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IBK 김현정이 쓰는 두 번째 페이지

매거진 / 이광준 / 2020-03-21 07:38:00


프로 선수에게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는 것만큼 커다란 변화가 있을까.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GS칼텍스를 떠나 이제는 IBK기업은행 선수가 된 김현정은 트레이드 이후 빛을 보고 있다. 출전 기회를 충분히 받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김현정이 기존 팀 약점이던 중앙 한 자리를 채우면서 IBK기업은행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건 김현정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전보다 훨씬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코트 위에 오르고 있다. 새 팀에서 선수생활 두 번째 페이지를 쓰고 있는 김현정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연습경기장을 찾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기 전 진행된 인터뷰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트레이드, 감사합니다!”
김현정에게 온 기회

지난 1월 13일, 여자배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난 다음날 아침 트레이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GS칼텍스 미들블로커 김현정과 윙스파이커 박민지, 그리고 IBK기업은행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과 리베로 김해빈이 서로 팀을 맞바꾼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브레이크타임 기간 동안 프로배구 소식을 기다리던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장 주전급 선수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팀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서로 포지션 상 필요한 선수들을 주고받으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윈-윈 트레이드라고 이야기했다.

미들블로커 김현정은 프로 네 번째 시즌을 치르는 선수다. 그간 GS칼텍스에서 기동력 좋은 미들블로커로 간간이 코트에 올랐다. 지난 시즌은 정규시즌 26경기에 나와 가능성을 보였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팀 취약 포지션인 미들블로커 보강을 위해 김현정을 택했다. 김현정은 트레이드 이후 꾸준히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을 한 김현정은 아직 본인을 IBK기업은행 선수라고 소개하는 게 익숙하진 않은 모습이었다. 그의 첫 마디는 “GS칼텍스, 아니 IBK기업은행에서 미들블로커를 맡고 있는 김현정입니다”였다.

트레이드 이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는 몇 번 없었다. 구단 자체 영상 콘텐츠에서 이야기한 것을 빼고는 <더스파이크>와 인터뷰가 처음이었다. 김현정은 “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시원섭섭했다. 그렇지만 잘 해보고 싶었다. 같이 가게 된 (박)민지와 함께 ‘가서 잘하자!’라고 의기투합했다”라고 그 때를 돌아봤다.

트레이드를 알게 된 건 SNS를 통해서였다. GS칼텍스로 온 김해빈과 문지윤이 SNS를 통해 은연 중 이 사실을 알렸다. 김현정도 간접적으로 이를 전해 들었다. “그 전까지는 트레이드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다른 팀에 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다 막상 트레이드 주인공이 되니 기분 좋았다. 올 시즌 경기에 자주 못 나가고 있었는데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그 말대로 김현정은 IBK기업은행에 와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올 시즌 GS칼텍스는 한수지를 영입해 중앙을 보강했다. 한수지-김유리 경험 많은 두 선수가 버티고 있는 중앙은 좀처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반면 김희진, 김수지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국가대표 이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또 확실한 미들블로커 한 명이 있다면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리는 선택도 가능했다.

김현정은 이적 이후 9경기, 33세트에 모두 출전했다(2월 19일 기준). 이 기간 동안 팀에서 가장 많은 15개 블로킹을 잡아냈다.

김현정은 “김우재 감독님께서 처음 IBK기업은행에 오고 나서 해주신 말이 ‘이적이 기회가 될 것이니 마음대로 편하게 해라’였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님도 떠나기 전 ‘보내서 미안하다. 가서 기회가 될 테니 열심히 해라’라고 해주셨다. 그 말대로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얻고 있다. 두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지난 2월 2일, 김현정은 이적 이후 처음 친정팀 GS칼텍스와 경기에 출전했다. GS칼텍스가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김현정은 2득점으로 부진했다.

김현정은 문득 그 때 기억이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 “감사한 만큼 맞대결에서 정말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차 감독님께는 ‘내가 잘 하고 있다’라는 걸 직접 보여주고, 김 감독님께는 제대로 보답하길 원했다. 그런데 그런 부담감 때문인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았다.”

그럼에도 김현정은 당시 빠지지 않고 꾸준히 선발 선수로 코트를 밟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 때 정말 ‘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준비 없던 이별, 그리고 새 출발

새로운 환경에 가게 되면 누구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첫 둥지였던 GS칼텍스를 떠나 새로운 팀에 합류한 기분,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김현정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그래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언니들이 먼저 잘 다가와 주셨다. 그런 덕분에 편하게 적응하고 있다. 처음에는 눈치 아닌 눈치를 봤는데 지금은 그런 것 없다.”

또 두 팀 간 분위기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스태프들까지 해서 모두가 가족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 입단한 팀이고 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IBK기업은행은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깔려 있다. 가족보다는 같이 나가 싸우는 전우 느낌이다.”

IBK기업은행에는 GS칼텍스에서 오래 뛰다 간 선수들이 많다. 세터 이나연도 그렇고 주장인 표승주도 GS칼텍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김현정은 트레이드 사실을 알고서도 이들에게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김현정은 “(표)승주 언니가 ‘미리 알았을 텐데 왜 빨리 말 안했냐’라고 먼저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한테도 팀을 바꾸기 전날이 되어서야 겨우 말을 했다. 어머니도 ‘왜 그걸 이제야 말하냐’라고 혼내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구단에서 확답을 주기 전에 말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트레이드 사실을 들은 게 이동하기 직전 날이었다. 그것도 오후 훈련을 다 마친 뒤였다. 그래서 그 많은 짐을 언니들과 함께 부랴부랴 싸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에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어서 바쁘게 팀으로 왔다.”

급한 이동 탓에 팀원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움직여야 했다. 김현정은 특히 외국인선수 러츠와 인사를 하지 못한 게 섭섭했다고 떠올렸다. “러츠랑 인사를 제대로 못한 채 이곳으로 왔다. 이후 러츠가 통역 언니를 통해 ‘인사 제대로 못하고 가 아쉽다’라고 전해줬다.”

이어 “차 감독님께서 마지막까지 훈련 열심히 하다가 가라는 뜻으로 늦게 말해준 것 같았다. 정확히 왜 그러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아주 조금만 일찍 말해주셨으면 천천히 짐을 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적 소식을 듣고 가장 좋아하신 건 다름 아닌 부모님이셨다. 김현정은 “다른 팀에 가 자주 출전하니 부모님께서 가장 흐뭇해하셨다. 항상 경기를 보시는데 내가 나오는 모습을 보시고 요즘 행복해 하신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김현정 부모가 가장 걱정했던 건 홈 경기장과 거리다. 혹 거리가 먼 곳으로 가게 되면 찾아가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걱정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화성이어서 다행으로 여겼다고 한다. 김현정은 “정말 자주 찾아오시는데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농구로 시작했던 운동
배구를 만나 꽃 피우다

김현정의 첫 시작은 농구였다. 키가 어느 정도 있었고 종목 자체도 흥미로웠다. 김현정은 “처음 농구수업에 갔는데 굉장히 재밌어 보였다. 공도 크고 그걸 던져서 넣는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농구를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훈련은 전혀 딴 판이었다. 몸싸움이 많아 과격한 농구 특성상 훈련 분위기도 무거웠다. 함께 훈련하는 언니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농구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배구는 그때 쯤 알게 됐다. 우연한 기회로 친해진 한 선생님께서 김현정에게 배구를 제안했고, 그 길로 배구선수 길을 걷게 됐다.

김현정은 그 때를 떠올렸다. “배구는 일단 분위기부터 달랐다. 아무래도 화합이 필요한 스포츠고 몸싸움도 적다 보니 분위기가 덜 무거웠다. 그러다 보니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언니들도 정말 잘 대해줬다.”

이후 세화여중-세화여고에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였다. 신장은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쭉쭉 커 나갔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신장 180cm에 다다르면서 장신 미들블로커로 기대를 모았다. 그 이후 아쉽게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김현정도 아쉬워했다. “사실 거기서 더 클 줄 알았다. 못해도 2~3cm는 더 클 거라 생각했는데 안 크더라(웃음). 아버지가 180cm이고 어머니가 164cm정도 된다. 아버지랑 딱 같은 키다. 아버지 체격을 닮은 것 같다.”

그렇게 세화여고를 다니던 차에 마지막 3학년을 앞두고 서울중앙여고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김현정은 고민 끝에 전학을 가 고등학교 마지막 1년을 중앙여고에서 뛰었다. 김현정은 “중앙여고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기도 했다. 공격을 엄청 잘하진 않았다”라며 수줍어했다.


낯 가림 심하지만, 장난기 많은 평소 모습

평소 김현정은 어떤 사람일까. 선수 김현정이 아닌 스물두 살 김현정이 궁금해 이것저것 질문했다.

김현정은 “낯선 사람하고는 정말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다. 낯을 많이 가린다. 그런데 한 번 친해지면 정말 장난도 많이 치고 한다. 지금 IBK기업은행 선수들하고는 서서히 장난치는 단계다”라며 밝게 말했다.

이어 “차이가 많이 나는 (김)수지 언니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만, (김)희진 언니나 승주 언니한테는 장난을 친다. 서로 꼬집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 GS칼텍스도 그랬고 여기도 그렇고 다들 그렇게 노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 밝은 김현정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김현정은 학창시절 본인 모습을 떠올렸다.

“어릴 때는 생각보다 소심했다. 운동이 워낙 힘들다 보니 에너지를 평소에 발산하지 못했다. 특히 언니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게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도 또래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는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잘 지낸다.”

지금까지 친한 선수들은 모두 세화여중, 여고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다. 2016년 김현정과 함께 프로에 입단했지만, 지금은 우석대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이호빈(전 흥국생명), 그리고 김현정보다 1년 늦게 프로에 왔지만 동갑내기인 우수민(한국도로공사), 김다인(현대건설), 이솔아(KGC인삼공사) 등이 김현정과 친한 사이다.

김현정은 “다들 세화여중·고에서 같이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전학을 가게 되면서 이리저리 흩어졌다.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작년 비시즌에 베트남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다인이, 호빈이 셋이서 갔다. 솔아도 가려고 했는데 부상 때문에 못 가 아쉬웠다”라고 친구들을 소개했다.

김현정은 시즌 때와 비시즌 때 성향이 크게 달라진다. 시즌 때는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대부분 집에서 휴식을 한다. 심지어 집에 있을 땐 연락도 잘 안 하는 편이라고. 반면 비시즌 여유가 있을 땐 억지로라도 나가곤 한다.

“그 때라도 나가지 않으면 정말 안 나갈 것 같다. 평소 집을 정말 사랑하는 집순이다. 연락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 집에 있으면 핸드폰도 잘 안 쳐다본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혼난 적도 많다(웃음).

올해 한국나이로 스물 셋인 김현정은 한창 노는 게 좋을 나이다. 그러나 프로 선수라는 직업이 있어 여유가 별로 없다. 때마침 프로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다니는 친구 이호빈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 나이에 직업을 갖고 프로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는지 물었다.

김현정은 “사실 선수생활 초반엔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어린 나이에 이래야 할까 싶었다”라며 공감했다. 그러나 점점 생각은 바뀌었다. “난 일찌감치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 있는 거다. 젊을 때 기회를 얻었으니 최대한 지금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후에 늙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싶다. 그게 인생 버킷리스트다.”

대학생 생활이 그립지 않으냐는 말엔 “부럽긴 하지만 내가 공부에 뜻이 없다”라며 웃었다. “사실 부모님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 대학을 가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그런데 공부는 할 생각이 없다. 그것보단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랑스나 영국 같은 유명한 나라에 가 살아보는 게 꿈이다. 무서운 곳이긴 하지만 아예 색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해외에 나가려면 외국어는 필수다. 김현정은 훗날을 대비해 영어공부를 생각하고 있다. “안 그래도 영어 공부를 좀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틈틈이 도전해 보려고 한다. 통역 언니가 있으니 도와달라고 하고 있다. 이러다 나중에 내가 외국인선수를 통역하는 건 아닐까(웃음).”


특별한 선수 아니지만
악착같이 뭔가 하는 선수

180cm 미들블로커 김현정은 빠른 발과 수준급 점프력이 강점인 선수다. 다소 모자란 신장은 운동능력으로 커버할 줄 안다. 블로킹 능력도 나쁘지 않다. 김현정은 신장이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팔이 긴 편이라 나름 커버가 된다. 다른 선수들보다 팔이 긴 덕분에 못잡을 것도 잡곤 한다. 점프력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밝게 답했다.

김현정은 “정말 해도해도 어려운 포지션이 미들블로커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어릴 때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번갈아 가면서 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쪽이 조금 더 편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수비를 해야했지만 그게 더 나았다.”

계속해서 김현정이 말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부터 ‘미들블로커는 도와주는 자리’라고 배웠다. 공격수들처럼 눈에 확 띄진 않아도, 못하는 건 확 티가 난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알기 힘든 자리다. 계속 배우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답해달라고 하자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고민 끝에 내놓은 대답은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장점을 꼽기가 그렇다. 솔직히 내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단점은 알 것 같다. 블로킹과 속공이 단점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아직 어설프다.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김현정은 “잘 한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프로선수로서 자존감을 잃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김현정은 본인이 말한 단점을 ‘배움’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니 계속 배우는 자세일 수밖에 없다. 하다가 안 되면 잘 하는 언니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수지 언니, 희진 언니에게 자주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러면 다들 성심성의껏 알려준다. 물어보고 그런 게 부끄럽거나 하지 않다. 부족한 만큼 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프로 무대에서 김현정이 택한 ‘살아남기 전략’은 배움이었다. 김현정은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참 냉정하고 차가운 무대가 이곳이다. 지금은 운 좋게 기회를 얻어 선발로 나서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 GS칼텍스 때는 ‘코트에 나가자’라고 자주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떻게든 지켜내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마음가짐을 꺼냈다.

이것 역시 트레이드가 가져온 긍정 효과 중 하나였다. 김현정은 불안한 생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 중이었다. “‘올해가 끝이면 어쩌지’하는 불안감보단 ‘해보자’하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팀을 옮기고 기회를 얻으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다.”

김현정이 그리는 선수생활은 30대 초반까지 열심히 뛰는 것이다. 기회가 더 된다면 중반까지도 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난 언니들처럼 특별하고 월등한 선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코트 위에서 분명 열심히 뛰고 있다. 잘하진 않아도 악착같이 뭔가 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2020년이 정말 중요하다. 시즌을 잘 마치고, 다음 시즌을 위해 비시즌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한다.”

앞으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넌지시 질문했다. 김현정은 “30대까지 선수생활을 이어 가려면 지금부터 잘 해야 한다. 그래서 1차 FA 자격을 얻고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중요하다”라며 웃었다. 현실적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김현정은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도 꿈꿨다. “전업주부가 꿈이다. 이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웃는다. 나중에는 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트레이드로 연 새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 김현정의 선수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해가 어쩌면 2020년이 아닐까.
김현정은 “팀을 옮긴 만큼 이제 많은 사람들이 ‘김현정은 IBK기업은행 선수’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올 시즌은 팬들에게 그런 인식만 남기더라도 성공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팀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라고 각오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다다랐다. 김현정은 부모님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이전에는 부모님께 짜증을 많이 냈다. 쉴 때는 가급적 배구 얘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또 부모님께서는 잠깐 출전한 것도 크게 생각하시곤 하니 그런 점도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안 그런다. 부모님과 같이 나가 맛있는 걸 먹고 하는 게 즐겁다. 부모님께서 기대하는 만큼 더 자주 보이고, 여기저기에 자랑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끝으로 팬들에게도 인사했다. “지금은 팀 성적이 낮아 좀 그렇다. 그렇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열심히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



시시콜콜 수다

새 룸메이트, 그리고 낯선 환경
“새 룸메이트는 (김)주향이에요. 한 살 어린 후배인데 정말 시끄러워요(웃음). 장난기가 엄청나서 자주 싸워요. 방 정리 이런 걸로요. 그런데 제가 선배잖아요. 하라면 해야죠. 그러면 또 주향이가 엄청 징징거려요. 그러면서 같이 하고 그럽니다. 아 GS칼텍스에서는 혼자 방을 쓰다가 두 명이 쓰게 됐어요. 그래서 취침 시간이 쪼금 예민해요. 이전에는 편하게 잠들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눈치가 보이니까요. 주향아, 우리 앞으론 일찍 자자!”

함께 IBK로 온 민지
“계속 장난에 대해 말했는데요, 박민지를 이길 사람은 없어요. 장난이 ‘장난’없어요. 그런데 낯을 엄~청 가려요. 기자님이 민지랑 인터뷰하셨던 걸 본 것 같아요(그 인터뷰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죠? 한 번 친해지면 안 그런데 낯가림이 심해요. 그건 그렇고 기자님이 힘들었다는 건 꼭 민지한테 전할게요(웃음).”

BTS 생각에 미소만
“원래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어요. 쉬는 날이었는데 그걸 하루 종일 몰아서 다 봤어요. 그러면서 빠졌습니다. 다~ 좋은데요, 그 중에서도 뷔를 제일 좋아해요. 생각만 해도 입에 미소가 막 나와요. 웃는 게 예쁜 남자를 좋아해요. 키는 제가 180cm니까 저보다 조금만 컸으면 좋겠네요. 180cm가 넘는 남자들이 몇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혼자인가 봐요….”

소휘 언니가 혼내서 시작한 SNS
“인별그램을 이전엔 안 했어요. 그런데 (강)소휘 언니가 하루는 막 뭐라고 혼내는 거예요. ‘야, 팬들이 얼마나 궁금해 하겠니!’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SNS를 시작했어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하나씩 올리다보니 재밌더라고요. 제 SNS 많이 찾아주세요~.”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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