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①

매거진 / 류한준 기자 / 2020-03-07 20:21:09


사진: 현대캐피탈 시절 루니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부 팀마다 외국인 선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내선수 입지가 줄어든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프로스포츠로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외국인선수는 필요하다.

V-리그는 출범 원년(2005년 겨울리그)은 국내 선수로만 치렀고 2005~2006시즌 남자부 먼저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여자부는 2006~2007시즌부터 V-리그 코트에 외국인 선수가 뛰기 시작했다. 2019~2020시즌이 한창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V-리그에서는 지금까지 남녀부 포함 모두 100명이 넘는 외국인 선수들이 뛰었다. 정규리그가 아닌 컵 대회 그리고 입단 테스트를 보기 위해 국내로 온 선수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조금 더 늘어난다.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도 변화했다. 팀별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로 바뀌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비롯해 다시 자유계약제로 환원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05~2006시즌 V-리그 남자부 4개 팀에 외국인 선수가 왔다. 당시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리그에 참가한 한국전력과 상무(국군체육부대)는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었다. 프로 출범 원년 우승팀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G화재(현 KB손해보험)가 외국인 선수를 코트로 내보냈다.

브라질 출신이 대세였다. 현대캐피탈이 영입한 숀 루니(미국)를 제외하고 3팀은 모두 브라질 선수를 선택했다. 입단 당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은 선수는 대한항공이 선택한 알렉스 렌츠 스타글리오토(등록명 알렉스)다.


사진: 전 대한항공 알렉스

알렉스는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브라질과 포르투갈 리그를 거쳤다. 문성민(현대캐피탈)이 V-리그 데뷔 전 몸담았던 분데스리가(독일) 명문 클럽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도 뛴 경력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알렉스는 기대에 모자란 활약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 도입 첫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은 알렉스가 아닌 루니가 됐다.

미국 페퍼다인대학 졸업반인 루니를 데려온 현대캐피탈은 그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루니는 재계약에 성공했고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이 라이벌 삼성화재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알렉스는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알렉스는 브라질대표팀을 비롯해 풍부한 경험을 갖춘 윙스파이커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소속팀에서는 미들블로커로 기용되는 등 자리를 잘 잡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한 카를로스 다 시우바(등록명 아쉐)는 3경기(7세트) 출전에 그쳤다. 부상으로 신음하다 결국 V-리그 첫 번째 외국인 교체 사례 주인공이 됐다. 아쉐는 V-리그에 오기 전 2002년 일본리그(현 V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다. 당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현 진천선수촌장)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해 영입을 결정했으나 낭패를 봤다.

아쉐는 2006~2007시즌 PAOK 테살로니니키(그리스)에 입단해 뛰었고 브라질리그로 돌아가 2008~2009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삼성홰재는 아쉐를 대신해 당시 미국대표팀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하고 있던 윌리엄 프리디를 데려왔다. 그러나 프리디는 루니에 견줘 활약도에서 밀렸다. 아쉐와 프리디의 실패는 삼성화재가 외국인 선수 선발 기준에 변화를 준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V-리그 외국인 선수 도입 초창기 트렌드를 바꾸는 시발점이 됐다.

알렉스도 아쉐와 마찬가지로 2008~2009시즌까지 선수로 더 뛰었다. 그는 브라질리그로 돌아가 베토 볼레이, 울브라 등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지도자로 제2의 배구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는 브라질배구협회(CBV) 코칭 스태프 레벨2까지 수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전 삼성화재 프리디

프리디는 그해 V-리그 코트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뛰었다. 삼성화재에서는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해외리그에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그는 2006~2007시즌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거쳐 로코모티브 노보시브리스크와 제니트 카잔(이상 러시아), 쿠치네 루베 치비타노바(이탈리아)에서 뛰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배구 경기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2014~2015시즌 치비타노바에서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 파이널4까지 진출해 소속팀이 3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프리디는 2016~2017시즌부터는 비치발리볼 선수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루니도 프리디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루니는 2007~2008시즌 러시아리그로 자리를 옮겨 디나모 칼리닌그라드와 파켈에서 뛰었다. 현대캐피탈이 루니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바로 재계약 금액에 서로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액수는 후일 V-리그에 온(자유계약제도를 기준으로) 시몬, 오레올 까메호, 마이클 산체스(이상 쿠바) 등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선수와 비교하면 적은 액수였지만 당시 현대캐피탈은 과감하게 루니를 잡지 않았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2007~2008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 문제로 애를 먹었다. 루니는 2013~2014시즌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V-리그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시절 루니가 아니었다. 루니는 해당 시즌 종료 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프리디처럼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뛴 기간에도 오프시즌에는 비치발리볼 선수로 뛰었다. 당시 현대캐피탈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호철 감독은 그런 루니를 혼내기도 했다.

김 감독이 루니에게 비치발리볼을 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는 있었다. 부상 위험도 있고 인도어 배구와 비치발리볼이 사용하는 근육 등에 차이가 있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데 힘이 더 들었기 때문이다. 루니는 최근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 윌튼으로 돌아가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 외에 2005~2006시즌 경력 면에서 더 화려한 선수가 V-리그 코트에 왔다. LG화재 유니폼을 입은 길마르 나시멘토 테이세이하(등록명 키드)가 그 주인공이다. 키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브라질대표팀 소속으로 뛰었다. 1970년생으로 당시 V-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가 아쉐로 1972년생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를 모았다. V-리그로 오기 전 일본 산토리에서 주 공격수로 뛴 경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쉐보다 아시아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전 LG화재 키드

한편 키드는 올 시즌 대한항공에서 뛰고 있는 비예나(스페인) 이전까지 V-리그에서 뛴 남자부 최단신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공식 신장은 193cm였다. 그러나 키드는 LG화재에서 기대에 모자랐다. 부상으로 경기에 빠지는 횟수가 많았다. 하지만 LG화재는 2005~2006시즌 봄 배구에 나갔다. LG화재-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으로 팀 명칭과 운영 주체가 바뀌는 사이 몇 차례 안 되는(지난 시즌 기준으로 3회) 봄 배구 경험을 키드와 함께했다.

키드는 40세까지 현역 선수로 뛰었다. 브라질리그로 돌아가 노보 함보르고, 시메드 플로리아노폴리스, 피네이호스에서 2009~2010시즌까지 뛰고 은퇴했다. 키드는 아내인 안드레아가 국제 배구계에서 좀 더 유명했다. 안드레아는 비치발리볼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브라질 대표팀 선수로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그는 2003~2004시즌 벨기에리그 아스트릭스 베베렌 소속으로 1997~1998시즌 이후 오랜만에 인도어 배구선수로 복귀한 경력을 갖고 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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