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MG컵] 임동혁·이시몬·정호영·도수빈, 팀의 보물이 되어가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기자 / 2020-09-06 13:50:03


[더스파이크=제천/이정원 기자] 이번 대회에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선수는 누가 있을까.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가 5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결승전을 끝으로 1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컵대회는 이변에 이변이었다. 남자부 우승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한국전력이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결승전에서 대한항공을 3-2로 꺾고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의 반전이었다.

여자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이들이 김연경-이재영-이다영이 뭉친 흥국생명의 우승을 점쳤다. 결승 전까지 흥국생명은 네 경기에서 무실세트 경기를 이어가며 결승전에서도 강력한 라인업의 위용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끈끈한 수비와 삼각편대에 밀렸다. 흥국생명은 0-3으로 무너졌고, GS칼텍스는 2017년 천안 컵대회 이후 3년 만에 다시 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우승만큼이나 이번 대회에서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많다. 컵대회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을까.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제천의 아들' 대한항공 임동혁이다. 이번 대회 MIP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컵대회 MVP 비예나가 국가대표 일정으로 인해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비예나의 자리를 임동혁이 말끔하게 메꿨다. 임동혁은 결승전 포함 다섯 경기에서 98점, 공격 성공률 53.16%를 기록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임동혁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4점, 공격 성공률은 69%에 달했다. 

 

 

결승전에서도 26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이 42%에 머문 건 조금의 아쉬움이었다. 42%의 공격 성공률도 준수한 기록이다. 하지만 아쉽다고 한 이유는 임동혁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2018년 컵 대회에서도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 당시 그는 팀에 합류하지 않은 가스파리니를 대신해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섰다. 하지만 임동혁은 두 경기에서 총 11점, 공격 성공률 40.91%에 그쳤다. 이번에 그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으로 산틸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성인 국가대표로 뽑힐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임동혁이지만 그의 포지션은 항상 외국인 선수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시즌 중에도 비예나의 경쟁자 혹은 파트너가 되긴 충분해 보인다. 산틸리 감독 역시 임동혁의 활용법을 찾겠다고 한 가운데, 임동혁의 프로 네 번째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한국전력 이시몬은 그야말로 장병철 감독의 복덩이다. 이시몬은 올해 OK저축은행에서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OK저축은행에서는 백업 선수에 불과했던 이시몬은 비시즌 연습경기부터 장병철 감독의 신뢰 속에 주전 윙스파이커로 뛰었다. 장 감독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팀을 보태기 바랐다. 장병철 감독의 바람처럼 이시몬은 컵대회에서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그의 리시브 효율은 62%에 달했다. 결승전에서도 팀내 가장 많은 리시브(39개)를 소화면서도 61.54%의 고효율을 보였다. 디그 역시 12개 시도 중 10개를 성공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끈끈한 플레이로 헌신했다. 장병철 감독 역시 "살림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재치 있는 플레이, 수비 연결 부분에서 100%를 해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와 러셀의 공격이 강점이다. 이들이 공격에서 빛날 수 있는 이유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한 이시몬의 활약이 있었다.

 


KGC인삼공사 정호영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원래 윙스파이커였던 정호영은 이번 비시즌에 미들블로커로 포지션 변경했다. 지난 시즌 20경기 20점. 신인 1순위의 활약이라곤 보기 힘들 정도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옮겼다.

아직 정규시즌 들어가기 전이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 보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별예선 첫 경기인 GS칼텍스전에 팀이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던 3세트 초반 투입됐다. 그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연이은 속공과 블로킹을 보였고, 3세트 25-25 듀스에서는 세트를 가져오는 2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팀은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상대 차상현 감독도 "정호영 선수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성장했다"라고 말했고, 이영택 감독도 "개인적으로 기대를 했는데 역시 좋은 활약을 해줬다"라고 평했다. 그녀는 조순위결정전인 IBK기업은행전에서도 16점, 공격 성공률 68%, 공격 효율은 56%에 달했다. 중앙에서 이렇게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단 두 경기로 정호영의 모든 것을 판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의 가능성을 시즌 중에 보여준다면 이제까지 받아온 비판이 칭찬으로 바뀔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진정한 데뷔 시즌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시즌 준비하겠다"는 정호영의 말처럼 정호영의 새 배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흥국생명 도수빈은 이번 컵대회 진정한 라이징 스타다. 5년차를 맞는 도수빈은 그간 김해란, 남지연, 한지현 등 걸출한 리베로들에 밀리며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22경기에 출전했지만 원포인트 서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그녀의 롤모델 김해란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흥국생명 리베로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박미희 감독은 비시즌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흥국생명의 약점은 리베로라는 평이 있었지만 도수빈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조별예선에서 리시브 효율은 50%를 넘었고, 디그 역시 세트당 5개 이상을 꾸준히 잡아줬다. 박미희 감독 역시 "김해란을 대신해 도수빈을 키워야 한다. 세터에게 볼을 패스하기 쉽게 준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단점은 박미희 감독의 말처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승전에서 도수빈은 리시브효율 33%에 머물렀다. 흔들렸다. 윙스파이커 라인과 호흡도 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큰 경기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경험만 쌓인다면 정규시즌에도 박미희 감독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컵대회는 새로운 선수들의 성장을 볼 수 있는 대회다. 다음 컵대회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짠'하고 나타날지 기대된다.

한편, 컵대회 일정을 마친 선수들은 2020-2021시즌 개막 준비에 들어간다. 2020-2021시즌은 10월 17일에 개막한다.


사진_제천/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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