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향하는 아시아배구, 해외리그 진출 사례는

매거진 / 류한준 기자 / 2020-03-16 23:25:26


미국에서 1895년 고안된 배구는 이후 전 세계로 보급됐다. 국내에는 지난 1916년 처음 소개됐다. 배구 도입 연수는 이미 100년을 훌쩍 넘겼다. 한국배구는 현재 국제배구계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을 갖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고 주포 노릇을 하고 있는 김연경(엑자시바시)이 그렇다. 그는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고 흥국생명에 입단해 V-리그 데뷔한 뒤부터는 유럽을 포함한 해외리그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연경은 2009~2010시즌 JT마블러스에 임대로 이적하며 V-리그를 떠났다. 그는 상위리그로 꼽히는 무대에 도전했다. 이후 행보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김연경은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는 아니었지만 유럽배구계에서 빅리그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는 터키리그로 자리를 옮겼다. V-리그와 일본을 거쳐 터키에서도 김연경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니시다 유지, ‘제2의 고츠’ 프로젝트 들어갈까


세계배구 흐름은 구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이 먼저 주도했다. 그 뒤를 이은 지역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남녀배구 모두 지난 1960년대 배구 트랜드를 주도했다. 자연스레 국제배구계 뿐 아니라 아시아배구에서 영향력과 목소리는 커졌다. 그런데 반대 급부로 일본 선수들이 해외리그로 진출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조금씩 흐름이 바뀌고 있다. 남자배구의 경우 일본은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은 지 꽤 됐다. 이란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강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세계배구 트랜드는 이제 다시 유럽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로 넘어갔다. 일본도 2000년대부터 유망주뿐만 아니라 대표팀 주전급에 속한 선수들의 해외리그행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 남자배구대표팀 소속으로 해외 진출 1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이시지마 유스케다. 애칭 ‘고츠’로도 잘 알려진 이시지마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선수 은퇴했지만 일본 V.프리미어리그 오사카 사카이 블레이저스 소속으로 오랜 기간 뛰었다.


그런 이시지마는 지난 2006~2007시즌 브라질리그로 진출했다. 그런데 이시지마의 브라질행은 일본배구협회(JVA)가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한 결과였다. JVA는 선진 배구와 해외배구 트랜드를 습득하기 위한 계획 중 하나로 이시지마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 이시지마는 카노아스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이시지마가 뛴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해당 시즌만 뛰고 2007~2008시즌 다시 사카이로 복귀했다. JVA는 이시지마의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이적도 추진했다. 다분히 기획적인 면이 많았으나 일본 배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예가 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월드컵에 참가한 일본대표팀 로스터를 살펴보면 예전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24인 로스터 중 5명이 해외리그 진출 유경험자이거나 올 시즌 일본이 아닌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



사진: 일본 야나기다 마사히로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야나기다 마사히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그는 산토리 유니폼을 입고 2014년 일본 V.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고 2017년 해외 진출했다. 2017~2018시즌 뵐에서 뛰었고 2018~2019시즌에는 폴란드리그로 건너가 코푸름 루빈 소속으로 뛰었다. 그는 올 시즌 다시 분데스리가로 돌아가 프랑크푸르트와 계약했다.


파나소닉에서 뛰고 있는 후쿠자와 타츠야도 프랑스리그 파리 볼리에서 뛴 경험이 있다. 리베로 코가 타이치로는 원 소속팀 도요타(현 나고야 울프 독스)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 케이스다.


타이치로는 2015~2016시즌부터 핀란드리그로 진출했고 상위리그로 단계를 하나씩 밟고 있다. 그는 파리 볼리를 거쳐 2017~2018시즌부터 자베르체에서 뛰고 있다.


JVA는 이시지마를 이탈리아리그로 보내진 못했으나 이후 일본 남자배구는 세리에A 진출자를 보유하게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준결승에서 한국을 패배로 몰아넣은 주인공인 이시카와 유키다. 그는 일본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세리에A로 직행했다.


인천대회때 일본 추이오대학 소속이던 그는 2015~2016시즌 라니타에 입단하며 일본 남자배구 사상 첫 이탈리아리그 진출 선수가 됐다. 그는 에마 빌라스 시에나에서 두 시즌을 보낸 뒤 2018~2019시즌은 파도바, 그리고 올 시즌에는 모데나와 계약해 활약하고 있다.



사진: 일본 니시다 유지


JVA는 단신 아포짓 스파이커 니시다 유지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0년생인 니시다는 2017-18시즌 JTEKT에 입단해 V.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다. JVA는 니시다를 앞으로 대표팀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그는 일본 현지에서도 이시지마와 유키에 이어 이탈리아리그 진출 후보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


일본 여자배구 김연경을 넘어라


일본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와 비교해 해외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이제는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에서 부동의 리베로로 꼽힌 사노 유코는 2004년 프랑스리그로 진출해 칸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이그티사치 바쿠(아제르바이잔) 2012~2013시즌에는 터키리그로 건너가 갈라타사라이에서 뛰었다. 유코가 터키리그에 있을 당시 김연경(당시 소속팀은 페네르바체)과 기무라 사오리(바키프방크, 은퇴)도 뛰었다.


유코는 2013~2014시즌 취리히(스위스) 유니폼을 입었다. 유코는 유럽리그에서 뛸 때 소속팀이 모두 최상위 클럽에 자리했다. 그도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며 제 몫을 했다. 유코는 덴소로 돌아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일본 여자배구가 가장 아쉽게 여기는 상황이 바로 기무라의 해외 진출이다. 기무라의 경우 김연경 보다 먼저 국제배구계에 이름이 알려졌고 러브콜도 많았다. 그런데 JVA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기무라의 해외진출을 막았다. 그가 유럽 등 다른 리그로 떠나면 일본 V.프리미어리그 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그런데 김연경이 유럽무대에서 성공을 거두자 여기에 자극을 받고 이적을 추진했다.


기무라는 터키리그에서 뛸 당시 계속해서 김연경과 비교를 당했다. 김연경은 소속팀에서 중심 선수로 자리를 잡으며 활약을 이어갔지만 기무라는 그렇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무라에게 해외 진출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일이 됐다.



사진: 일본 아라키 에리카(5번)


남자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월드컵에 참가한 여자대표팀 24인 로스터에는 해외리그 유경험자가 두 명 포함됐다. 미들블로커 아라키 에리카와 베테랑 윙스파이커 쿠리하라 메구미다. 에리카는 2008-09시즌 베르가모(이탈리아)에서, 쿠리하라는 2011-12시즌 디나모 카잔(러시아)에서 뛰었다.


실력=해외리그행 이란 배구 현주소


이란 남자배구는 아시아 최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그리고 같은 중동 지역에 속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에도 밀렸다. 그러나 V-리그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기원 감독이 이란대표팀을 맡아 출전한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 준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잠재력이 눈을 떴다.


세터 사에드 마루프를 중심으로 이란은 탄탄한 전력을 꾸렸다. 2006년 도하대회를 제외하고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다시 한번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2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루프를 앞세운 이란은 2016년 리우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섰고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 도쿄대회 본선 진출도 한국을 꺾고 나선다. 국제대회에서 선전은 이란 배구를 비주류에서 주류로 이끌었다.


마루프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세터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자리잡았다. 그러자 유럽리그에서도 마루프 외에 모하메드 무사비 등 이란대표팀 주축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마루프는 이란리그에서 10시즌을 보낸 뒤 2014~2015시즌 드디어 유럽 무대로 건너갔다. 그는 제니트 카잔(러시아)과 계약했다. 한 시즌을 보낸 뒤 다시 이란리그로 돌와왔지만 마루프는 2018~2019시즌 시에나(이탈리아)와 계약해 다시 한 번 유럽무대로 진출했다.


그런데 마루프는 올 시즌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야한다. 그는 꽤 많은 금액을 받고 중국리그 베이징과 계약했다. 마루프가 중국리그를 선택한 건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 일정 때문이다. 올 시즌 중국리그는 최종 예선전 개최 관계로 2월 개막이 예정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 개막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무사비는 올 시즌 마침내 유럽 진출 목표를 이뤘다. 그는 올스찬과 계약하며 폴란드리그에서 뛴다. 이란대표팀에서는 이제는 베테랑에 속하는 마루프, 무사비 뿐 아니라 현재 대표팀 주축 전력으로 꼽히는 선수와 ‘유망주’도 이미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다.



사진: 이란 사에드 마루프


이란대표팀 주전 윙스파이커인 밀라드 에바디푸르는 2017~2018시즌 베하토프(폴란드)와 계약했다. 또 다른 윙스파이커 포우리아 파야지도 벰진(폴란드)에 입단했다. 파에지는 새로운 소속팀에서 적응에 실패해 현재 계약해지됐으나 폴란드리그 다른 팀 또는 유럽리그에서 무난히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미들블로커 모야타바 미르자얀푸르도 카스텔라나 그로테(이탈리아)와 계약해 2018~2019시즌을 뛴 뒤 다시 이란리그로 돌아갔다. 오른손 뿐 아니라 왼손으로도 자연스럽게 스파이크를 구사하는 윙스파이커 모르테자 샤리피는 2018~2019시즌 베로나(이탈리아)를 거쳐 올 시즌에는 터키리그 벨레디에 스포르 소속으로 뛰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표팀 로스터에는 유럽리그 진출이 유력한 선수가 여럿이 눈에 들어온다. 마루프의 뒤를 이을 후보로 꼽히는 신장 204cm 장신 세터 자바드 카리미, 신장 209cm로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인 포르야 야리, 미들블로커 알리 모자라드 등이 그렇다. 세 선수는 모두 이제 막 스무살을 넘겼다. 이란 남자배구가 앞으로도 당분간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FIVB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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