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MG컵] 한국전력 우승으로 막 내린 남자부…컵 대회가 남긴 이야기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기자 / 2020-08-30 02:53:39

 

[더스파이크=제천/서영욱 기자]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일정이 29일부로 마무리됐다. 아쉽게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른 가운데 이번 컵 대회도 여러 이야깃거리와 결승전 명승부를 남기고 끝났다. 이번 컵 대회가 남긴 것들은 무엇일까.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준 한국전력
결승전을 앞두고 한국전력은 체력 부담을 안고 있었다. 28일 준결승전을 오후 7시에 시작해 5세트 혈투를 펼쳤고 29일 오후 2시에 결승전을 치러야 했다. 게다가 3일 연속 경기였기에 체력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전력도 대한항공과 비교해 상대적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틀 연속 5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대한항공을 꺾고 3년 만에 컵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년 전 컵 대회에서는 3패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우승이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러셀은 한때 교체를 고민하게 했지만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인 OK저축은행전부터 살아나더니 이후 공격에서는 자기 역할을 해줬다. 여전히 리시브는 불안하지만 공격만큼은 기대할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박철우는 아직 김명관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았고 대회에서 컨디션 자체도 100%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순간 활약하며 이름값을 했다. 결승전에서 24점을 올렸는데 특히 5세트에는 6점, 공격 성공률 60%를 기록하며 해결사 면모를 보여줬다. 좌우에서 한방을 기대할 자원이 생긴 덕분에 한국전력도 승부처에서 힘을 발휘했다. 

 

또 다른 FA 영입 선수, 이시몬은 결승전에서 리시브 효율 61.54%를 기록하는 등, 컵 대회 다섯 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58.12%를 기록해 안정감을 더했다. 러셀을 최대한 리시브 라인에서 가리면서 한국전력이 경기를 끌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시몬과 오재성의 존재 덕분이었다. 


사이드 블로커가 높아진 효과도 곧장 확인했다. 한국전력은 2019-2020시즌 팀 블로킹 6위였지만 이번 컵 대회에서는 세트당 3.095개로 7개 팀 중 가장 좋았다. 사이드 블로커 신장이 좋아지면서 미들블로커진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라인업의 긍정적인 면을 확인했다는 점도 한국전력이 건진 수확이었다.


뉴페이스 등장 혹은 입지 재확인, 컵 대회서 눈에 띈 얼굴은?
컵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들도 있었다. 첫손에 언급할 만한 선수는 대한항공 임동혁이다. 제천에서 나고 자란 임동혁은 2년 전 제천 컵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주포 역할을 확실히 했다.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총 48점, 공격 성공률 53.42%를 기록한 데 이어 우리카드와 준결승전에는 24점, 공격 성공률 69.7%로 맹활약했다. 결승전에서 성공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대회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연습경기에서부터 중용 받던 대한항공 진지위는 컵 대회에서도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섯 경기에서 블로킹 10개를 잡아냈고 블로킹 어시스트와 유효 블로킹 역시 다수 만들어냈다. 속공 호흡이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 2019-2020시즌 주전 미들블로커가 두 명이 모두 빠진 가운데 경쟁에서 조금 앞서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전력 안요한은 대다수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한국전력 컵 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안요한은 2013-2014시즌이 마지막 V-리그 경력이고 이후 선수로 활동하지 않았다. 2019-2020시즌은 선수단 통역으로 활동했지만 선수 복귀 권유를 받고 혹독한 체중 관리를 거쳐 돌아왔다. 기존 포지션인 윙스파이커가 아닌 미들블로커로 돌아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는데, 다섯 경기에서 블로킹 총 13개를 잡아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블로킹을 기록했다(최다는 16개의 김명관). 안요한 활약 덕분에 미들블로커가 약점이던 한국전력도 컵 대회에서는 약점을 최소화했다.

탄탄한 입지를 재확인한 선수도 있었다. 2020-2021시즌에는 다른 포지션으로 나와야 하는 우리카드 나경복이 그 예이다. 나경복은 컵 대회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면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나경복은 네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3.9%에 총 94점을 올려 주 공격수 역할을 다했다. 한성정과 류윤식이 생각만큼 득점을 보태주지 못했지만 나경복이 활약하면서 우리카드도 조별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컵 대회로 확인한 크고 작은 고민
컵 대회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전초전이다. 정규시즌까지 팀이 해결해야 할 점을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컵 대회에서도 팀마다 크고 작은 고민을 마주했다.

 

삼성화재는 공격에서 외국인 선수 다음 옵션 역할을 해줘야 할 황경민 활약이 아쉬웠다. 황경민은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총 27점, 공격 성공률은 36.73%에 그쳤다. 퀵오픈(31.58%) 성공률도 많이 떨어졌다. 리시브 효율도 34.67%로 2019-2020시즌과 비교하면 떨어졌다. 바뀐 선수단에서 새롭게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황경민이기에 컵 대회 성적은 더 아쉽게 다가왔다.

컵 대회를 3패로 마친 KB손해보험은 전체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가운데 리시브와 블로킹 수치가 다른 팀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KB손해보험은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28.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 주전 윙스파이커 김정호와 김동민 모두 수치가 좋지 않았다(김정호 리시브 효율 24.64%, 김동민 28.26%). 블로킹도 세트당 1.454개로 참가팀 중 가장 적다. 공격에서 한방 문제는 케이타가 합류하면 조금 나아질 여지가 있지만 리시브와 블로킹은 고민이 필요하다.

OK저축은행은 순식간에 얇아진 미들블로커진 뎁스를 실감했다. 손주형이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이탈했고 컵 대회에는 전진선도 어깨 수술 여파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진상헌과 박원빈이 연습경기부터 컵 대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경기를 소화했다. 문제는 좋지 않을 때 교체할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석진욱 감독도 두 선수 경기력이 컵 대회 들어 저조했던 원인으로 부족한 백업을 꼽았다. 전진선이 돌아오더라도 팀에 남은 미들블로커는 세 명뿐이다. 박원빈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관리가 필요한 선수이기에 미들블로커 뎁스 문제는 정규시즌에도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서브 공략과 전광인 빈자리에 약간의 고민을 안고 컵 대회를 마쳤다. 최태웅 감독은 컵 대회를 통해 좀 더 스피드있는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겠다고 했지만 기대만큼 이뤄지진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준결승전 이후 “아직 멀었다. 더 연습해야 한다. 지금 정도 범실량과 서브 공략으로는 우승권으로 가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전광인 공백을 메워야 할 송준호는 아직 실전 감각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아직 송준호가 체력적으로 준비가 다 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정규시즌까지 최대한 송준호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게 과제로 남았다.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은 세터를 둘러싼 경기력을 언급할 만하다. 하승우를 새 주전 세터로 낙점한 우리카드는 전체적인 호흡이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팀 공격 성공률은 50% 이하(46.68%)였고 2019-2020시즌 좋았던 속공 성공률도 이번 대회는 50%에 머물렀다. 한국전력에서는 김명관과 박철우 호흡이 불안정했다. 장병철 감독은 “연습경기 때 흔들린 박철우와 김명관 호흡이 경기에서도 드러난다”라고 짚었다. 아직 부족한 경기 운영 능력도 언급했다. 정규시즌까지 세터 경기력을 안정화하는 게 두 팀이 안은 고민이었다.


사진=제천/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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