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②

매거진 / 류한준 기자 / 2020-03-09 21:34:23


사진: 전 도로공사 레이첼

V-리그는 출범 원년(2005년 겨울리그)은 국내선수로만 치렀고 2005~2006시즌 남자부 먼저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여자부는 2006~2007시즌부터 V-리그 코트에 외국인선수가 뛰기 시작했다. 2019~2020시즌이 한창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V-리그에서는 지금까지 남녀부 포함 모두 100명이 넘는 외국인선수들이 뛰었다. 정규리그가 아닌 컵 대회 그리고 입단 테스트를 보기 위해 국내로 온 선수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조금 더 늘어난다. 지난 첫 번째 기사에서는 V-리그 초창기에 한국을 거쳐 간 남자부 선수들을 알아봤다. 이번에는 비슷한 시기 V-리그에서 뛰었던 여자부 선수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브라질 선수가 대세를 이룬 초창기 여자부

2006~2007시즌 V-리그 여자부에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됐다. 남자부보다 한 시즌 늦게 시작됐지만 여자부 구단은 ‘학습효과’가 있었다. 각 팀들은 부족한 공격력을 외국인선수에게 맡겼다.

여자부도 한 시즌 전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선수 트렌드는 브라질이 주도했다. 여자부 6개 팀 중 3개 팀이 브라질 출신이었다. 당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선수는 루시아나 나시멘토 아드르노(브라질, 등록명 루시아나)로 KT&G(현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키드와 마찬가지로 부부 배구선수로 유명했다. 남편은 펠리페 페하스로 1980년생 동갑내기다. 루시아나가 V-리그로 왔을 때 이런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전 GS칼텍스 루시아나

그러나 루시아나는 V-리그에서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했고 결국 선수 생활에도 영향을 받았다. 루시아나는 2007년 1월 7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원정 경기 도중 스파이크 후 착지 과정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루시아나는 결국 같은 브라질 출신 하켈리로 교체돼 한국을 떠났다. 부상 여파는 이어졌다. 루시아나는 2007~2008시즌 브라질리그 부르스케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남편 펠리페는 여전히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브라질리그 사다 크루제이루에서 지난 2011년부터 올 시즌까지 코트에 나오고 있다. 한편 KT&G는 당시 루시아나가 빠진 빈 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루시아나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비교적 잘 버텼으나 이후 내리 7연패에 빠졌고 순위도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켈리가 팀에 온 뒤 단 1승을 더하는데 그쳤고 3승 21패라는 성적으로 2006~2007시즌을 마쳤다. 하켈리도 이후 배구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는 은퇴 후 모델로 활동하다 가정을 꾸렸다.

미들블로커를 택했던 GS, 하지만 승자는 도로공사?!

외국인선수를 윙스파이커나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선발하는 일이 보통이다. V-리그도 포지션 쏠림이 심한 편이다. 그런데 GS칼텍스는 팀의 첫 외국인선수를 미들블로커로 선택했다. V-리그 남자부까지 범위를 넓혀도 지금까지 V-리그 코트에서 미들블로커로 뛴 외국인선수는 시몬(전 OK저축은행, 2014~2015, 2015~2016시즌)과 2006~2007시즌 GS칼텍스의 안드레이아 코지 스폴진(브라질, 등록명 안드레이아)뿐이다. 시몬의 경우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을 겸해 뛰었고 미들 블로커로만 뛴 경우는 안드레이아가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GS칼텍스가 미들블로커를 외국인선수로 데려온 이유는 당시 좌우 주전 공격수가 김민지와 나혜원으로 사이드 높이에서 밀리지 않았고 팀내 미들블로커 자원이 손현과 곽소휘 뿐이었다. 두 선수는 신장에서 오히려 김민지, 나혜원보다 작았기 때문에 팀 사령탑을 맡은 故 이희완 감독은 미들블로커를 영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안드레이아 카드가 잘 통했다면 V-리그 외국인선수 선발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었다. GS칼텍스는 2006~2007시즌 8승 16패로 5위에 머물렀다. 이 감독은 다음 시즌 윙스파이커인 하께우 다 실바(브라질)를 외국인선수로 낙점했다.

대박은 도로공사 몫이 됐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레이첼 밴메터(미국, 등록명 레이첼)가 주인공이다. 레이첼은 도로공사에서 한송이(현 KGC인삼공사), 임유진과 공격 삼각 편대를 이뤘다. V-리그 출범 후 공격형 세터의 원조로 꼽히기도 하는 김사니(현 SBS스포츠 배구해설위원)를 중심으로 도로공사는 공격지향적인 배구를 선보였고 16승 8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레이첼은 한송이(678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인 666점을 기록하며 당시 쌍포 노릇을 톡톡히 했다(당시 V-리그 여자부는 후위 공격에 한해 2점제를 적용하는 로컬룰을 뒀다).

레이첼은 이때 활약으로 2007~2008시즌 도로공사와 재계약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후 루시아나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2007~2008시즌 후반기 VK 프로스테요브(체코)로 이적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오래 활동하지는 못했다. 그는 2008~2009시즌 슈베린(독일)으로 이적한 뒤 2009~2009시즌 빈첸차 볼리(이탈리아)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지도자로 커리어를 이어간 윌킨스와 산야


사진: 전 흥국생명 윌킨스

도로공사는 레이첼 효과를 봤으나 당시 V-리그 여자부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던 흥국생명을 넘지 못했다. 김연경(현 엑자시바시)과 황연주(현 현대건설) 좌우 쌍포에 케이티 윌킨스(미국)로 구성된 흥국생명 공격 삼각편대 화력이 더 강했다. 윌킨스는 루니와 대학 동문(페퍼다인대)으로도 잘 알려졌고 흥국생명 입단 전 2006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미국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당시 V-리그 여러 팀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윌킨스가 보인 활약에 관심을 뒀으나 흥국생명이 영입에 성공했다. 신장 193cm로 장신 스파이커인 윌킨스는 김연경-황연주 쌍포에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

윌킨스는 고교 시절(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레이 크리스천고) 한 경기 61점에 28블로킹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 기록은 랠리 포인트제도가 도입된 뒤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미국 여자고교배구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V-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으나 윌킨스는 배구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다. 그는 군인이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남편 성을 따라 이름도 케이티 킴미치로 바꿨다. 남편이 독일 주둔 미군으로 파견돼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분데스리가팀에서 선수 경력을 이어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그는 현재 미 공군 배구팀을 비롯해 미국배구협회 소속 코치로 일하고 있다.


사진: 전 현대건설 산야

현대건설은 산야 토마세비치(세르비아, 등록명 산야)를 팀의 첫 번째 외국인선수로 선택했다. 현대건설은 2006~2007시즌 정규리그에서 13승 11패로 3위를 차지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봄 배구에서는 레이첼보다 산야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현대건설은 이숙자, 한유미(이상 현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 윤혜숙(은퇴) 정대영(현 도로공사) 그리고 산야를 앞세워 흥국생명과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김연경-황연주-윌킨스가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에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리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산야는 현대건설과 재계약하지 않고 V-리그를 떠났다. 그는 이후 여러 리그에서 활동했다. 바케라스 데 바야몬(푸에르토리코), 볼레로 취리히(스위스), 파나티나이코스(그리스), VK 바키(아제르바이잔)을 거쳐 2011~2012시즌 포미 카사이마지오네(이탈리아)을 끝으로 은퇴했다. 세르비아에서 미국으로 배구 유학을 떠났던 산야는 워싱턴대학에서 뛰었다. 그는 졸업 후 첫 해외리그로 V-리그와 인연을 맺었고 현대건설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윌킨스와 마찬가지로 지도자로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했고 코치를 거쳐 현재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여자배구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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