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후 공격·디그 후 공격&세트가 보여주는 것은?

매거진 / 서영욱 기자 / 2020-07-25 14:54:20

 

배구 경기에서 득점은 디그 후 반격을 통해 올리기도 하고, 리시브 후 세트 플레이로 곧장 나기도 한다. 명백하게 다른 두 상황이기에 의미하는 바도 당연히 다르다. 이전 <데이터연구소>에서도 한 차례 다룬 바 있는 디그 후 세트 성공률과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을 V-리그에 접목시켰다. 2019~2020시즌 이 두 가지 기록이 보여준 건 뭐가 있었을까(기록은 5라운드 기준).


리시브 정확 후 공격 시에는 세터
디그 성공 후 공격 땐 공격수 능력 측정?!


<더스파이크>는 과거 ‘데이터연구소’에서 리시브 정확 후 세트 성공률과 디그 성공 후 세트 성공률에 대해 한 차례 다룬 바 있다(더스파이크 2019년 9월호 데이터연구소). 당시 대학배구연맹이 인제대회 한정 해당 기록을 측정해 공개했다.

본문에서 제시할 기록은 당시 인제대회와 차이는 있다. 당시 인제대회 기록은 선수별로 측정했다면 여기서는 팀별 기록이다. 이런 차이는 있지만 해당 기록으로 볼 수 있는 맥락은 비슷하다. 인제대회에서는 세터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여기서는 팀의 전체적인 맥락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팀의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하면서 팀 특징과 상황을 좀 더 여러 방향으로 볼 수 있다.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은 디그 후 세트 성공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세터 역량을 좀 더 보여준다. 리시브 정확 후 세트는 대부분 세터가 담당하기 때문이고 세트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상대 블로커를 빼주거나 속공으로 연결하는 등의 플레이는 세터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정아 KBSN스포츠 전력분석관은 인제대회에서 해당 기록을 설명할 때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디그 후 세트 성공률은 조금 다르다. 세터 개인 기록으로 본다면 이 역시 세터 특징과 좀 더 연결지을 수 있지만 팀 전체 기록인 만큼 온전히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리시브 정확 후 세트와 달리 디그 성공 후 세트는 기본적으로 세터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다른 포지션 선수가 올리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다. 특히 리베로가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정아 분석관은 디그 후 세트 성공률은 세터 역량보다도 팀의 전체적인 환경, 특히 공격수 역량을 보기에 좀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아 분석관은 두 기록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내용도 덧붙였다. 김 분석관은 “리시브 후 공격은 상대에 연속 득점을 허용하지 않고 사이드아웃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라며 “디그 후 공격은 연속 득점과 연결할 수 있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볼을 득점까지 연결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팀 분위기를 올린다는 점에서는 서브, 블로킹이 주는 효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디그 후 세트 성공률과 관련, 세터에 대입해 볼 수 있는 건 세터의 기본기와 구질이라고 덧붙였다. 김 분석관은 세트 플레이에서는 세터의 기교를, 이단 연결 과정에서는 세터 볼 구질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분석관은 좀 더 세밀한 분석에서는 디그 후 공격 과정에서 코트 위 어느 위치에서 볼이 올라오느냐에 따른 공격수의 습관과 경향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단 연결은 볼이 올라오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2019~2020시즌 V-리그 13개 팀의 두 가지 기록에 따른 특징을 살펴본다.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 순위=속공 성공률 순위?!

남자부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 지표에서는 각 팀 리시브, 속공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리시브 효율 최하위 삼성화재는 리시브 정확 후 세트 시도가 당연히 가장 적다. 반대로 현대캐피탈은 시도가 가장 많다(<표1> 참조).

<표1>


세트 성공률 상위 세 팀은 정규리그 성적 상위 세 팀과 같다. 대한항공이 가장 높고 우리카드, 현대캐피탈이 뒤를 잇는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3위 현대캐피탈(61.26%)과 4위 OK저축은행(58.6%) 편차가 좀 있고 최하위 한국전력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또 한 번 기록 차이가 벌어진다(한국전력 52.87%, 6위 KB손해보험 57.68%). 세트 성공률은 곧 득점이 났다는 걸 의미하는 만큼 공격 성공률이 갖는 의미와 비슷한데, 후술하겠지만 한국전력은 디그 후 세트 성공률도 최하위다. 장병철 감독이 박철우 영입을 두고 왜 미들블로커 보강만큼이나 공격력 강화를 언급했는지 이 두 기록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표2>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요소는 리시브 정확 후 세트 성공률과 팀 속공 성공률 순위가 일치한다는 점이다(<표2> 참조). 속공은 리시브가 어느 정도 정확히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공격 유형이고 남자부는 정확한 리시브 이후 공격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속공으로 이어지기에 이런 양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2019~2020시즌 상위권을 구축한 우리카드,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은 리시브와 속공 모두 강점이 있는 팀이었다. 실제로 개인 속공 성공률 순위 1위부터 5위는 모두 세 팀 소속 선수들이었다. 우리카드는 2018~2019시즌과 비교해 리시브가 확실히 좋아졌고 노재욱과 최석기, 이수황이 속공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속공 활용이 좋은 한선수를 필두로 정지석-곽승석이 지키는 리시브 역시 안정적인 팀이다. 현대캐피탈은 팀 리시브 효율 1위에 빛나는 팀이고 신영석-최민호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미들블로커진을 보유한 만큼 속공 위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현대캐피탈은 리시브가 안정적인 것과 비교해 세트 성공률과 속공 성공률 모두 1위가 아니라는 점은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삼성화재는 리시브 효율이 최하위긴 했지만 리시브 정확 후 세트 성공률이나 속공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손태훈이 속공에 강점(58.43%로 6위)이 있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한국전력은 리시브도 불안한 데다(팀 리시브 효율 5위) 미들블로커 속공 능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남자부와 다른 여자부 양상, 이유는?
 

<표3>

여자부는 남자부와는 양상이 아주 다르다. 리시브 정확 후 세트 성공률과 속공 성공률은 현대건설이 모두 가장 좋지만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 2위인 GS칼텍스는 속공 성공률 5위다. KGC인삼공사가 세트 성공률 3위, 속공 성공률 2위에 오르며 그나마 비슷한 양상을 보여줬다. 현대건설에서는 양효진과 정지윤이 속공 1, 2위였고 KGC인삼공사는 박은진이 속공, 한송이가 이동공격에 강점을 보였고 각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은 속공 성공률만 보면 3위(40.43%)로 나쁘지 않았다(<표4> 참조).

<표4>

미들블로커를 활용하는 여자부의 또 다른 공격 유형인 이동공격 기록도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현재 리그에서 이동공격을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팀이 얼마 없어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다. 흥국생명(156회)이 유일하게 세 자릿수 시도를 기록했고 IBK기업은행(96회)이 그나마 세 자릿수 시도에 근접했다. 다른 팀은 이동공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현대건설처럼 거의 시도하지 않은(21회) 팀도 있었다. 흥국생명은 속공 성공률 최하위임에도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은 4위인데, 이동공격 기록이 여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이동공격 성공률 46.62%로 2위). GS칼텍스는 이소영-강소휘-러츠를 활용한 퀵오픈 공격 은 좋았지만 반대로 속공 활용은 리그에서 가장 떨어지는 편이라 위와 같은 특징을 보였다.

김 분석관으로부터 이처럼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서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표본)’ 성향을 띠는 여자부 기록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 분석관은 기록상 속공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세계 배구 기준으로도 속공으로 불릴 만한 공격이 거의 없다는 걸 원인으로 꼽았다. 미들블로커 중 확실한 공격력을 가진 자원이 많지 않으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GS칼텍스는 미들블로커 공격이 약한 걸 삼각편대 힘으로 만회한다고 덧붙였다. 드물긴 하지만 GS칼텍스는 윙스파이커 후위 공격도 활용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상대에게 여러 선택지를 강요해 상대 블로커를 분산시킨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겸하면서 다른 나라 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의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디그 후 세트 기록

속공과 상당히 유사한 성향을 띤 리시브 후 세트 성공률과 달리 디그 후 세트 성공률은 특정 공격 유형과 그만한 유사성을 찾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디그 후 이어지는 공격은 대부분 오픈 공격으로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실제 오픈 공격 성공률 순위와는 차이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두 기록 모두 득점이 되어야만 좋아지는 수치지만 공격 성공률은 최종 공격수, 세트 성공률은 볼을 올려주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디그 후 이어지는 공격이 오픈으로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픈 공격이 디그 후에만 나오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도 차이가 생기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표5>

 

<표5>에서 알 수 있듯 두 기록 모두 1, 2위를 나눠 가지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두 기록 모두 최하위인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그 사이 팀들의 순위 양상은 조금 다르다. 디그 후 세트 성공률은 하위권인 OK저축은행이 오픈 공격 성공률은 3위로 올라온다. 전체적으로 공격 관련 지표가 저조했던 KB손해보험은 두 기록 모두 중위권에 자리한다. 


여러 팀 중 눈에 띄는 팀은 삼성화재다. 2018~ 2019시즌까지 삼성화재는 팀 성적과는 별개로 강력한 외국인 선수 존재로 오픈 공격에는 항상 강점을 가졌다. 2009년 가빈을 시작으로 레오, 그로저, 타이스까지 V-리그 최상급 외국인 공격수를 보유함과 동시에 2010년부터는 박철우도 합류하면서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좌우 쌍포를 보유했다. 오픈 공격이 강력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2019~2020시즌은 상황이 달랐다. 박철우의 존재로 짝을 이룰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던 것과 달리 같은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와 박철우 중 한 명만 코트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산탄젤로 공격력이 박철우보다 낫다고 보기 힘들었다.

힘든 환경에도 삼성화재가 이 정도 지표를 남긴 데에는 박철우의 분전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어느덧 35세 노장이 된 박철우지만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의 기록을 남기며 공격을 이끌었다.
 

 

2019~2020시즌 박철우는 오픈 공격 성공률 50.62%로 이 부문 4위에 올랐고 국내 선수 중에는 가장 순위가 높았다. 팀 내 오픈 공격 점유율은 이적 후 처음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박철우가 코트에 있을 때는 대부분 오픈성 공격은 박철우에게 향했다. 김 분석관 역시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박철우 존재 덕분에 공격 지표에서 이 정도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삼각편대의 위엄과 힘겨웠던 도로공사 박정아
 

<표6>

여자부 디그 후 세트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GS칼텍스이다. GS칼텍스 역시 세트 성공률 자체는 낮지만 2위와는 어느 정도 격차를 보여주며 1위에 올랐다. GS칼텍스는 팀 오픈 공격 성공률도 여자부 기준 안정적인 수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러츠-이소영-강소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힘이 드러나는 수치다. 러츠는 오픈 공격 3위, 강소휘는 5위에 올랐다. 점유율이 부족해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소영도 오픈 공격 성공률 37.7%를 기록했다. 여자부에서 측면 공격수 세 명이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하는 팀은 GS칼텍스뿐이다.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GS칼텍스는 5라운드까지 팀 공격 성공률 40% 이상(40.17%)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GS칼텍스 아래로 세트 성공률 2위부터 5위까지는 기록 차이가 크지 않다. 31.65%의 IBK기업은행부터 5위 흥국생명(30.09%)까지 촘촘하게 붙어있다. 다만 최하위인 도로공사는 유일하게 세트 성공률이 30%가 안 되는 저조한 수치를 남겼다.


이는 올 시즌 사실상 외국인 선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시즌을 보낸 도로공사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가 없는 동안 전새얀, 유서연 등이 힘을 내긴 했지만 확실하게 한방을 책임져주기까지는 부족함이 있었다. 결국 랠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부분 공격은 박정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수비가 이를 막아낼 가능성이 컸다.  

 

김 분석관은 이와 함께 세트를 시도하는 위치에 따른 어려움도 함께 지적했다. 김 분석관은 “로테이션상 5번 자리에서 볼을 올린다고 치면 아포짓 스파이커가 있는 오른쪽으로 볼을 올려주는 게 좀 더 자연스럽다”라고 운을 뗀 후 “하지만 도로공사는 디그 중 나오는 오픈 공격 상황에서 처리해줄 선수가 박정아뿐이었다. 그래서 볼을 올리면 정확하게 가기 어려운 왼쪽으로 볼이 올라간다. 세트하는 볼도 불안하기 때문에 박정아도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라인업 변화가 가져올 차기시즌 기록 변동은?!

팀별 선수 이동이 불가능한 대학과 달리 프로는 선수 이동이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팀별 주전 세터 변동 등 라인업 변화에 따른 기록 비교를 통해 더 다양한 면모를 볼 수도 있다.

다가올 2020~2021시즌에는 우리카드가 라인업 변화에 따른 기록 비교를 가장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팀이다. 2018~2019시즌 초반 합류해 팀의 상승세를 이끈 노재욱이 팀을 떠나고 하승우와 이호건이 세터진을 맡는다. 신영철 감독이 이전에도 영입 의사를 보인 바 있는 이호건은 한국전력에서 뛸 때 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카드가 2019~2020시즌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올라온 것에 더해 외국인 선수로 알렉스가 합류했고, 리시브만 보면 더 안정적인 류윤식도 영입했기 때문이다. 팀 내 공격수도 한국전력보다는 비교 우위에 있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뛰는 이호건이 얼마나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도 차기 시즌 우리카드를 지켜보는 데 흥미로운 요소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자료 제공/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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