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배구선수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④

매거진 / 김예솔 기자 / 2020-09-11 19:45:04

‘지금껏 V-리그를 누비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은퇴 선수들의 근황 소개. 그 마지막 소식을 들고 왔다.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은퇴 선수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다은 (2009~2011 한국도로공사, 2011~2014 IBK기업은행, 2014~2018 현대건설)
문필라테스 여의도점 필라테스 강사

 


정다은(28)은 2009~2010시즌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중앙여고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팀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는 한편 각종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준수한 외모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얻었다. 180cm로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강한 서브와 속공 플레이에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프로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다은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빛을 보지 못한 뒤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합류했으나 거기서도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3~2014시즌에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4년에 현대건설로 넘어왔으나 김세영, 양효진 등과 경쟁에서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정다은은 2017~2018시즌이 끝난 뒤 미련 없이 프로무대를 떠났다. V-리그 통산 87경기(165세트) 90점, 공격 성공률 31.22%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정다은은 포항시체육회를 거쳐 지금은 문필라테스 여의도점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다은은 “처음 은퇴한 후에는 단양에 내려가서 휴식도 취하고,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다”라며 “필라테스 정식 강사로 일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단체로 필라테스 수업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필라테스에 관심이 생겼다. 필라테스는 배구와 다른 근육을 쓰는 운동이다. 처음 배울 때는 정말 쉽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필라테스 효과에 대해 정다은은 “우리 몸은 복근 코어가 중요하다. 필라테스는 부상이 많거나 재활이 필요한 사람에게 효과적인 운동이다. 코어 강화에도 좋다”라며 “나도 필라테스에 대해 부족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회원들을 가르치면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필라테스 강사지만 정다은은 여전히 배구를 잊지 못하고 있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선수들도 만나고, 직접 경기장을 찾거나 중계방송을 통해 꾸준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정다은은 “그만두고 나서도 배구가 싫지 않아 경기를 지켜봤다. 이래저래 여전히 배구가 그립다”라며 “선수들과도 꾸준히 연락한다. 선수들도 숙소가 대부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하고 있지 않나. 서울하고 가깝다. 휴가를 받으면 꾸준히 만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교체로 들어가 득점을 내는 순간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프로에 있으면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그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건 행복이다.”


이제 정다은은 ‘필라테스 강사’ 정다은으로 새로운 성공을 꿈꾼다. 정다은은 “일단 경력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쌓아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라고 말한 뒤 “훗날에는 많은 선수들이 나의 가게를 찾아와 함께 운동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초창기 V-리그를 접한 몇몇 올드팬들은 여전히 정다은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다. 정다은은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정다은은 “가끔 배구장에 가면 아는 척해주시고 너무 감사하다. 항상 코로나19 조심하시고 나중에도 인사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계획 수립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여자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지 않는다. 프로에서도 정규 대학 수업을 듣는 게 쉽지 않다. 학점은행제 등 자신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놨으면 좋겠다. 평생 배구를 할 수는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길 바란다.”


시은미(2009~2017 GS칼텍스, 2016~2018 KGC인삼공사)
실업팀에서 나온 후 새로운 도전 준비 중
 

 

시은미(30)는 2009~2010시즌에 2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당시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GS칼텍스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숙자, 정지윤, 이나연 등 국가대표 출신 세터들이 버티고 있었다.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이후에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자 그는 2017~2018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하고 <더스파이크>에도 소개한 것처럼 비치발리볼 선수로 전향했다. 최근까지도 양산시청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간 시은미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꿈나무들을 상대로 배구 레슨도 하고 있고,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 위해 필라테스 공부도 하는 중이다.

시은미는 “몇 달 전 은퇴를 선언한 이효동 오빠가 스킬 트레이닝 센터를 차렸다. 잠시 도움을 요청해서 거기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KOVO 유소년 강사도 9월부터 할 예정이고, 필라테스 공부도 하고 있다. 현역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이효동의 스킬트레이닝 센터는 배구를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들로 가득하다. 그는 “배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시은미는 프로에서 보냈던 평생 잊지 못할 1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돌아봤다. 그녀는 다사다난이라는 사자성어를 꺼냈다. “정말 다사다난했다. 못 뛴 시즌도 있고, 많이 뛴 시즌도 있다. 우승도 해봤고, 꼴등도 해봤다.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프로에 짧게 있었던 게 아닌데 기회를 잡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프로에서 겪은 아쉬움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고 말하는 시은미. 이제는 진정한 어른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배구 선수 생활보다 사회 생활에서 무엇인가를 겪을 수 있는 게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구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무뎌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프로, 실업, 비치발리볼 등 배구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리그는 모두 뛰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 도전을 즐기는 시은미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게 재밌다. 공부도 재밌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도 하고 싶은 게 많다. 필라테스 강사나 유소년 강사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은미는 “황민경(현대건설), 염혜선(KGC인삼공사) 등 동기들과 여전히 연락을 취한다”면서 “은퇴 후에는 조금 불안함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시은미는 끝으로 “오랜만에 팬들에게 인사드리는데 프로 때처럼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저를 잊을 수도 있겠지만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언제나 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은퇴한 후 불안한 건 사실이다. 혼자가 되다 보니 뭘 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그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현역 때부터 미래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배구 걱정을 덜 하라는 건 아니다. 뭘 하고 싶은지 조금씩 생각을 해야 사회에 나왔을 때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프로 세계도 만만치 않지만 사회도 만만치 않다. 미래를 조금씩 생각하길 바란다.”


글/ 이정원, 김예솔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인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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