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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따라 행복한 동행, 이상열 감독 & 유안·효인 자매
이정원(ljwon0523@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9-27 22:56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아빠 손 잡는 거예요!” 스포츠 세계에는 부모와 자식이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할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따라 두 딸이 가고 있다. 경기대 감독이면서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상열 감독과 그의 두 딸인 이유안, 효인 자매다. 둘은 세화여고 배구부에서 함께 뛰며 꿈을 키우고 있다. 달변으로 유명한 이상열 감독과 그 두 딸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궁금해 이 기획을 준비했다. 날이 한창 풀린 지난 8월 21일, 경기대 캠퍼스에서 이들과 만나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인터뷰가 진행된 후 이유안은 지난 9월 4일 2019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음을 알리는 바다.)


삼손과 그의 두 딸, 우리는 배구가족

안녕하세요, 먼저 두 따님 소개로 시작해볼까요?
이유안(이하 유안) 안녕하세요, 저는 세화여고 주장이고, 윙스파이커 맡고 있는 3학년 이유안입니다.

이효인(이하 효인) 저는 동생이고요, 세화여고 세터 맡고 있는 2학년 이효인이에요.

감독님, 따님들하곤 얼마 만에 만나시는 건가요.
이상열(이하 상열) 세화여고 체육관이 공사 중이어서 친구들이 경기대로 와서 훈련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주 보는 편이죠. 저는 대학 감독이고, 아이들은 고등학교 선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볼 시간이 많진 않죠. 특히나 막내가 중학생이고 유안이가 고등학생이어서 소속이 다 다를 땐 더 힘들었어요. 내년에 유안이가 프로에 가서 소속이 또 달라지면 모이기 더 힘들겠죠.

잠시 하나 확인하고 지나갈게요. 서로 호칭이 어떻게 되나요?
유안-효인 아빠죠.

유안 딸들은 보통 아빠라고 하잖아요? 아버지는 좀 어색해요.

상열 저는 이름 부르죠. ‘유안아, 효인아’ 이렇게요.

배구가족인데요, 아무래도 아빠를 따라 배구를 시작한 걸까요?
상열 배구 시킬 때는 키가 더 클 줄 알았어요 (웃음). 그래서 여자 키가 180cm를 넘기면 일반인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에 배구를 시켰죠.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배구를 하면서 최소 대학까지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배구를 하게 했습니다. 또 둘 다 성격이 너무 착해요. 강인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유안 어릴 때 아버지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지켜봤어요. 그 때 ‘배구 멋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아빠를 졸라 배구를 해봤는데 일주일 만에 안 하겠다고 포기했어요. 그거 설득한다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상열 3개월을 아침 저녁으로 울었어요. 사실 애들이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 했거든요. 유안이는 시험만 보면 올100이었고 효인이도 한 번씩 올100점을 맞아오고 그랬어요. 둘 다 성향이 내성적이어서 선수를 할 성격은 아니었어요. 사실 저도 성향이 내성적이긴 했죠. 우리 집안 분위기 자체가 그래요. 

유안 그래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하기 싫었는데 고등하교 오면서 배구에 재미가 붙었어요. 요즘은 하면서도 뿌듯해요.

효인 저는 오히려 배구 한다고, 집에 가기 싫다고 말했어요. 언니랑 같이 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편했죠. 운동보단 친구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게 재밌었어요.

상열 제가 감독이고, 유안이가 배구를 시작하면서 아내가 유안이를 따라다녔거든요. 그러니 가족에서 효인이 혼자 남아버리니까 자연스럽게 배구를 하게 됐죠.


아버지가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였는데, 두 따님에겐 부담일 것 같아요.
유안 아빠는 배구로 스트레스 주지 않아요. 잘하는 것보단 재밌고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효인 맞아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상열 배구로 이야기를 자주 하진 않아요. 아이들에게 맡기는 편이죠. 잔소리를 안 하는 대신에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살라 이야기해요. 애들이 말썽 피우고 했으면 제가 잔소리를 했겠지만 둘 다 정말 착하고 성실하거든요. 전 살면서 평생 배구만 했지만 제 딸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넓고 다양하게 봤으면 해요. 경기대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자주 이야기하고요. 인생이 꼭 좋은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야 즐거운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젊은 시절 아버지 모습은 봤나요?
효인 뛰는 건 아주 오래된 일이라 사진 위주로 많이 봤어요. 영상도 가끔 보긴 했고요. 인상은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아빠 젊을  때 모습은 많이 웃을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무섭거나 하진 않았고요.

유안 머리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현역 시절 이상열 감독은 장발로 유명했다. 장발에 힘이 세 ‘삼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때 사진하고 지금을 비교해 보면 지금 얼굴이 나은 것 같아요. 그 때는 날카로운 이미지였죠. 치열한 선수생활 때니까요.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죠.

딸이 둘 있는 집이어서 집안 분위기가 단란할 것 같은데, 맞나요?
유안 아니요. 정 반대에요. 셋 다 자상한 편이 아니에요. 저랑 동생 둘 다 딸 치고는 애교도 없는 편이어서요. 서로 오글거려요.

상열 집안 내력이에요 집안 내력. 아내도 성격이 그래요.

효인 아빠가 섬세하질 못해요. 제가 어릴 때 속눈썹 달린 바비인형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속눈썹 한 가닥이 튀어나와 있어서 아빠한테 ‘한 가닥만 잘라줘’라고 했는데 아빠가 눈썹을 몽땅 날려버렸어요. 그 때 울면서 아빠랑 엄청 투닥거린 기억이 나요. 

상열 제가 섬세하지 못해서요. 전 딸들하고 같이 다니면 보디가드 역할이죠. 위험 한 거 있으면 막아주고, 또 뭐 잃어버렸다 하면 왔던 길 되돌아가서 슥 찾아다 주고. 뭐 그런 역할이요. 놀아주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유안 동생이랑 아빠랑 많이 싸웠어요. TV 채널로 엄청 싸웠죠. 아빠는 맨날 배구, 낚시 이런 걸 보는데 동생은 만화 보고 싶다고 싸웠어요.

상열 유안이는 얌전한 성격이에요. 반면에 효인이는 밝은데 고집이 좀 있어요. 그래서 애들 엄마한테 많이 혼났죠. 예전에 제주도에 갔는데 떼를 너무 쓰더라고요. 그래서 호텔에 있는 빈 항아리에 쏙 넣는 장난을 쳤죠. 몸 절반 정도 들어가는 항아리였는데 그 안에서 울면서 씩씩거리더라고요. 그 고집이 세터한테는 장점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세터를 하라고 했죠.

효인 아빠가 재밌을 땐 재밌어요. 그런데 집에서 엄청 그렇진 않아요. 그래도 같이 다니면 든든한 아빠죠. 앞에선 티가 잘 안 나도 뒤에서 묵묵히 잘 끌어주세요. 말로 설명하려니 힘드네요. 

유안 무뚝뚝하긴 해도 속으로는 정말 자상해요. 늘 응원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살자!

얼마 전에 경기대가 우승을 차지했어요.
유안 와~. 결승전은 주변 친구들하고 다 같이 찜질방에 가서 경기를 봤어요. 0-2로 지고 있어서 못 이길 줄 알았는데 뒤집더라고요. 주변 애들 다 임재영(경기대3, OPP) 오빠 멋있다고 난리 났었죠. 지금 다들 재영 오빠 얘기밖에 안 해요. 다들 오빠들 경기 있으면 가고 싶대요.

상열 아빠 멋있었단 얘기를 해야지~.

효인 아빠는 결승 말고 준결승 때 멋있었어요. 그 때 비디오판독 진짜 멋있었어요. 잡는 족족 비디오판독으로 점수 다 가져오는 게 짜릿했어요.

상열 사실 제가 눈이 나빠요. 그래서 뒤에 앉은 후인정 코치한테 물어봐요. 그렇게 감으로 하는 건데 운이 좋았죠. 그 때 마침 타임을 불러야 하기도 했고 해서 ‘야, 일단 부저 눌러봐’하면서 비디오판독을 썼죠. 얻어걸린 거예요.

효인 아 그랬어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은.

상열 이번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어요. 사실 우리 선수들 중 고교 시절 엄청 주목받은 선수들은 몇 없어요. 그런 선수들이 뭉쳐서 팀으로 싸워 만들어 낸 성적이에요.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같이 뛰는 동생이 볼 땐 언니는 어때요?
효인 예전에 언니는 야간 훈련도 안 하고 그랬는데 3학년 되면서 많이 바뀌었더라고요(웃음). 스스로 그렇게 해내는 걸 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터로서 볼 때는요?
효인 음~. 아직 힘이 부족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조금 더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상열 유전적으로 힘이 좋은 집안인데 우리나라 유소년에서는 웨이트를 잘 안 시키니까요. 너무 기술만 교육하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대학 감독도 하고 있고, 애들이 배구를 하고 있으니 그쪽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요, 너무 기술 위주 훈련을 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경쟁 위주 수업을 하다 보니 애들 기량이 잘 안 늘어요.

유안 …아빠. 주제를 또 벗어났어.

아까 감독님께서 두 따님이 넓은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상열 그래서 큰 욕심을 안 부리고요. 요즘은 워낙 여러 일이 있으니 다른 쪽으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해요. 뭐 영어를 공부해서 통역으로 갈 수도 있고요, 프런트에서 일을 할 수도 있죠. 

유안 이런 점이 참 좋아요. 현역 시절에 잘 하셨으면 무조건 ‘선수로 잘 해야 한다’라고 하실 수 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거든요. 경기를 보러 오셔서도 늘 ‘수고했다, 잘 했다’라고만 하세요. 안되더라도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하셔요. 열심히 해서 안 된 건 다른 길이 있다는 뜻이라고요.

상열 저는 딸들이 그 자체로 자랑스럽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 ‘이상열 딸이다’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 전혀 안 들려요.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효인 이런 말 자주는 아니더라도 직접 몇 번 말씀하셨어요. 경기가 잘 안 풀리고 그럴 때 한 번씩 들으면 힘이 나요. 

그래도 지금 두 따님 목표라면 단연 프로 진출이겠죠?
유안 맞아요. 일단 제가 해온 것을 가지고 열매를 맺고 싶어요.

효인 저도 지금 목표는 프로 진출이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빠가 혼낸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유안 저랑 동생이랑 싸워서 혼난 기억이 나요. 그 때 아빠가 차라리 매를 드는 게 나을 정도로 단호하게 혼내셨어요. 각자 방에 들어가서 따로 손을 들고 벽을 쳐다보고 있으라 하셨죠. 벽을 보고 있는데 금세 심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싸운 건 금방 까먹고 다시 같이 놀았던 기억이 나요.

효인 예전에는 그래도 많이 싸웠는데요. 요즘은 친해요. 언니가 저를 자주 괴롭혀요. 그런데 그냥 넘어가죠(웃음).

상열 제 입장에선 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무뚝뚝’ 버리고 다정한 집 될래요

집에 가훈이 있나요?
유안 ‘처음처럼’이라고 있었어요. 예전에 친척 분이 선물해주신 건데 가훈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그렇네요

상열 특별히 정한 건 없어요. 그보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게 ‘괜찮다, 너무 애쓰지 마라’예요.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 저한테 자주 해주신 말이에요. 아까 했던 말이지만 애들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인생이 더 즐거울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었을까요?
상열 제가 서핑을 좋아해요. 그래서 한 번 데려가본 적이 있는데 너무 추울 때 데려갔어요. 5월 정도였어요.

유안 그 때 너무 추워서 입술이 막 파래지고 그랬어요. 

상열 저는 몸이 커서 가라앉거든요. 애들은 가볍고 하니 잘할 것 같은데 말이죠. 물에서 하는 운동이 스트레스 푸는데 정말 좋잖아요. 

효인 서핑은 힘들 것 같고 다른 레저 스포츠는 해보고 싶어요.

상열 사실 애들이 어느 정도 하면 비치발리볼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자매 비치발리볼 팀이라고 하면 괜찮을 것같았죠. 선수생활이 아니라면 취미로 라도요.

유안 비치발리볼도 해봤는데 엄청 어렵더라고요. 그냥 배구보다 몇 배는 어려웠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사위의 조건’은 뭔가요?
상열 이야 그거 참 골치 아픈 질문이네요. 음…. 일단 저를 상대로 팔씨름을 이겨야 합니다.

유안-효인 (원성) 아 그게 뭐야~. 너무 싫다 진짜~.

상열 (웃음) 좋은 사람이면 되겠죠. 원만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요. 사실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죠.

서로 덕담하는 시간 한 번 가져볼까요?
상열 사람은 자세히 보면 남보다 잘난 점도, 못난 점도 있어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못난 점만 보고 살아요. 그러지 말고 좋은 점을 자꾸 바라보며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해요. 뛰어난 건 조금 숙일 줄 알고, 부족한 건 조금씩 채워 가면서 살면 그거야 말로 좋은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유안 저는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아빠, 술 좀 줄였으면 좋겠어요. 한동안 정말 많이 드셨어요. 자꾸 술 줄인다고 하곤 안 줄이는 것 같아요.

효인 맞아요. 저도 그거 말하고 싶었어요. 

상열 그 부분은 제가 할 말이 없네요.

저는 항상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딱히 부족함 없이 해주셔서요. 내년에는 경기대 경기 자주 보러 가겠습니다. 매번 시간 핑계로 자주 못 갔는데 꼭 갈래요!

끝으로 어머니가 자주 안 나오셨어요.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 모두에게 한 마디로 끝낼게요.
유안 지금처럼 아무도 아프지 말았으면 해요. 그리고 네 가족이 다 무뚝뚝한데 조금은 버리고 다정한 분위기가 되었으면 해요. 어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바뀌어야 해요. 다 무뚝뚝하거든요(웃음).

효인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저랑 언니를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언니도 함께 프로에 가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상열 감독 프로필 
소속 경기대 감독
생년월일 1966. 3. 9
출신교 서울인창중-인창고-경기대
경력 LG화재 선수(1989~1997)
인창고 코치(1999~2003)
LIG손해보험 코치(2007~2009)
경기대학교 감독(2012~)
SBS스포츠 해설위원(2013~)



이유안 프로필 
생년월일 2000. 7. 6 
소속 세화여고3 
신장 179cm 
포지션 윙스파이커
2019~2020시즌 4라운드 1순위 흥국생명 입단 예정



이효인 프로필 
생년월일 2002. 12. 3 
소속 세화여고2 
신장 176cm 
포지션 세터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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