공격수들이 움직이는 세트플레이다.

세트플레이는 나중에 이야기할 ‘하이볼 상황’보다 득점을 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세트플레이를 막는 블로커들은 한 번에 속공과 날개 공격 모두를 대비하기엔 힘들다. 우리 속공 타이밍에 맞게 상대 미들블로커가 블로킹을 떴다? 그렇다면 날개 쪽은 원 블로킹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공격수와 블로커 간 1대1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공격수 쪽이 더 유리하다.

흔히 말하는 ‘찬스 볼’ 상황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서브를 받는 상황이 아닌 랠리 상황에서 상대가 제대로 된 공격을 못 했거나, 혹은 상대 공격을 너무도 훌륭하게 받아내(디그) 이것이 세터 머리 쪽으로 가게 되면 세트플레이를 쉽게 펼칠 수 있다. 


상황 2. 리시브가 흔들렸을 경우

리시브는 ‘세터가 1m 내로 움직여 공을 받을 수 있게 전달될 경우’를 ‘리시브 정확’으로 따진다. 그 외에 상황, 그러니까 세터가 여기저기로 움직여서 공을 받거나, 혹은 세터가 받는 것이 여의치 않아 다른 선수들이 공을 올릴 때는 ‘리시브가 흔들렸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리시브에 실패한 경우도 흔들린 것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설명을 위해 구분한다).

리시브가 흔들리게 되면 일반적으로 하이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볼은 ‘오픈 공격’ 상황이다. 좌우로, 경우에 따라선 가운데에 높게 올려놓고 공격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배구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세터 공이 빨라야 한다는 걸 자주 들었을 것이다. 세터 패스가 느릴 경우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상대가 대처하기가 쉬워진다. 공이 느리게 가면 상대 블로커가 자리를 잡을 시간이 넉넉해진다. 당연히 우리 공격이 블로킹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상대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한 발이라도 더 효율적인 수비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여러모로 수비하는 입장에서 편해지는 셈이다.

어떤 스포츠나 마찬가지다. 축구도 상대 수비가 갖춰지기 전에 공격하면 득점확률이 높아진다. 농구도 비슷하다. 

하이볼 상황은 공격하는 자와 막는 자의 피지컬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 수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에서 이를 뚫어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 블로커보다 높은 타점, 그리고 수비를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 막아내는 입장에서도 높이와 힘으로 맞부딪힌다. 굉장히 가슴 뜨거워지는 대결이다. 특히 3인 블로킹을 두고도 이를 뚫어내는 화끈한 공격이 주로 이 상황에 나온다. 그런 어려운 공격을 성공시킨 선수가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말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자.


성공률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일반적으로 오픈 공격은 그 외에 다른 공격들과 비교해 가장 성공률이 떨어지는 공격 방법이다. 지난 2018~2019시즌 남자부와 여자부 오픈 1위 팀과 퀵오픈 1위 팀의 성공률을 위의 표1에서 비교한다. 오픈과 퀵오픈 1위 팀이 남여 한 팀으로 같아 비교하기 훨씬 수월했다.

이렇게 오픈 공격의 경우 한 쪽으로 높게 전개되기 때문에 공격수 한 명만 공격에 참가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어택 커버에 가담해 블로킹을 맞고 떨어지는 공을 다시 한 번 공격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위 개념을 이해하고 서브를 넣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상대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으려면 당연히 상대에게 리시브 정확 상황을 주기보다 리시브가 흔들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강한 서브를 중시하는 이유다. 여기서 또 하나 개념이 파생된다. 강한 서브를 가진 팀은 블로킹을 잡는 데에도 용이해진다. 상대 공격이 빠른 세트플레이보다는 좌우 하이볼 상황으로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브가 강한 팀은 블로킹을 잡을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상황 3. 리시브에 실패했을 경우.

서브를 받지 못하면 바로 실점이다. 상대는 서브 에이스로 한껏 기세가 살아나고, 반대로 우리 팀 리시버들은 한껏 위축된다. 배구에서 가장 빠르게 득점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서브다(포지션 폴트나 각종 범실은 제외하자!). 당하는 입장에선 반격 한 번 못해보고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는 셈이 된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대에게 한두 번 서브에이스를 허락하면 급격히 무너지는 선수들은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시브 개념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은 정말 기본적인 개념이다. 지금부터는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을 이야기하려 한다. 최근에는 리시브 자체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서브는 서비스가 아니라 첫 번째 공격수단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배구 추세는 갈수록 빠르고 강한 서브를 구사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브를 받는 리시버(리시브하는 사람, Receiver)들의 고통이 늘어났다. 정확하게 리시브를 받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표2 참조)


이것이 출발점이 돼 고안된 배구 형태가 흔히 말하는 ‘스피드 배구’다. 스피드 배구와 관련된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차치하고, 기본적인 골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서브리시브 상황에 3인(윙 리시버 2인 + 리베로)이 리시브를 하고, 이후 공격수 네 명(리시브에 가담한 윙스파이커 2인 + 아포짓 스파이커 1인 + 미들블로커 1인)이 공격에 대기하는 방식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본인의 배구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인 배구 추세가 되겠다.

한 번 더 설명하자면 ‘리시브가 불안해도 세터가 하이볼로 처리하지 않고, 다양한 공격수들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렵다. 세터의 경우 움직이면서도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연결을 해야 한다. 공격수는 다소 부정확한 공이 오더라도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세터도, 공격수도 모두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만 이것을 이행할 수 있다. 

최근 세계 배구 흐름이 이처럼 변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런 배구를 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서 특정 팀을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리시브가 정확하지 않은 공을 속공이나 퀵오픈, 후위공격 등으로 연결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 정도를 이해한다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세터가 리시브가 불안한 공 아래로 뛰어 들어가 속공, 퀵오픈 등으로 연결해 득점이 난다면, 주저말고 감탄 한 번 해주자. ‘이야, 저걸 저렇게 연결하네!’ 정도를 해준다면 주변에서 ‘배구 좀 볼 줄 아는데?’라고 하며 감탄할 것이다. 


따져봐야 할 예외적 상황

글을 읽어보면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는 오픈을, 반대로 리시브가 잘 됐을 때는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운영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주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향해 가는 좌우 후위공격은 오픈 패스로 가는 경우도 꽤 있다. 아무래도 팀에서 공격력이 가장 좋은 선수이므로, 후위에 있어도 믿고 하이볼을 연결하는 것이다. 참고로 전위와 후위만 놓고 공격을 비교해보면 전위 쪽에서 훨씬 수월한 공격이 가능한 게 일반적이다. 네트와 가까우니 힘을 싣기도 좋고, 공격 시 각을 내기도 편하다.

그 외에도 잘 리시브된 공을 중앙에 오픈 공격으로 주는 경우도 예외적이다. 남자배구에서는 잘 안 나오지만 여자배구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이 자주 보여준 공격 방법이다.


epilogue

최근 리시브 개념이 변하고 있다고는 해도, 정확한 리시브가 올 경우에는 더없이 좋다. 세터가 덜 뛰어다녀도 되니 체력을 아낄 수 있다. 공격수 입장에서도 좋은 공을 받을 수 있으니 더 강하게 공을 때릴 수 있다. 추가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기본 내용만 보더라도 배구를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배구를 계속 보며 숙달이 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되겠다.

기자가 잔뜩 아는 척을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이런 기사를 준비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잊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되돌리곤 한다. 혹 기사에 대해 부족함이 보인다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아낌없는 피드백 주길 기대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제시한 얘기는 정말 큰 틀에서 나눈 것이다. 세세하게 하나씩 파고든다면 분명 허점은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에 리시브를 정의하고 분석하기 어렵다. 이번 주제 외에도 다양한 ‘배구 보는 법’을 구상하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쉽고 알찬 코너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중계화면 캡처/ KBSN스포츠, SBS스포츠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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