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하지만 마음은 젊은 배구도사' 박주형이 말하는 현대캐피탈 그리고 나의 배구

매거진 / 강예진 기자 / 2020-08-21 23:50:58

 

‘배구도사’는 정말 배구를 똑똑하게 하는 선수에게 붙여지는 수식어다. 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를 말한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이 과거 삼성화재 선수 시절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현 V-리그로 시선을 돌리면 현대캐피탈 윙스파이커 박주형이 그렇게 불릴만하다. 박주형은 올해 FA시장에서 알짜배기 선수로 꼽혔다. 다른 구단의 영입 제의에 흔들릴 법 했지만 팀에 잔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현대캐피탈 박주형’으로서 배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더스파이크>가 7월 충남 천안 현대캐피탈 복합 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박주형을 만났다.


다시 한번 현대캐피탈!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 영향이 크죠”

박주형은 3년 전 만 서른 살이 되던 해 <더스파이크> 첫 잡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성인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한 그는 월드리그 1주차 서울시리즈 마지막 핀란드전서 깜짝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후였다.

“맞아요. 그때 기억나죠. 배구 인생 첫 성인대표팀이어서 더 잊지 못하죠.” 2017년 9월호에 실린 본인 사진을 보여주자 박주형은 “아… 좀 이상한데요? 오늘은 이것보다 더 잘 나오게 찍어 주시면 안 돼요?”라며 웃었다. 그는 “이때는 옷이 아예 없었어요. 옷이 다 진천선수촌에 있었어요. 이 옷도 팬분이 선물로 주신 거예요.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어요. 오늘은 미리 말씀해주셔서 가지고 있는 제 옷 입었답니다. 하하”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받았던 박주형은 인터뷰 하루 전날(7월 19일) 숙소로 복귀했다.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실컷 먹기도 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부산에 다녀왔어요. 고향이 부산인데 정말 오랜만에 갔죠. 1년에 한두 번 정도 밖에 못 내려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딜 돌아다니지는 못했고, 집에서 가족끼리 맛있는 밥 먹으면서 지냈죠.”

박주형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그는 연봉 3억 5천만 원에 현대캐피탈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주형처럼 공수 균형이 잡힌 윙스파이커는 V-리그에 몇 안된다. 남자부 FA시장에서 알짜배기 선수로 꼽혔던 이유다. B등급으로 분류되어 타구단의 영입 부담도 적었기에 다른 구단의 오퍼가 있었을 법도 했다. 실제로 박주형은 다른 팀들에 제의를 받았으나 한치 망설임 없이 잔류 결정을 했다.

박주형은 “팀에서 계약을 잘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현대캐피탈을 좋아해서 이곳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았다”라며 FA계약에 대한 짧은 소감을 전했다. “감독님뿐만이 아니라 모든 코칭 스태프들의 영향이 컸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을 거다. 아마 은퇴를 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예전부터 현대캐피탈을 많이 좋아했다. 특히 송인석 선수를.”

송인석은 현재 V-리그 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선수 시절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박주형이 ‘송스타’ 송인석을 떠올린 것도 현재 팀을 묵묵히 뒤받치는 자신과 닮아서가 아닐까.

박주형은 2010~2011 V-리그 1라운드 2순위로 우리캐피탈(現우리카드)에 입단했지만 한 시즌 후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그는 이제 현대캐피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박주형도 현대캐피탈에 온 것이 자신의 배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팀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에 있으면서 우선 제 성격이 밝아졌다고 해야 하나? 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현대캐피탈은 분위기 면에서 사람을 ‘업’ 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어요. 정말 매력적인 팀이죠.”

우리캐피탈 선수로 프로 데뷔한 그는 이후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다. ‘원클럽맨’이란 이미지가 생겼다.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러고 싶다. 현대캐피탈은 내 인생의 반이다”라고 말했다.

박주형은 2019~2020시즌을 되돌아봤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리시브 효율 47.85%를 기록하며 4라운드까지 팀 리시브 효율 1위를 지키는 데 일조했지만 이후 5~6라운드 34.32%로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기도 했다.
 

 

“사실 시즌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가장 아쉬웠죠.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리그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특히 체력 운동을 많이 하면서 몸을 만들었죠. 그때가 리그 3위였는데 치고 올라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을 정도로 몸이 좋았어요. 리그가 조기 종료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이 허무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박주형은 시즌 후반 리시브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 원인에 대해 물어보자 박주형은 “그냥 제 실력이 안됐던 게 아닐까요?”라고 웃으면서 “잘 됐을 땐 야간 훈련까지 하면서 열심히 했었어요. 1위를 하다 보니 저 자신이 조금 나태해졌달까? 야간 훈련을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 안되는데… 다가오는 시즌에는 절대 그런 모습 보이지 않겠습니다. 하하”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광인이 빈자리요? 부담되지만 야간운동 더 열심히 해야죠!”

“광인이한테 잘 다녀오라고 했어요. 광인이도 그냥 ‘저 다녀올게요’하고 별말 안 하더라고요.”
현대캐피탈은 2019~2020시즌이 끝난 후 전광인을 군대로 떠나보냈다. 전광인은 2018~2019시즌 현대캐피탈로 이적 후 팀에 없어선 안 될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전광인이 지탱해주는 비중은 꽤나 컸다. 전광인은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 4위(45.81%), 수비 2위(세트당 5.239개), 디그 6위(세트당 1.778)를 기록했다. 전광인이 입대하자 박주형이 짊어져야 할 짐이 늘어났다. 이에 박주형은 덤덤하게 말했다.

“광인이가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잘했기에 부담감이 조금 늘어날 것 같긴 해요. 타격이 조금은 있을 것도 같지만 야간 운동 더 열심히 해야죠. 곧 (허)수봉이랑 (송)준호가 팀에 합류하잖아요. 기본기도 나쁘지 않고 실력 있는 선수들이라 걱정은 크게 안 해요. 저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잘할 듯해서 차기 시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박주형이 이렇듯 크게 걱정하지 않는 데는 지난 시즌 초 윙스파이커 외인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자리를 채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 외인으로 데려온 아포짓 스파이커 다우디가 공격에서 불을 뿜었다면 박주형은 흔들림 없는 리시브로 팀을 든든히 받쳤다. 수비는 물론, 공격과 서브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뽐냈다. 3라운드 종료 기준 박주형은 리시브 효율 50%로 전체 1위에 올랐다. 제 역할을 확실히 책임졌다. 갑작스럽게 투입됐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비시즌부터 하나씩 준비할 수 있기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광인 입대로 생긴 공백에 다음 시즌 박주형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 박주형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낀다. 최태웅 감독은 부담을 주기보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감독님께서도 저한테 별말씀 안 하세요. 아마 부담을 안 주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제가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신 게 아닐까요? 그래도 가끔 제가 너무 정신없어 보이거나 영혼이 살짝 탈출한 것처럼 있을 때 한 마디씩 해주시긴 해요. 평소에는 그냥 내버려 두시는 스타일이에요.”

박주형 역시 차기 시즌 자신이 해줘야 할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어떤 비시즌보다도 더욱 단단하고 침착하게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 중이다. “차기 시즌에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좀 더 보탬이 되고 싶어요. 수비는 좋았던 점을 그대로 가지고 가되 조금 강화시키는 정도면 될듯해요.”

신장이 크지는 않지만 발이 빠른 것, 강하진 않지만 까다로운 서브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것이 박주형이 지닌 장점이다. 하지만 스피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상대 블로커와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몸만들기 위주로 훈련하고 있어요. 특히 제가 힘이 약해요. 파워가 떨어져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죠. 휴가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몸 열심히 만들어야죠.”

비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은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대신 지난 6월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에 위치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현대캐피탈 복합 훈련시설)에서 삼성화재와 합동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V-리그에서 전통 라이벌로 꼽히는 두 팀은 2016~2017시즌부터 ‘V-클래식 매치’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두 팀은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조력자 역할을 했다. 합동 훈련기간 동안 두 번의 연습경기를 가졌고, 선수들은 몸을 부딪히며 동고동락했다. 2011~2012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지내왔던 박주형은 팀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우 정말 신기했어요. 팀에 오래 있었지만, 연습경기 외에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삼성화재 선수들도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시대가 많이 바뀌었나?’하고요. 우리 숙소 보더니 부러워하더라고요. 저도 되게 좋았어요. 훈련 끝나고 같이 커피도 마시러 나가고 재밌고 신선했어요.” 에피소드가 있었냐는 물음에 박주형은 “기억나는 게 있긴 한데…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공개되면 난리 나요(웃음)”라고 답했다.


3년 전 듣고 싶었던 별명 ‘배구도사’
“배구도사에 40% 정도 다가간 것 같아요”


박주형은 어쩌면 농구선수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는 고교 때 까지 농구선수를 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운동능력이 남달리 좋았다. 박주형은 농구가 아닌 배구와 인연을 맺은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 지인 중 배구 감독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제가 운동능력이 좋았는데 그걸 보시고 배구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시길래 덥석 한다고 했죠. 처음부터 공격수는 아니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세터를 하다가 권준형(OK저축은행)이 올라오면서 제가 공격수를 하게 됐죠. 준형이가 세터 유망주였거든요. (세터에 대한 아쉬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주 가끔 ‘세터 더 해볼걸’이라는 생각해보기도 했어요(웃음).”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린 박주형은 어린 시절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러고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배구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렸을 때 후회가 남아요. 그땐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못 보여줬을까. 쫄보처럼 있었다고 해야 하나? 저 자신을 많이 표출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를 좀 더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했죠”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현대캐피탈은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를 접했을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힘이 약해서 상대 블로커 앞에서 높게 오는 공을 때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스타일이에요. 스피드 배구는 상대가 따라오기 전 한 템포 빠르게 플레이하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키가 크진 않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발이 빠르다는 것. 그게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죠. 스피드 배구를 하면서 제 장점을 찾을 수 있었고,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어요.”

‘스피드 배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최태웅 감독이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부임해 현대캐피탈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 내려 노력했다. 그 중심엔 스피드 배구가 있었다. 박주형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했을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호철 前 감독과 현재 사령탑인 최태웅 감독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3년 전 인터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 분 중 한 명만을 택해야 한다는 상황이 온다면 여전히 못 고른다며 웃었다.

박주형은 2017년 <더스파이크> 9월호와 인터뷰에서 ‘배구도사’라는 별명을 듣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 바 있다. 중계를 듣다 보면 박주형의 플레이를 보고 ‘배구를 지능적으로 하는 선수’, ‘어떻게 배구를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라는 말들이 나오곤 한다. 자신이 코트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아는 선수, 그로 인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서 ‘배구도사’에 한 걸음 다가간 듯했지만 정작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배구도사가 잘 어울린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제가요? 아휴 한참 멀었어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40% 정도 다가갔다고 생각해요. (새롭게 듣고 싶은 별명이 있냐는 물음에) 그래도 배구도사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몇 년 후엔 50~60%? 더 늘어나 있지 않을까요? 아닌가? 은퇴했으려나? 그래도 다가갈 수 있게끔 더욱 노력해야죠.”

‘재림’은 ‘다시 옴’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상에서 박주형을 소개하는 표현 중 ‘장영기의 재림’이라는 말이 있다. 선수 시절 장영기(KGC인삼공사 코치)는 팀 살림꾼 역할을 도맡아 했다. 신장이 작았지만 힘이 좋았고, 기본기가 출중한 선수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박주형은 처음 안 눈치였다. 공교롭게도 장영기 코치가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당시 룸메이트였다고 한다. 박주형은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적혀있나요? 그럼 정말 영광이죠. 당시에 룸메이트였어요. 신장이 크지 않은데 다리가 엄청 빠르고 힘까지 좋았잖아요. 부러운 신체 조건을 가진 선배였어요. 제가 처음 현대캐피탈에 들어왔을 때 잘 챙겨주셨어요. 장난도 많이 받아주셨고요. 제가 좋아하는 선배 중 한 분이에요. 나이 차이가 꽤 났는데도 거리낌 없이 챙겨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박주형은 어느덧 서른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프로 10년 차를 맞이한 그는 팀 내에서 여오현,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베테랑 대열에 들어간 박주형이지만 아직 마음만은 20대다. 유독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박주형은 “제가 생각이 어려요. 정신연령이 어리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런 부분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장난을 많이 치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박주형은 “특히 (이)승원이랑 (구)자혁이가 선은 지키면서 많이 까불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2017년 박주형은 성인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늦깎이 국가대표였지만 2018년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에 차출됐을 땐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됐다. 대학 선수들이 자리했던 당시 라인업에서 박주형은 든든한 맏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때 생각해보면 좋았어요. 어린 선수들과도 잘 맞았고. 재밌게 다녀왔던 것 같아요. 당시 대학 선수였던 친구들이 지금은 프로에 와 있잖아요. (정)성규(삼성화재)부터 시작해서 (김)명관(한국전력)이, (홍)상혁(KB손해보험)까지. 경기할 때 마주치면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뿌듯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배지만 박주형은 팀에 몇 안 되는 선배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밝혔다. 여오현 플레잉코치를 비롯해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까지. 모두 자기관리에 철저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형들 보면 자기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세요. 그걸 보면서 느낀 점도 많고, 배우기도 하고, 더 자극받기도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보면 제가 더 열심히 하게 된다니까요? 몸 관리에 있어서는 선수단 전부를 통틀어서 가장 확고한 분들이에요. 이야기도 자주 하는데 거의 배구 이야기밖에 안 해요(웃음). 그만큼 배구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님들이죠.”

남은 배구인생, 박주형이 가장 이루고 싶은 건 단연 통합우승이다. 박주형은 “정말 하고 싶어요. 가능하겠죠?”라며 웃었다. 태극마크도 다시 한번 달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는 운동선수라면 항상 꿈과 같은 거잖아요. 당연히 한 번 더 해보고 싶죠.”

배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박주형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두 가지 중 하나를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는 골프 하기를 원하셨어요. 그리고 중국 쪽으로 유학을 갔을 듯해요. 외국어 배우길 원하셨어요.”

은퇴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는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박주형은 차기 시즌 현대캐피탈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올해 FA계약으로 현대캐피탈에서 계속 함께하게 됐어요. 연봉에 걸맞은 활약 보여드리겠습니다. 팀에 일조할 수 있는 선수가 될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박주형 선수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KGC인삼공사 장영기 수석코치
주형이가 팀에 처음 왔을 때 적응을 잘 못 해서 많이 울기도 울었죠. 그래서 그때 생겼던 별명이 짬보예요. 제가 본 주형이는 착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티더라고요. 지금은 팀에 없어선 안 될 살림꾼이지만 그때는 철부지 어린이였죠(웃음). 같이 방 쓰면서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프로는 버텨야 한다는 이야길 많이 해줬죠. 잘하고 있는 모습 보면 고맙고 뿌듯한 마음이에요. 더 열심히 하다 보면 그에 맞는 보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자 현대캐피탈에 꼭 필요한 선수 주형아! 연락 좀 자주 해라!(웃음)

FROM. 현대캐피탈 까불이1 이승원
형이 앞에서는 짓궂고 장난 많이 치는데 뒤에서는 항상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장난이 형의 표현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 주형이 형이 프로 와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금 안정기 들었는데 앞으로 더 잘해서 프로 생활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FROM. 현대캐피탈 까불이2 구자혁
주형이 형은 틱틱거리지만 츤데레처럼 잘 챙겨주는 멋있는 형이에요. 나이 차가 많이 나긴 하지만 장난도 먼저 쳐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정말 좋아요. 주형이형, 사실은 제가 까부는 게 아니고 형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거 아시죠? 다 애정표현이에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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