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터 인생’ 제 2막의 출발선에 선 현대캐피탈 김형진

남자프로배구 / 강예진 기자 / 2020-09-02 23:59:57

 

[더스파이크=강예진 기자] 프로선수에게 트레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도둑처럼 찾아온다.

김형진(25)은 어느날 갑자기 삼성화재 세터에서 현대캐피탈 세터로 운명이 바뀌었다. 

 

현대캐피탈은 2일 삼성화재에 이승원(27)을 내주고 김형진을 데려오며 세터 맞교환을 단행했다. 

 

양 구단은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와 젊은 세터를 트레이드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프로데뷔한 삼성화재를 떠나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김형진의 목소리에는 얼떨떨함이 묻어났다. 트레이드 직후인 2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에서 그는 “막 훈련 하고 왔다. 힘들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분위기가 생각했던 만큼 좋았다. 선수들이 서로 하려는 의지가 보여서 더 좋았다”라며 첫인상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김형진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고희진 감독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선수들만 아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올라가면서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소식을 접하니 기분이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김형진은 홍익대 재학 시절 무패 우승 신화를 이끈 세터다. ‘대학 최고 세터’라는 수식어와 함께 2017~2018시즌 1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부터 30경기 102세트에 출전했고 2018~2019시즌부터 주전 세터로 꾸준히 코트를 지켜왔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 날린 최태웅 감독 지도 하에 잠재력을 일깨워야 한다. 최태웅 감독은 훈련에 앞서 김형진에게 고쳐야 할 자세, 앞으로 나아가야 할 폼 등에 대해 조언했다. 

 

김형진은 “감독님께서 내가 가져가야 할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어떤 부분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를 좋게 생각해주셔서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더 부각해서 가져갈 것이다. 감독님께서 잘해보자고 하셨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9일 막 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당시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광국이 주전으로 나섰고 김형진은 교체로 투입됐다(2경기 3세트). 출전 시간이 확연하게 줄었다. 김형진은 “차를 타고 현대캐피탈 숙소로 오는 길에 ‘어쩌면 인생 제 2막이 펼쳐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새롭게 바뀔 수 있는 터닝포인트다. 이제는 어떤 선수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황동일과도 재회했다. 2018~2019시즌까지 삼성화재에 몸담았던 황동일은 2019~2020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팀 합류 후 황동일은 김형진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고 한다. 김형진은 “보자마자 웃었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상대’가 아닌 ‘우리’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V-리그 전통의 라이벌로 양팀 맞대결은 ‘V-클래식 매치’라 불린다. 이제는 네트 너머로 바라봤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김형진은 “예전에는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 팀이지만 지금은 친구가 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캐슬에서 전지훈련 할 때가 엊그제였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다시 오게 됐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형진은 새롭게 맞이하게 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항상 유관순체육관에 가면 특유의 분위기가 상대팀을 압박했다. ‘현대캐피탈 선수였다면 얼마나 힘을 많이 받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제는 현대캐피탈 소속이 됐으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경기장에 오실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사진=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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