из России!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러시안 뷰티' IBK기업은행 라자레바

매거진 / 서영욱 기자 / 2020-10-10 01:18:59

 

안나 라자레바가 말하는 

첫인상과 배구, 그리고 출사표


프로스포츠 속 드래프트에서 1순위는 어느 종목, 어떤 주제로든 많은 관심을 받는다. 여러 후보군 중에 가장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선수가 ‘1순위 지명’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고평가를 받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니, 그 주인공이 바로 IBK기업은행 안나 라자레바다. 라자레바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8월, 라자레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용인 IBK기업은행 연습체육관을 찾았다.

 

라자레바가 느낀 한국 

그리고 IBK기업은행과의 첫인상

지난 7월 17일 입국한 라자레바는 7월 30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7월 31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라자레바를 만난 건 팀에 합류하고 아직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라자레바가 한국에서 새롭게 겪는 환경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Q__IBK기업은행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요.

첫인상은 정말 좋았어요. 다들 너무 다정하고 친절하게 느껴졌죠. 그리고 뭐랄까 조금 귀엽다고 할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Q__감독님은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주던가요.

제일 많이 하신 말은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고 하셨죠. 제가 아직 한국에 들어오고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몸 상태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몸을 다시 만들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하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셨어요. 

 

Q__감독님은 너무 급하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셨는데, 라자레바 선수 스스로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새로운 팀에 왔으니 우선 이 팀에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 무대도 처음이다 보니까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도 있고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도 있어요. 지금은 우선 팀에 빨리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고 하루빨리 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요.

 

Q__아직 팀원들과 의사소통에서 불편한 부분도 있을 듯합니다. 훈련 중에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나요.

저는 한국어를 모르고 선수들도 러시아어를 모르니 모두 알고 있는 영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나눠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는 것 같긴 한데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수 중에 몇 명은 영어를 잘해서 그 선수들을 통해 의사소통합니다. 우리 팀 세터(조송화)가 그나마 저와 의사소통이 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터와 의사소통을 많이 해요. 앞으로도 대화가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저도 노력해야죠. 

 

Q__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주로 러시아에서 보냈고 지난 시즌은 프랑스에서 보냈어요. IBK기업은행 클럽하우스나 연습체육관과 다른 점이 있었을 듯한데요. 시설이나 환경에서 느낀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겪은 이전 리그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았어요. 바로 직전 시즌을 보낸 프랑스 이야기를 하자면 체육관부터 많이 달랐어요. 프랑스에서는 체육관 바닥이 이곳 체육관 바닥처럼 깔려있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팀 숙소가 체육관에서 좀 멀었어요.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였죠. 아침, 점심, 저녁도 선수들이 각자 해결해야 했어요. 하지만 한국은 한 건물 안에 모든 시설이 있죠. 식사도 할 수 있고 숙소도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있고요. 시설이 한곳에 있으니 너무 편하고 유용해요.

 

Q__아직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훈련도 겪고 있어요. 유럽과 한국의 훈련에서 오는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봤을 때 한국에서 배구는 제가 유럽에서 겪은 배구와는 스타일 자체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속공, 조금 빠른 배구 위주로 플레이하는 것 같아요. 이런 차이는 아무래도 선수들 평균 신장과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죠. 직전 시즌을 보낸 프랑스는 아무래도 선수들 신장이 크니까 한국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수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은 한국보다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강점도 있겠지만요.

 

 

언니 따라 우연히 시작한 배구 

프랑스에서 만든 반전

라자레바가 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상황이었다. 우연히 배구를 시작한 이후 프로세계에 입문한 라자레바는 선수로서 첫 둥지를 명문 구단에 틀었다. 하지만 라자레바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 시기는 바로 직전, 프랑스 리그로의 이적을 결심한 이후였다. 

 

Q__예전 이야기도 한번 해볼까 해요. 배구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나요.

제 언니가 배구 동아리에 다녔어요. 하루는 엄마랑 같이 언니를 배웅하러 갔어요. 배웅하는 와중에 그곳 감독님이 저를 보시더니 다음에는 저도 와서 배구 한번 같이해보자고 말씀하셨죠. 그렇게 한 번 갔던 게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그때가 만으로 아홉 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시작하는 나이보다 2년 정도 빨리 배구를 배우게 됐어요. 언니랑 같이 다니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제 또래가 있는 반으로 갔었죠. 

 


Q__러시아도 상당한 배구 강국입니다. 러시아 내에서 배구 인기는 어떤가요. 

배구는 인기가 많아요. 팬도 많고 경기를 직접 보러 오는 팬도 많고요. 특히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면 정말 많은 팬이 와서 응원해주고 경기를 관람하죠.

 

Q__라자레바 선수는 대표팀 경력도 있는데요, 대표팀에 선발돼 팬들 앞에서 경기에 뛸 때는 어떤 감정이었나요. (라자레바는 2019년 유럽배구선수권에 러시아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한 바 있다.)

일단 경기장에서 팬들을 볼 때면 항상 긴장돼요. 그리고 좋은 쪽으로 소름이 돋는다고 할까요? 저는 그런 감정이 선수에게는 정말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팬들의 응원이 있고 느낄 수 있어야 경기가 조금 더 재밌지 않나 생각도 들고요. 경기장에 저를, 그리고 우리 팀을 응원하러 와주신 팬들을 보면 항상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요.


Q__프로 생활을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시작했어요. 시즌도 꽤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러시아 리그에서 상당히 명문으로 꼽히는 팀인데, 그곳에서 생활은 어땠나요.

(디나모 모스크바는 러시아 리그 여자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2015-2016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4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라자레바는 2014년부터 2016년, 그리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나모 모스크바 소속으로 뛰었다.)

제가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3년 반? 4년 반 정도 있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 정말 좋은 팀이었죠. 좋은 선수들도 많았고 그만큼 제가 배울 점도 많았어요. 처음 팀에 들어갔을 때도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신입이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어요. 특히 나탈리아 곤차로바 선수가 조언을 많이 해주고 도움도 많이 줬어요.

+ 러시아 여자배구 간판스타이자 지금도 주포로 활약 중인 곤차로바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디나모 모스크바 소속으로 뛰고 있다.

 

Q__디나모 모스크바 시절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하나 있어요. 하루는 제가 지각을 한 적이 있어요. 실수로 지각해서 벌이라고 해야 할까요, 벌을 받은 적이 있죠. 그때가 12월이었는데 12월 내내 당번을 서게 됐어요. 경기 끝나고 공을 줍는다거나 경기 전에 미리 와서 훈련을 위한 준비를 하는 거였죠. 그건 괜찮았는데 하루는 블린치키라고 러시아식 팬케이크가 있는데 팀을 위해 그걸 만들어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그걸 100장 정도 만들어야 했어요. 다행히 친구가 도와줘서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다시는 지각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 사건이었죠.


Q__2019-2020시즌은 프랑스에서 뛰었습니다(볼레로 르 까녜 소속). 러시아를 벗어나 처음 해외에서 뛰었는데요, 당시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계약이 끝나갈 때쯤에 구단에서 다시 한번 계약을 1년 연장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경기에 투입될 시간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됐죠. 그래서 고민했어요. 팀에는 곤차로바라는 워낙 뛰어난 선수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팀에 잔류하기보다는 해외에 나가서 다른 경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러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적을 결심했어요. 

 

Q__프랑스 리그에서는 원했던 것처럼 경기에도 많이 나오고 성적도 좋았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종료돼서 아쉬움도 컸을 듯해요. 당시 조기종료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은 어땠나요. (라자레바가 속한 까녜는 시즌 종료 시점 당시 4위였다. 라자레바는 득점 부문 2위에 올랐고 공격 성공률도 42%로 상당했다. 라자레바는 2019-2020 CEV 컵에서도 팀 내 최다득점과 함께 공격 성공률 54%를 기록 중이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서운하고 슬펐어요. 왜냐하면 우리 팀이 당시에 성적이 좋았거든요. 1위까지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당시 까녜는 4위긴 했지만 1위와 승점차는 5점이었고 연승 중이었다). 그런데 시즌이 조기 종료되고 더 순위를 올리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팀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다들 저랑 비슷했어요. 아쉬움이 컸죠. 하지만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Q__시즌을 다 마치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랑스에서 경기에도 많이 뛰었고 성적도 좋았어요. 프랑스 리그 경력이 라자레바 선수 경력에도 많은 도움이 됐을 듯합니다.

당연히 많은 도움이 됐죠. 프랑스에서는 팀이 소화하는 거의 모든 경기에 참여했어요. 아마 그래서 한국에서도 제가 경기에 나왔을 때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경험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무대 한국, 그곳에서 펼치는 각오

라자레바는 이제 23세로 무척 젊은 편이다, 그 나이에 라자레바는 생소한 무대인 한국으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위험부담이 있는 도전이지만 라자레바의 말에는 진중함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졌다.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을 앞둔 그의 각오는 어땠을까.

 

Q__한국은 생소할 수도 있는 무대입니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신청한 이유도 듣고 싶어요.

당시에 다른 나라 구단에서도 제의가 왔어요. 그럼에도 한국을 경험한 이유는 아시아 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한국 배구, 아시아 배구는 유럽보다 빠른 편이에요. 여기서 뛰면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팀에 와서 연습해보니 빠른 플레이나 수비 등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__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뽑혔어요. 1순위 지명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일단 정말 놀랐죠. 사실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어요. 저를 첫 번째로 뽑을 줄은 몰랐거든요. 충격을 받았다고 했지만 기분 좋은 쪽이었어요. 친구를 통해서 제가 1순위로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친구가 연락이 와서 제가 1순위로 뽑혔다고, 축하하고 이건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해줬죠. 앞으로 더 잘 될 거라는 식으로 축하해줘서 정말 기분 좋았어요. 제게 1순위 지명 소식을 전해준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들도 기뻐해 주고 축하해줬어요.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팀 사정이 안 좋아져서 예산을 줄이는 곳도 있었고 아예 영입 문을 닫는 구단도 있었어요. 그런 어렵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트라이아웃에 신청한 선수는 많았죠. 잘 될 수 있을지 염려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잘 됐고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줬죠.

 

Q__한국에서 뛰는 여자부 외국인 선수 중 최초로 러시아 출신이기도 해요.

(남자부에서는 과거 대한항공 모로즈와 우리카드 알렉산더, 한국전력 아텀이 러시아 출신 선수로 V-리그를 거쳐 간 바 있지만 여자부에서는 라자레바가 첫 러시아 출신 외국인 선수다.)

일단 기분이 좋네요. 최초라는 단어 자체가 기분 좋게 해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Q__한국은 외국인 선수가 매우 많은 공격을 처리해야 하고 그만큼 부담도 큰 곳입니다. 이런 부담은 어떻게 이겨내려고 하나요.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프랑스에서는 세터가 저를 믿고 공을 많이 올려줬어요. 그래서인지 상황이 어찌어찌 잘 풀려가더라고요. 아직 한국 무대가 어떤지 체험해보지는 않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몰라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를 믿고 팀원들이 공을 올려준다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__V-리그에서 팀으로서 목표, 개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다가올 시즌은 제게 정말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아요. 제 커리어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은데, 개인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저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요. 제가 전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요. 그게 지금 개인적인 목표로 삼는 부분입니다. 

 

Q__라자레바 선수는 아직 젊잖아요. 다음 시즌이 아니라 선수로서 장기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최우선 목표예예요. 장기적인 관점에서요. 그리고 더 좋은 배구 선수가 되고 싶죠.

 

Q__미래에 국가대표 주전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도 실현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만약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일 것 같아요.

 

Q__이제 곧 한국 팬들에게 선을 보일 텐데요,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그리고 각오 부탁드려요.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과 그 분위기를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경기를 즐기고, 성공을 성취하자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안나 라자레바 프로필

생년월일 1997. 01. 31

소속 IBK기업은행

신장 190cm

포지션 아포짓 스파이커

주요경력

2014-2016, 2017-2019 디나모 모스크바

2016-2017 예니세이 크라스노야르스크

2019-2020 볼레로 르 까녜

2020- IBK기업은행

 

 

글/서영욱 기자

사진/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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