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예선] 더 짙어진 남자배구 대표팀 아픔, 빛났던 투혼과 과제는 기억해야

국제대회 / 서영욱 기자 / 2020-01-13 01:40:00
신영석 박철우 등 베테랑 투혼 빛나/미들블로커 근본적인 피지컬 차이는 한계로/베테랑 물러나는 다음 세대 준비해야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남자배구 대표팀의 도쿄행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중국 장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이란과 준결승에서 5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5세트 6-11까지 뒤처지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추격했고 동점을 목전에 두고 아쉽게 실점해 듀스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패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예선 우승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20년간 기다려온 올림픽 본선행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다음 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남녀 대표팀의 명암이 확실하게 갈린 셈이다.

결과로 보나 과정으로 보나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였다. 이란은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한 번은 넘어야 할 상대였다. 한국이 조 1위로 준결승에 오르고 결승까지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반대편에서는 결국 이란이 올라올 가능성이 컸다. 아시아 남자배구 최강팀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5세트 승부를 끌어낼 정도로 저력을 보여줬다. 5세트 점수도 13-15 한 끗 차이였다.

공격적인 서브는 절반의 성공

아시아예선 전체를 놓고 본다면 서브로 신체조건에서 오는 차이를 좁혀보겠다는 계획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조별예선 첫 번째 경기였던 호주전은 패하긴 했지만 한국이 가져온 세트는 모두 서브가 공격적으로 들어오며 실마리를 풀었다. 카타르전 5세트 14-12를 만드는 전광인의 결정적인 블로킹도 황택의 서브가 선행된 장면이었다.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하다 보니 범실도 많았고 이로 인해 흐름을 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신체조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했던 부분이었다.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 구축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정지석-전광인-정민수로 이어진 리시브 라인은 안정적인 리시브로 팀 경기력에 기복이 크지 않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준결승까지 치른 시점에서 세 선수는 모두 리시브 효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리시브에서 최소한의 안정감을 가져오면서 속공 활용도 더 많아질 수 있었다. 이는 측면 공격수 신장과 타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한국에는 상대 블로킹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이런 점들이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이 준비하던 계획이 실전에서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도헌 감독은 대회 전부터 서브를 활용해 상대 세트 플레이를 최대한 저지하고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 최대한 수비로 건져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블로킹은 경기별, 세트별 편차가 크긴 했지만 서브만큼은 매 경기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패한 세트에서는 서브 범실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컨셉은 확실했다.

베테랑들의 투혼도 이번 아시아예선을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주장 신영석을 비롯해 박철우, 한선수 등 30대 중반 베테랑 선수들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도전을 두고 절박함을 보였다. 신영석은 지난해 12월 22일 진행된 남녀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자대표팀은 지난 20년간 올림픽 문도 두드리지 못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서 있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예선전에서 세 선수는 자신들의 각오를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신영석은 속공으로 꾸준히 득점을 보태면서 측면에 가중될 수 있는 공격 부담을 줄였다. 서브도 날카로웠다. 박철우는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준결승 진출 여부가 달린 카타르전에서 20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고 이란전에서도 22점을 기록했다. 한선수도 대표팀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특유의 속공 활용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과제도 재확인했다. 이번 아시아예선에서도 미들블로커진의 신체조건 차이는 느껴졌다. 신영석-최민호로 이어지는 현재 꾸릴 수 있는 최선의 미들블로커 조합을 가져갔지만 근본적인 신장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카타르전과 이란전 모두 한국 상대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두 선수는 미들블로커였다. 두 경기 모두 세트를 치를수록 상대 속공 견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타르전의 경우, 경기 초반 카타르는 속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후에는 속공을 미끼로 측면으로 더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공격적인 서브를 준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4년후 재도전, 세대교체 숙제로 남겨

20년 만에 올림픽 도전은 다시 한번 막을 내렸고 남자대표팀은 다시 4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이번 아시아예선에서 투혼을 불사르며 팀을 이끈 베테랑들이 다음 올림픽 도전에는 함께하지 못한다. 30대 중반에 이른 신영석, 박철우, 한선수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었다. 최민호도 2024 파리 올림픽 도전에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선수들이 지킨 자리를 메워줄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하다.



이란전 이후 신영석과 박철우도 세대 교체에 대한 언급을 남겼다. 신영석은 “앞으로의 대표팀이 중요할 것 같다”라며 “세대 교체가 거의 다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이 늦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박철우도 “올림픽을 못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후배들에게 넘겨준 것 같아 미안하다”라며 “후배들이 한국 배구를 위해서 또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남기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비중이 매우 컸던 베테랑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국제무대 경험을 통해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지금도 국제무대에서 아쉬움이 남는 포지션 중 하나로 꼽히는 미들블로커진은 다음 세대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나설 선수들을 하루빨리 확실히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 세대 대표팀을 책임질 선수들을 발굴하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다음 올림픽에 도전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꾸준한 국제무대 경험을 통해 성장한 여자배구처럼 남자배구도 더 많은 국제무대 경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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