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을 지키는 언성히어로, 오재성&이시몬

매거진 / 강예진 기자 / 2020-12-19 02:07:51

붙어있으니 에너지가 넘친다. 이시몬과 오재성은 전북 익산 남성중, 남성고 동창이다. 대학 진학 때 갈라섰던 둘은 올 시즌 한국전력에서 다시 만났다. 헤어진 지 9년 만이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팀 수비 핵심인 두 선수의 희생과 헌신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보다 더한 칭찬은 없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은 그들은 배구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소중하다. 절친답게 인터뷰 내내 티격태격 유쾌한 말솜씨를 뽐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경기도 의왕시를 찾았다.
 


함께할수록 에너지가 뿜뿜

Q__포지션은 다른데, 팀에서 하는 역할이 비슷한데요.
시몬 거의 똑같이 보시던데요? 둘 다 리베로 아니냐고(웃음).

Q__둘이서 주로 리시브를 전담하는데 코트 안에서 어떤 이야기 하나요.
시몬  ‘야 네 건 네가 받아’라고 해요(웃음).
재성  경기 전에 분석을 하잖아요. 그러면 저랑 시몬이랑 러셀은 따로 상대 서브 영상을 보면서 ‘이런 볼은 네가 받아, 이건 내가 받을게’라고 미리 분담은 해요. 아무래도 러셀이 목적타 서브를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커버하려고 하죠.

Q__그러면 리시브 범위가 넓어지잖아요. 버겁진 않은가요.
시몬  범위가 넓긴 넓은데 러셀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커버하려고 하고, 아닌 사람은 반대쪽을 조금 더 보긴 하죠. 만약에 제가 러셀 쪽으로 리시브 범위를 가져가면 재성이한테 다른 쪽을 맡겨요. 재성이를 믿는 거죠. 워낙 잘하는 선수라 믿고 맡길 수 있어요.
재성  갑자기 웬 칭찬? (일동폭소)

Q__두 분이 함께했을 때 시너지효과가 더 커 보이는 데요.
시몬  솔직히 엄청 잘 맞아요. 아내한테도 재성이랑 잘 맞는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해요. 이게 어떤 거냐면 우리 둘 사이에 공이 와서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못 갔을 땐 재성이가 와서 도와주고, 제가 받을 수 있는 공은 제가 받고. 그러 케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한국전력에 오게 해줘서 고맙다 재성아”

Q__이시몬 선수가 한국전력에 오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오재성 선수라고요.
시몬  처음에 재성이한테 연락이 왔어요. 한국전력에 오라고, 좋다고요. 계속 꼬드기는데 솔직히 저는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물론 재성이가 연락하지 않았어도 한국전력에 오긴 왔을 거예요. 그래도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재성이 아니었다면 새로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조금은 망설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Q__오재성 선수가 뭐라고 하던가요.
시몬  좋은 말 밖에 안 했어요.
재성  좋은 거 맞잖아!!!
시몬  맞아요. 팀에 와보니 진짜 좋아요. 재성이가 같이 하자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OK금융그룹도 좋았지만 여기 와서는 경기를 뛰고 있잖아요.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어요. 만족스러워요.

Q__재성 선수는 시몬 선수가 오니까 어땠나요.
재성  팀에 친구가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았어요. 원래는 동기 없이 저 혼자였거든요. 시몬이는 개인적으로도 친하고, 서로를 잘 알기도 하고 생활도 같이 해왔어요. 지금도 운동할 때 든든하고 믿음이 가요. 좋아요. 

 


Q__서로 경기 외적으로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시몬  우선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재성  사생활도 거리낌 없죠.
시몬  거의 매일 붙어있어요. 처음 왔을 땐 룸메이트였는데 지금은 서로 숙소 생활을 안 하다 보니까 같이 자는 건 없어요. 경기 전날은 독방을 쓰긴 하는데 점심 먹고 카페 가서 이야기하고. 솔직히 제가 오기 전에 ‘재성이 왕따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붙어있어요.
재성  내가???
시몬  진짜 많이 붙어 다녀요.

Q__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분이 정말 친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요. 첫 만남은 언젠가요.
재성  초등학교 때예요. 저는 제주도 토평초에 있었고, 시몬이는 전라북도 익산 동북초에 있었어요. 전지훈련 갔을 때 만난 게 처음이었어요.
시몬  그땐 친하진 않았고 연습경기하면서 존재만 알고 있었어요. 재성이가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와서 수업 같이 듣고 남성중에 가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그랬죠. 그때부터 같이 붙어 다녔던 것 같아요.

Q__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한데요.
시몬 웬 원숭이가…?(웃음)
재성  무슨 소리야. 얘는 입이 되게 컸어요.

Q__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재성  저는 큰 키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에 배구부가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도민체전을 하면 전교생 모두가 응원하러 갔어요.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다음날 바로 배구하겠다고 했어요. 한 달 동안은 무관심 속에서 운동하다가 키가 작아서 부모님이 반대하시더라고요. 잠깐 배구부를 나갔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에요. 4학년 2학기 때 다시 한다고 들어갔죠. 감독, 코치님이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하라고 해서 하게 됐어요.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쭉 수비 쪽으로만 해왔어요. 아포짓 스파이커였을 때도 공격 안 하고 수비 위주였어요.
시몬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부를 창단해서 키 큰 선수를 모집하더라고요. 제가 스카우트됐어요. 그래서 체육관에 갔는데 친형을 거기서 만났어요. 둘 다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같이 배구를 하고 물 흐르듯 중학교에 진학하고,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배구 외에 다른 건 생각도 안 해봤어요.

Q__남성중, 남성고를 같이 나왔잖아요. 남성고가 배구 명문인데, 당시 성적은 어땠나요.
시몬  중학교 때 가장 중요한 대회인 소년체전 결승전 때 진 것 빼고는 다 우승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1년 동안 단 세 세트밖에 내주지 않았고요.
재성  송희채가 동기 중 한 명이었어요.
시몬  저는 (이)승원(삼성화재), (백)광현(대한항공)이요.


“이번엔 같이 우승하자 재성아”
“시몬아, 군대 가기 전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야 해”


Q__재성 선수는 지난 시즌 후반에 제대 후 팀에 복귀했잖아요. 어땠나요.
재성  많이 변해있더라고요. 선수 구성도 그렇고, 팀 문화도, 감독님도 바뀌었잖아요. 군대 가기 전에는 제가 막내였는데 제대 후엔 베테랑에 속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는 후배들 많이 이끌어가라고 이야기해 주셨는데...지금은 형들이 많이 오셔서 중간쯤으로 떨어졌어요.
시몬  중간보다 밑인 것 같아요(웃음).

Q__제대 후 마음가짐도 달랐겠네요.
재성  그렇죠. 상무에 있으면서 전역하기 전에 생각이 되게 많았어요. ‘전역하면 전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상무에 있어도 개인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해요. 그래야 몸이 만들어져요. 걱정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막상 전역하고 나니까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적응 좀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팀에 녹아들었어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Q__오재성 선수는 리베로 최초 1라운드 1순위 지명, 리베로 최초 신인상을 받았잖아요.
시몬  뭐야 너 신인왕이었어?
재성  그래. 당시에는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가 저랑 (이)승원이 밖에 없었어요. 팀 성적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3위를 했어요. 거기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운이에요. 팀 성적이 한몫했죠.
시몬  그냥 네가 잘해온 것 같다고 말해.
재성  절대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건방져 보여.
시몬  너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웃음).

Q__반면 이시몬 선수는 웜업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죠.
시몬  뒤에 있으면 ‘이게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성  우는거야?(웃음)
시몬  조용히 해봐. 형들이나 감독님, 코치님께서 저를 많이 잡아주셨어요. 공격력이 약해도 리시브, 수비가 좋으니까 꾸준히 밀고 나가라고요. 제가 잘하는 걸 하라고 하셔서 공격보다는 수비 연습을 더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OK금융그룹에 있을 땐 팀 전력상 경기 뛸 기회가 많이 없었잖아요. 한국전력엔 철우 형, 러셀이 있으니까 공격이 약해도 리시브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제 가치를 많이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번은 감독님께 ‘가치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 걸요.

Q__힘든 시절이었을 때 재성 선수한테 털어놨었나요.
시몬  그땐 이야기 못 했죠. 다른 팀이기도 했고요. 힘든 것보다는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재성  (끄덕끄덕)

Q__재성 선수는 군대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재성  군대 가면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관리가 필수예요. 체중이 늘 수도, 체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시몬이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서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우선 들어가기 전에 먹고 싶은 것 많이 먹어라. 특히 탄산. 피자, 치킨.
시몬  저는 인생 선배죠!

Q__그러고 보니 이시몬 선수는 우승 선배네요(2015-2016시즌에 OK저축은행 뛸 당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시몬  그때 제가 경기에 뛰어서 이긴 건 아니지만 맛을 봤기 때문에. 재성아 이번엔 같이 느껴보자!


이시몬, 오재성이 말하는 ‘비상’할 한국전력

Q__두 선수 모두 리시브와 디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네요. 기록 봤나요(인터뷰 당시 상위권이었던 이시몬과 오재성은 18일 경기 후 시점 기준으로도 좋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오재성은 리시브 1위, 디그 2위이다. 이시몬은 리시브 2위, 디그 5위다).
시몬  신경은 써요. 저는 리시브가 10위까지 내려갔다가 지금 많이 올라온 거예요. 몇 경기 못 하다 보니 훅 내려갔더라고요. 원래 초반엔 제가 리시브, 수비 모두 1위였어요. 제가 못했을 때 순위가 뒤바뀌었는데 재성이가 전화하더라고요. 순위 바뀌었다고요(웃음).
재성  아니야…. 나는 잠시만 올라 있는 거야. 분명 잠깐이라고 말했다.

Q__뿌듯할 것 같아요.
시몬  서로 기분 좋죠. 그리고 리시브를 할 때 옆에서 불안해하면 덩달아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잘하고 있으면 불안해도 서로를 믿고 가죠.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커요. 잘해주니까 저도 덩달아 잘해지는? 네 덕이야.

Q__동선이 겹쳐서 공을 놓쳤을 땐 어떻게 대처하나요.
시몬  ‘이거 네 거야’ 라고요(일동 웃음).
재성  저는 범실하면 ‘나 여기까지는 안된다’라고 해요. 사람이다 보니….
시몬  서로 커버하자고 말은 해요. 그래도 힘든 위치에 공이 올 때면 ‘이거 누구꺼야?’라고 하고 ‘난 여기까진 힘들 것 같다’라고 하거나 ‘미안, 다음엔 내가 잡을게. 내 꺼였던 것 같다’하면서 확실하게 다시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Q__서브가 가장 까다로웠던 팀은 어디였나요.
시몬  가장 까다로웠던 팀이요? 저는 현대캐피탈이요. 플로터 서브만 넣으면 괜찮은데 한 번씩 감아서 빠르게 넣어요. 다른 팀은 예리하지 않아서 어떻게든 받아서 띄워놓을 수 있는데 현대캐피탈은 말도 안 되게 넣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우리 둘 중 누가 받아서 범실 할 법한 그런 서브예요. 그래서 준비를 더 하고 나오죠.

Q__이제는 팀이 올라갈 일만 남았네요.
재성  더 떨어질 곳이 없어요. 최하위를 했잖아요. 이제는 다른 팀에서 우리를 경계할 테고, 우리도 약한 팀이 아닌 강팀으로 더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조심스레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충분하다고 생각해봅니다.

Q__베테랑의 합류가 주는 효과는 어떤가요.
시몬  상대 팀으로 있을 때 개인 기록만 봐도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같이 경기를 해보니까 기록적인 것 외에 주는 효과가 훨씬 커요. 안에 있다는 존재감, 파이팅, 팀 중심을 잡아줘요. 철우 형도 서로를 믿고 하자는 말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어제(15일)는 형들을 믿고 하자고 생각하니 불안함조차 없었어요. 형들에게 얹혀가는 느낌이랄까? 좋았고, 재밌었어요. 앞으로 같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요.

Q__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볼까요.
시몬  여기에 오게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재밌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 친구야! 넌 최고의 리베로야. 리시브 1위! 두고 봐 내가 곧 따라잡을 테니까!
재성  뭔 소리야(웃음). 떨어질 것 같다고!!! 이거 인터뷰 언제 나와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히여튼 시몬이는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느꼈어요. 파이팅도 좋아요.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힘내서 뒤에서 우리가 더 받쳐주자.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

Q__섭섭했던 적은 없었나요.
시몬  (생각 중)
재성  없으면 없다고 해. 왜 굳이 생각하려고 하냐.
시몬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거 아냐.
재성  없으면 안 하면 되지!!
시몬  없는 것 같아요!

Q__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시몬  리시브 1위?
재성  아니야. 아프지 않기. 몸 관리를 잘 하는 거예요.
시몬  저는 모든 경기를 소화하고 싶어요. 재성이가 말했던 몸 관리가 풀 경기 출전으로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전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가 관리를 잘하고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잖아요.

Q__‘한국전력은 ○○이다’ 표현해주세요.
재성  시몬이만 하는거죠?
시몬  아니 너도 해야지. 한국전력은 나에게 로또다. 그렇지 않나?
재성  뭐라고 해야 하지….저 이런 거 잘 못 하는데…패스 안 돼요?
시몬  아니 해야지!!!!!
재성  나 패스하면 너도 안 들어간다(웃음). 패스!!!!
시몬  아 빨리 생각해봐.
재성  어려워요. 음…한국전력은 저에게 가족이죠.

Q__같이 인터뷰를 해보니 어떤가요. 처음이죠.
시몬  진짜 전혀 어색한 게 없었어요. 어깨동무하고 안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재성  제가 원래 낯간지러운 행동을 싫어하거든요. 근데 시몬이랑 하니까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그냥 더웠어요(웃음).

Q__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마디 해볼까요.
시몬  7연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깐 앞으로 더 응원해주시면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 찾아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계로나마 응원 많이 해주시고 관심과 사랑 부탁드릴게요.
재성  이제 약팀이 아닌 강팀으로 올라갈 테니깐 경기장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멀리서나마 한국전력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글/ 강예진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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