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벤져스' 이끄는 야전사령관 이다영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기자 / 2020-12-03 01:56:18


[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흔히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배구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지분은 크다.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은 요즘 고민이 많다. 패스를 하면 해결할 공격수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윙스파이커인 김연경, 이재영에다 이주아, 김세영의 중앙 라인, 또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루시아가 버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흥국생명+어벤져스를 합쳐 '흥벤져스'라고 부를 정도다.


믿을 공격수 많아 늘 분배의 고민 
누구에게 볼을 올려줘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하지만 누굴 줘야 하는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패스가 나올 수 없다. 고민하다가 이미 상대에 흐름을 빼앗길 수 있다. 활용할 선수가 많은 만큼 적절하게 분배하고 팀 공격을 이끄는 게 이다영의 몫이었다.

이다영은 지난 11월 22일 현대건설전 이후 "흥국생명에 처음 왔을 때 미들블로커를 쓰는 공격이 버릇처럼 나왔다. 우리 팀은 하이 볼 상황에서 사이드로 공을 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헷갈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공격수와 뛴다는 것만으로 행복하지만 너무 좋은 선수가 맞으니 경기 운영이 꼬일 때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다영은 전 소속팀 현대건설에서 양효진-정지윤으로 이뤄진 중앙 공격을 많이 활용했다. 리시브만 되면 속공을 애용했다. 흥국생명에서는 아니다. 김연경, 이재영, 루시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주 공격 시스템이다. 물론 대표팀에서 맞춘 호흡 시간이 있지만, 소속팀은 또 그와 별개다.

처음 시작 무대였던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부터 시즌 초반까지 공격수들과 호흡에서 어우러진 모습은 아니었다.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결국 결승전에서 패했다. 모두가 '어우흥'이라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다영은 웃을 수 없었다.

팀은 계속 승리했지만, 박미희 감독은 이다영에게 완벽함을 주문했다. 이다영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매 경기 강조했다. 이다영의 패스에서 흔들리는 횟수는 줄었어도, 박미희 감독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모양새다. 박미희 감독은 이다영이 전에 있던 팀 색깔을 버리고 완전히 흥국생명 스타일을 입길 바랐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공격수들과 나의 호흡이 더 좋아질까' 고민하는 사이 이다영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었다. 김연경, 이재영과 대표팀에서 보여준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시즌 초반 전혀 맞지 않던 루시아와 호흡은 이제 안정선에 접어들었다. 루시아는 어깨 부상을 털고 최근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루시아가 후위에 있을 때 활용을 잘했다.

그리고 이다영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V-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흥국생명은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개막 10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막판 4연승을 포함하면 14연승이다. 이는 V-리그 역대 여자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흥국생명 외, GS칼텍스가 2009-2010시즌에 14연승을 달성했다.

'세파이커' 이다영, 블로킹도 전체 15위 랭크

김연경 20점, 이재영이 18점, 루시아가 11점을 올렸다. 삼각편대가 활약했다. 이다영의 안정적인 분배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이다영은 세파이커(세터+스파이커)답게 득점에서도 웬만한 백업 공격수 기록을 남겼다. 서브와 블로킹 각 1개 포함 5점을 올렸다. 특히 이다영은 세트당 블로킹 0.35개를 기록하며 15위에 랭크되어 있다. 15위 안에 든 선수 중 세터 포지션의 선수는 이다영이 유일하다. 세트는 단연 1위다(세트당 11.865개). 시즌 초반의 흔들림을 이겨내고 팀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진정한 야전사령관이다. 

이젠 흥국생명 유니폼이 어색하지 않은 이다영의 다음 시선은 이틀 후 열리는 GS칼텍스전으로 쏠린다. 컵대회 결승전에서 이다영에게 패배의 눈물을 흘리게 한 팀이 GS칼텍스다. 이다영도 "컵대회 결승전 GS칼텍스전 패배 아픔이 컸다. 제일 중요한 경기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 15연승 주사위는 이다영이 쥐고 있다. 이다영의 손끝에서 선수들의 득점이 나와야 팀이 승리로 간다.

"10연승을 하게 되어 기쁘다. 그전엔 항상 5연승에 끝나 아쉬웠다. 더 많은 연승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이다영의 말처럼, 흥국생명이 앞으로도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김연경, 이재영 등 공격수들 활약도 중요하지만 공을 올리는 이다영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정들었던 현대건설을 떠나, 흥국생명에서 새로운 배구의 재미를 알아가는 이다영의 활약을 더욱 기대해보면 어떨까.

흥국생명은 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경기를 통해 리그 15연승 신기록에 도전한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